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협의회가 지방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통일 텃밭’ 사업. 자문위원들이 직접 땀을 흘리고 수익금으로 ‘통일장학금’을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사업 전통이 뿌리 깊은 장성군협의회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궁 금하다.
“출범식을 마치고 여성인 저에게 협의회장을 맡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아마도 여성의 꼼꼼함과 엄마의 마음으로 자문위원 간 가교 역할에 충실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자문위원 간 협동심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통일 텃밭’ 사업을 기획했어요.”
안숙자 장성군협의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통일 텃밭’ 사업의 배경이다. 계획은 큰 차질 없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사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계약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수익을 내기 위한 판로 분석도 한창 진행 중이다. 안 회장은 통일 텃밭에 자문위원들과 함께 고구마를 심어 텃밭에서 나온 수확물을 미래 통일세대의 ‘거름’ 격인 ‘통일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자문위원 참여→수익 창출→장학금 수혜→통일세대 육성’ 방식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고구마의 판로를 자문위원들이 직접 개척할 생각입니다. 소액이지만 자문위원들이 다 함께 땀을 흘려 만든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면 지역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도 더욱 넓어지겠지요. 미래 통일한국을 이끌 인재가 될 학생들도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장성군협의회는 사업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지리적으로 광주광역시 바로 옆에 위치해 대다수 사람들이 광주로 출퇴근하는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다. 승용차로 10여 분이면 광주 시내로 진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엷고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재정자립도가 10% 초반 수준으로 다른 시·군보다 월등히 낮기 때문에 사업보조금 확보도 어렵다. 안 협의회장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10년 전부터 통일 사업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공동체 운동을 이끌어오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봉사 대장’이다. 그의 수첩에는 봉사와 모임 일정이 빼곡하다.
“힘들거나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선하게 베풀면서 살아가라는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웃들과 함께 웃으며 지내고 다른 사람을 정성껏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떠맡은 직함도 많다. 장성군 홍보대사, 장성군 안전모니터지회장, 장성경찰서 교통안전지킴이, 전라남도 생활공감주부모니터 봉사단장, 물가모니터회장…. ‘생활모니터’ 활동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0년에는 민주평통 의장 표창장까지 받았다. 그간의 경험과 활동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2009년 방송국 주최 노래자랑대회 최우수상까지 수상한 ‘팔방미인’이다.
“그 가운데 민주평통은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어요. 13기 자문위원 시절 독도 경비대원 위문품 전달 행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외롭고 힘든 곳에서 묵묵히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노고를 보면서 애국심을 많이 느꼈어요. 15기 때 통일교육원 ‘지역 통일강사’ 교육 연수를 이수하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죠. 직능별 정책회의나 지역 포럼에 참석해 정책 제안문을 빠짐없이 제출했는데 전문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씨 뿌리듯 청소년 통일교육 해야
<사진>장성군협의회 17기 자문위원 출범식
안 협의회장이 이끌어가는 17기 자문위원은 총 40명. 기존 사업은 그대로 계승하되 새로운 사업도 늘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지역주민 대상 평화통일 연수는 반응이 좋다. 지난 4월 9일부터 1박 2일간 지역주민 40명이 북한이탈주민 출신 강사와 동행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직접 듣고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역사회에 파장이 컸다.
김인옥 행정실장은 무엇보다 민주평통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연수를 통해 민주평통을 지역사회에 다시 각인시키는 효과가 컸어요. 다녀오신 분들이 ‘그전에는 통일 문제를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연수 이후에 북한 주민들과의 동질감이 생기고 민주평통과 같은 기관이 통일 사업을 선도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현장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행사를 많이 갖는 게 역시 중요하더군요.”
장성군협의회의 현장 중시 사업 방침은 8월 중 진행된 ‘청소년 통일안보 현장 견학’에서도 빛을 발했다. 계룡대,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등으로 일정이 짜인 현장 견학에는 이 지역 명문고인 장성고 재학생 40명이 동참했다.
안 회장은 누구보다 청소년 세대에 대한 관심이 크다.“청소년 대상 통일교육은 씨를 뿌리는 일과 같습니다. 분단의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관과 통일관을 심어줘야 통일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가질 수 있겠죠. 청소년 세대가 북한이탈주민이나 분단 현장을 가깝게 접하도록 유도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통일 문제를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장성군협의회는 이를 위해 5월 28일에는 북한 출신 청소년을 초청해 삼계중학교 체육관에서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탈북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 이야기’ 행사를 개최했다. ‘찾아가는 청소년 통일교실’과 같은 청소년 대상 통일 사업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할 일 많은 안 협의회장이지만 눈앞에 직면한 숙제는 비교적 소박했다.
“사무실이 군민회관에 있는데 준공된 지 너무 오래돼 내부가 습하고 비가 오면 빗물이 샙니다. 행정실장이 너무 고생하는데 하루빨리 새 사무실을 얻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