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땅에는 남한강의 양대 줄기인 동강과 서강이 유유히 흐른다. 두 물길과 첩첩한 산자락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문화재급 절경도 여럿이다.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어라연, 청령포, 한반도 지형, 선돌이 그것이다. 특히 평창강과 주천강의 물길이 하나 되어 흐르는 서강 주변에는 단종 임금의 애달픈 사연과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유적이 곳곳에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8월 5일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 일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의미 있는 통일 준비 행사가 열렸다. 바로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 복원 기공식이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 현장이 아닌가. 포화에 멈춘 경원선은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상징해왔다. 경원선은 서울~원산을 잇는 길이 223.7㎞의 철도로 1914년 9월 전 구간이 개통됐지만, 국토 분단으로 북측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경원선 복원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경원선이 완전 복원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G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계돼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사실 경원선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철도 연결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공식 현장에서 축사를 할 만큼 경원선 복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실질적인 통일 준비로 나아가고자 했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며 “경원선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끊어진 경원선을 다시 잇는 것은 분단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휴전선의 지뢰지대와 철책을 부분적으로 무너뜨리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남북한 경제의 맥을 이어서 희망찬 통일경제 시대를 여는 상징성이 더없이 크다. 대륙 진출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져 한반도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경원선이 완전히 이어지면 유라시아 교통·물류 중심축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유럽과 경제 교류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경원선 따라 기적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면 북한도 엄청난 경제적 실익을 거둘 수 있다. 경원선 구간과 철원~정연~김화~기성~내금강에 이르는 금강산선 구간 연장도 가능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원산 종합개발에 외자 유치의 가시적인 성과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경원선을 통해 동북아 물동량이 이동하게 되면 북한은 통관 수입만 연간 1억 달러, 연관 물류 수입까지 계산하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반도 철도 연결을 통한 희망찬 통일 경제의 원대한 구상이 꿈으로만 끝나선 안된다. 반드시 완성해야 할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다.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함께 만들어내야 하는 작품과 같은 것이다. 남북은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상생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도 통일 준비 차원에서 대북 전략을 새롭게 잘 짜야 한다. 안보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강화하되, 평화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유연성도 발휘해야 한다. 분단 70년을 극복하고 미래 30년에는 경원선 복원과 나진·하산 프로젝트, 그리고 유라시아 특급이 하나로 통합되어 단절된 북녘 땅에 열차가 다시 달리고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한반도 번영과 통일의 기운이 넘쳐흐르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조봉현
동아대학교 경제학박사.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개성공단 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