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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신인류 ‘장마당 세대’

김일성 세대와 다른 경험과 가치관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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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안주시의 장마당에서 주민들이 각종 물품을 거래하고 있다.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진 뒤 북한 주민들은 이처럼 장마당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김일성 시대로 대변되는 과거 사회와 배급경제를 동경하면서 과거의 국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현재 북한 청년들에게 국가는 믿음의 대상이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장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이들 세대의 특징과변 화된 의식구조를 알아보자.

북한의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현재를 기점으로 생애주기상 청년기(20~35세)에 속하는 북한의 청년들은 배급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장마당에 기대어 유년기를 보냈고, 외부 문물에 좀 더 노출되어 있어 기성세대와는 다른 의식체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관측은 어쩌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북한 청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에 토대를 두기보다는 북한 청년의 변화한 일상이 이들의 정체성도 변화 시킬 것이라는 다소 단순한 가정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북한 체제의 문제로 귀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북한 청년들의 변화를 들뜬 마음으로 평가하기 전에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북한의 청년들이 과연 변했는가, 변했다면 얼마나 변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 제기다.

북한의 공식 문헌에서는 청소년이나 청년 학생을 모두 ‘새 세대’로 일컫는다.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새롭다’는 의미를 세대 앞에 덧붙인 ‘새 세대’라는 용어는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기성세대와는 다른 집단으로 의미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북한의 새 세대는 김일성 사망, ‘고난의 행군’, 7·1 경제조치, 시장화, 화폐개혁, 김정일 사망 및 김정은 등장과 같은 사회적 경험을 체화한 집단이다.

특히 시장화라는 북한 사회의 현재적 사건은 이들만의 정체성과 행동양식에 주요한 사회적 배경이 되었다. 화폐개혁과 같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지도자의 교체는 북한 새 세대가 접해온 시장과는 맥락이 다른 경험을 이들에게 제공했다. 거기에 청년이라는 생애주기까지 감안해봤을 때 이들은 북한의 기성세대와는 구별되는 경험체계를 구성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해서 얼마나 변했을까. 북한 사회의 주축이 되는 기성세대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살아남았고, 지금의 북한 사회 시장화를 이끈 주축세력이다. 기성세대와 새 세대를 비교해 보면, 기성세대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살아 남기 위해 장마당 경제를 만들어낸 일종의 개척자인 동시에 김일성 시대로 대변되는 과거 사회와 배급경제를 동경하면서 과거의 국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세대다. 반면 현재 북한 청년들은 동경할 사회주의적 과거가 없는 세대다.

경제 주도하기에는 자본 충분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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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5월 17일 제2차 전국 청년미풍 선구자대회에 참석해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북한 청년들은 대부분 기성 세대보다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적다고 한다.

이들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의 준거점이 될 만한 경험이나 기억이 전무하다. 이들에게 국가는 운명공동체로서 감정 이입이나 믿음의 대상이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들은 시장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세대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규율하는 국가에 반(反)하는 의식이나 행동을 하지도 못한다. 그 이유는 2009년 화폐개혁을 경험하면서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시장에서 축적한 자본을 일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에 복종적이거나 동조적이지 못하면서도 국가를 완전히 극복하지도 못한 세대다.

반면 시장적 가치나 새로운 삶의 양식에 자신들을 완전히 내던지기에는 자신들의 생활세계가 충분히 분화되지 못했다. 아직은 ‘청년’인 이들은 남성의 경우에는 대부분 군대에 복무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에는 군대, 혹은 돌격대 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마치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시기이다. 설령 몇몇이 적극적으로 장마당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비공식 경제 영역의 주도세력이 되기에는 자본도 충분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회구조가 개방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 통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시장에 기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외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외래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국가가 원하는 방식 내에서 적절하게 조율하고 조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한계를 간파하고 있고,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서 최대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이다. 사회주의적 문화와 외래문화 사이, 국가와 시장 사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이, 적극적 행위 주체와 수동적 군중 사이에서 양쪽에 다 걸쳐 있는 ‘사이(In-between)세대’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청년들은 분명 기성세대와는 다른 경험·의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변화에 더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의식 또한 분열적이다. 시장을 믿고, 시장에 기대어 일상을 만들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과 국가 사이를 줄타기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중심세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과도기적 세대로 다음 세대의 또 다른 변화의 자원으로 남을지는 조금 더 조심스러운 관찰과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들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성급하다. 북한 청년의 가능성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세계의 여느 청년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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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영국 에섹스대학 문화사회학박사, 성공회대와 경희대 등에서 강의. 싱가포르국립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및 강의 전담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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