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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남북 합의’ 성과와 과제

‘위기’를 ‘신뢰’로… 남북대화 새 모델
지나친 자신감 경계, 평화의 벽돌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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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치 국면을 합의로 이끌어낸 남북 고위접촉 대표단.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극적으로 타결된 ‘8·25 남북 합의’는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항구적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숱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지나친 자신감과 과도한 원칙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8·25 남북 합의’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성과였다. 43시간의 밤샘 마라톤 협상이었음에도 회담 결렬을 선언하지 않고 합의 도출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의미 있는 결과였다. 6개 항의 공동 보도문으로 구성된 이번 8·25 합의는 최고조의 긴장 국면을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남북 공동 노력의 작품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이에 대응한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남북의 맞대응이 시작됐고, 북의 포사격과 우리의 대응사격이 교환되면서 휴전선 일대는 삽시간에 전면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북은 48시간 이후 군사행동을 통첩하고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우리도 전면전 불사의 단호한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예고됐던 48시간이 지나면 전쟁까지 치달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긴박했던 당시 상황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가 브레이크 없이 페달을 밟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이었고, 상대방의 양보 없이는 먼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최후통첩 시한 직전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은 그야말로 극적인 전환이었다. 이후 피 말리는 협상의 진통을 겪고 도출된 8·25 합의는 최고조의 긴장 국면을 상호 신뢰의 남북대화 국면으로 바꿔내는 전화위복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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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북 고위급 접촉 협상이 타결된 8월 25일 북한 황해도 대수압도의 해안포 포문이 굳게 닫혀 있다.

또한 8·25 합의는 북이 자신의 군사도발에 대해 남측에 직접 유감을 표명한 최초의 성과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껏 북은 군사도발을 부인하기 일쑤였고,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에는 주체와 대상이 불분명한 유감 표명을 간혹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것도 대부분은 남측이 아니라 미국에 하거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에둘러 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에 비춰본다면 이번 8·25 합의는 북한이 남측에 대해 공식적으로 합의문 안에 유감 표명을 수용한 최초의 사례다. 북의 군사도발 자체를 회담의 핵심 이슈로 삼은 것도 대단한 성과였고, 북이 남측에 대해 문서로 공식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지금까지의 남북대화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인도적 지원 등 공세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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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면 남북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던 8월 22일 북의 해안포 포문이 열려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과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고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이 언급되지 않아 미흡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교 관례상 유감이라는 표현은 당연히 사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재발 방지는 추후 당국 간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은 전쟁에서의 패전이 아닌 이상 통상적으로 관철시키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과거에는 없던 북의 전향적 양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에 굳이 인색 할 필요는 없다.

8·25 합의는 또한 남북대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 했다는 점에서도 향후 남북관계에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지금까지 입장 차가 팽팽한 남북대화는 고성과 비난, 신경전과 기 싸움이 진행되다가 결렬을 선언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회담은 양측의 이견으로 난항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결코 협상이라는 판 자체를 깨지 않았다. 무박 3일의 지루한 협상에서도 반드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남북의 공통 인식이 존재했다. 결국 정회 후 재개와 밤샘 협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이번 회담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향후 진행되는 남북 당국 간 대화에서도 이젠 이번 고위급 접촉의 경험을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견이 있음에도 판을 깨지 않는다는 점과 어떤 수준이든 가능한 합의를 반드시 도출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정회와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각별한 각오를 남북이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성과를 기록한 이번 8·25 합의는 어렵게 결과를 도출한 만큼 앞으로의 과제가 더 중요하다. 우선 어렵게 마련된 상호 신뢰의 첫발이 다음 단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경색에 묻혀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회담에서 북은 과거와 다른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합의 도출에 공을 들였다. 신뢰의 벽돌을 차근차근 쌓아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이번 8·25 합의는 처음으로 신뢰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정부도 북에 대해 신뢰에 신뢰를 더해주는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신뢰는 상호적이고 관계적인 것인 만큼 이번 합의를 통해 남북의 첫 신뢰가 다음 단계의 더욱 진전된 신뢰로 쌓여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이미 이번 회담에서 충분히 논의됐겠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 및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 추후 당국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에 신뢰를 보여주는 공세적 태도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평화 없는 통일’ 재앙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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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25일 낮 12시 중부전선의 한 병사가 대북 확성기의 전원을 끄고 있다.

합의 이행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자랑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벌써부터 8·25 합의를 두고 우리의 원칙 대응과 강경 기조가 김정은을 굴복시켰다는 자화자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면전을 불사한 우리의 원칙적 대응이 북의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자신감이 일각에서는 기고만장의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원칙을 지키고 북의 군사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앞으로도 원칙과 단호함이라는 입장은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고수하고 견지하면 된다.

그리고 원칙과 대화는 병행하는 것이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원칙 고수는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8·25 합의의 성과에 자만한 채 북을 우습게 보거나 북이 굴복 했다는 우월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향후 당국 간 대화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될 수 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상호 신뢰의 프로세스가 자칫 우리 일각의 지나친 자신감과 과도한 원칙주의로 발목이 잡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추후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지금보다 진전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조금씩 다져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이 합의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야 한다.

이번 휴전선 긴장사태와 극적인 남북회담을 보면서 우리는 조그마한 승리에 들뜨기보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의 절박함과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교역국가가 언제라도 군사적 도발에 노출돼 있고,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 하시라도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확성기 방송과 비무장지대 포사격만으로도 우리가 북한군과 한·미연합군의 전면전까지 감내하고 결심해야 하는 현실을 똑똑히 목도했다. 정전 상태에서 상시적으로 군사적 대결을 반복하는 우리 현실에서 평화 없는 통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불안정한 평화를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로 정상화시키지 않고서는 사실 통일은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무모할 수 있다. 평화가 전제되지 않는 통일은 결국 무력을 통한 흡수이거나 우리 내부의 분쟁, 충돌과 적대를 수반하는 통일이고, 이는 사실 축복이 아니라 재앙에 가깝다. 광복은 우리 민족에게 환호의 사건이었지만 이어진 역사는 분단과 전쟁이었다. 준비하지 못한 ‘주어진’ 광복이었기에 ‘갈라진’ 광복으로 다가왔고, 엄청난 희생을 겪어야만 했다. 평화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로 통일이 닥쳐온다면 이 역시 폭력적인 통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화해협력으로 평화체제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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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월 25일 경기 연천군의 한 민방공대피소에서 머무르던 주민이 짐을 싸 나오고 있다.

우리가 맞이해야 할 통일은 반드시 평화로운 통일 이어야 한다. 독일 통일이 아름다운 것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해서가 아니었다. 통일 과정에서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도 내전도 상호 적대적 충돌도 없이 독일은 평화롭게 통일됐다. 비슷한 시기 통일에 합의했던 예멘은 3년 뒤 유혈사태를 동반한 내전을 겪고서야 통일됐다. 통일 이후 예멘은 장기 독재하에 신음했고, 지금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되고 있다. 평화롭지 못한 예멘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평화로운 통일은 우선 정전체제하의 대치 상황이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전쟁을 종료한 게 아니라 일시 중단한 정전체제는 한반도 곳곳에 기름을 부어놓은 것과 같다. 성냥불을 긋기만 하면 언제라도 전쟁이 재개되는 위험천만한 상태다. 어렵고 더디지만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나아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과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혹자는 사전적 억지와 사후적 응징만으로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 평화이며 불안정한 평화일 뿐이다. 도발 의지가 있음에도 도발 이후 응징이 무서워 도발하지 않는 것은 절반의 평화다. 막강한 군사력과 과감한 응징으로 팔레스타인의 도발을 억지하는 이스라엘의 평화는 남녀 모두 군복무를 하고 온 국민이 집 안에 총기를 보관하며 일상에서 테러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불안정한 평화다. 갈등의 원인을 해소함으로써 도발의 억지를 넘어 도발 주체로 하여금 도발 의지 자체를 없애는 것이야 말로 적극적 평화이자 안정적 평화이다. 억지와 응징을 넘어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꼭 필요한 이유다.

평화로운 통일은 또한 남북관계 차원의 안정적 평화가 반드시 평화체제에 수반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관계의 진전만큼 실제화된다. 독일이 예멘과 달리 평화로운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랜 기간의 화해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서로 평화체제에 서명한다 해도 이를 현실에서 뒷받침하는 남북관계의 평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그것은 취약한 평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과 대결이 군사적 충돌과 긴장을 증대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휴전선의 긴장사태는 통일을 위해 평화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확인하는 계기여야 한다. 단순히 지뢰 도발과 확성기 방송만의 이슈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나아가 평화의 물적 토대인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재개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돼야 한다. 평화는 주저해서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이번 8·25 합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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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 서울시 남북교류 협력위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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