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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신유라시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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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 결산 좌담회

미래로 달린 ‘통일 열차’
시베리아 동토 녹이다

특집/신유라시아 시대

외교부와 코레일이 공동 추진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대장정이 7월 14일부터 8월 2일까지 총 19박 20일간 진행됐다. 각계각층 인사 250명이 원정대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아시아와 유럽대륙 6개국을 열차로 이동하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행사 참가자들의 좌담을 통해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봤다.

일 시 | 2015년 8월 19일 오후 4시
장 소 |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회의실
사 회 |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부국장
참석자 |
김창범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외교부 본부대사)
서상국 한국 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단국대 러시아어과 교수)
권태명 코레일 경영혁신실장
전소현 고려대 노문과 4학년

 

사회 : 반갑습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참여한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소감도 남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창범 : 꿈결같이 지나간 20일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유라시아에서 우리의 새로운 꿈을 발견해나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국민 공모라는 새로운 원정단 모집 프로세스를 시도해 국민의 참여 열기를 이끌어내고, 코레일과 지방자치단체가 완전히 결합한 복합 외교의 결정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권태명 : 한국 철도는 분단의 한계를 넘지 못해 아직까지 섬 아닌 섬으로 고립돼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도를 매개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장장 1만4400km를 달렸습니다. 아마도 역사상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선열들의 눈물과 한이 밴 서러움을 달래던 길이었는데, 강제 이주당한 동포들의 2, 3세들이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줘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철도인으로서 다른 나라 철도기관들과 교류와 협력 증진을 깊이 있게 논의한 것도 성과입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통일 열망과 국민적 열정이 결집된 긴 여정이었습니다.

서상국 : 100년 동안 우리 국민은 러시아가 우리의 접경 국가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는 분단 체제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에도 또다시 접경을 이룰 나라입니다. 이번 행사는 이런 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였습니다. 홍보 효과가 컸습니다.

전소현 : 늘 유럽 사는 친구들이 기차를 타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비행기나 배를 통하지 않고서는 다른 나라를 갈 수 없잖아요. 이번에도 아쉽게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 전공자들의 꿈이 시베리아 횡단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그 꿈을 실현해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회 : 일제강점기에는 기차를 타고 유럽을 왕복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창범 : 맞습니다. 이번에 손기정재단 사무총장이자 손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재단 사무총장이 열차에 동승했는데 손 선생님이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실 때 경성에서 기차로 가셨습니다. 지금도 당 시 일본어로 표기된 경성~베를린 기차표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단 체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고의 지도 속에서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가 사라졌는데 이번 행사는 통일 이후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이들 국가를 경제·사회·문화적공동체로 삼아 한반도의 미래상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러시아, ‘최고의 열차, 승무원, 서비스’ 제공

사회 :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권태명 : 우리는 고객 최우선 문화가 뿌리 깊지만 러시아는 다릅니다. 이번 열차는 말 그대로 특급 국제 열차입니다. 러시아 열차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합니다. 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죠. 원정대 대원 한 명이라도 못 타면 하루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일정은 물론이고 예산상의 손실이 큽니다. 객실에 코레일 직원들을 배치하고 혹시라도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했는데 다행히 참가자 모두가 200% 이상 협조해주셨습니다.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열차, 최고의 승무원, 최고의 서비스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객차에서 샤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원정단원들이 ‘열차가 제일 편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전소현 : 여학생들이 가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장장 62시간 쉬지 않고 달리는 마의 구간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되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김창범 : 며칠 지나니까 갑자기 모자를 쓰는 여성 단원이 늘어나고 3, 4일간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분들도 여럿 보이더군요(웃음). 특급 열차는 5개국을 관통하고 화차를 교환하던 벨라루스까지 포함하면 6개국이 이번 행사의 대상 국가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올해가 한국과 러시아, 한국과 몽골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때마침 독일 통일도 25주년이 됩니다. 해당 국가들도 좋은 명분이 제공된 때문인지 매우 우호적이었고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투자 유치와 경제 협력의 기대감도 있었겠지만 러시아 같은 경우 주 정부 관계자들이 가는 곳마다 환대하고 진심으로 반겨주었습니다.

사회 : 특급 열차가 배정됐다고 하지만, 신체적으로 힘들었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김창범 : 초기에 객차와 객차 사이를 오가다 연결 부위 등에 부딪혀서 타박상을 입거나 찰과상을 입은 사례가 더러 있었습니다. 기차가 요동이 심하고 객차 연결이 매우 거칠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바이칼호에 서식하는 ‘오물’이란 훈제 생선 요리를 먹고 상당수 단원들이 배탈 증세를 일으켰습니다. 객차 화장실은 2인실의 경우 16명, 4인실은 32명에 하나 꼴로 배정이 되어 있으니 일시적이지만 화장실 과부하가 걸려서 다들 발을 동동 구르던 추억이 있습니다.

사회 : 오래전부터 유라시아 횡단 열차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심이 큽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시베리아 열차 현대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진척된 수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서상국 : 푸틴 대통령이 극동개발부를 만들고 측근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정부 차원의 관심이 큽니다. 열차 현대화도 국가적 어젠다입니다. 그러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9200km 이상의 거리인 데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는 그리 나지 않고 있습니다. 구간별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구간을 12시간으로 단축하거나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 2박3일 코스의 환상선을 새롭게 깐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창범 : 중국 쪽의 움직임도 긴박합니다.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동북 3성 개발 차원에서 지린에서 훈춘까지 고속철을 가을에 개통합니다. 단둥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북 3성에 고속철이 개통되면 압록강 두만강 변에 중국의 고속철이 달리는 모양새가 됩니다. 우리도 경원선 등을 개발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 중국횡단철도(TCR)를 어떻게 접목할지 머리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 대학생들 ‘K-팝’ 등에 높은 관심

특집/신유라시아 시대
<사진>김창범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왼쪽)과 대학생 전소현 씨.

사회 : 이번 대장정 프로그램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요.

전소현 : 차세대 교류 모임을 이르쿠츠크와 모스크바에서 두 번 가졌습니다. 교류 활성화 방안이나 한국과 러시아에 대한 각자 경험 등을 얘기하는 시간이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러시아 대학생들이 의외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한국의 역사, K-팝 등을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젊은이들은 처음엔 차갑게 보이지만 말문이 트이니까 급속도로 친해져서 좋았습니다. 러시아 하면 추운 나라, 여자들이 예쁜 나라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러시아 사람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상국 :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한 컨퍼런스에서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러시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습니다. 700여 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독재, 추운 시베리아, 동토의 나라, 크렘린궁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했습니다. 러시아의 본 모습이 제대로 전달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러시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 전환에는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의 공이 컸습니다. 안 선수가 국적을 바꿨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안 선수가 국적을 바꿔 자기 나라에 금메달을 바친 것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사회 :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철도 연결과 관련해 자국에 유리한 노선으로 이어지도록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창범 : 양 국가의 경쟁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협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단둥에서 훈춘까지 고속철을 개통하는 것 자체가 그런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훈춘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불과 50km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러시아 코앞까지 고속전철이 진출한 셈이죠. 추후에 러시아와 중국의 철도노선이 직접 연결되면 가장 낙후된 구간이 북한 구간이 될 것입니다. 통일 이후 유라시아로 우리가 진출하는 과정에서 인프라가 제대로 깔리지 못해 상당 기간 공백이 생기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서상국 : 과거 한보그룹이 시베리아 가스를 한국에 가져오는 사업을 추진할 때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해저 케이블을 깔아주겠다며 유치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보그룹이 해체되면서 이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일본이 몇 갑절 주고 사업권을 사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데다 러시아가 팔지 않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대국을 건설해 표트르 대제에 못지않은 역사적 인물로 남길 원합니다. 푸틴의 동방정책을 잘 활용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과 잘 맞아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회 : 참석자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는지요.

전소현 :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과 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북한 대학에는 카페 문화가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카페에 가서 수다를 떠는 것이 습관인데 북한 대학생들은 수업 후 곧바로 도서관이나 기숙사로 간다고 합니다. 이 학장님께 그 얘기를 했더니 북한에 돌아가면 카페 문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반면에 북한 대학생들이 의리와 정이 많은 것 같아서 친구들과 이 문제를 갖고 토론도 했습니다.

철도를 민족 소통의 작은 고리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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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상국 단국대 교수(왼쪽)와 권태명 코레일 경영혁신실장.

사회 : 유라시아 시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협력과 교류가 필수적입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로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낀 남북관계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서상국 : 남북관계를 둘러싼 각국 정세를 살펴보면 중국이나 미국, 일본보다 러시아가 훨씬 중립적입니다. 남북통일에 아무런 손해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북한이 자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의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한·러관계가 발전해야 합니다. 러시아가 다른 마음을 품기 전에 상호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합니다. 중국의 북한 흡수를 막아주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소현 : 해단식이 열린 도라산역에서 ‘부산~베를린’ 간 열차 승차권을 받았습니다. 통일 이후에 사용 가능하겠지요. 가까운 시간에 그 승차권을 사용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권태명 : 독일의 통일 과정을 보면 분단이 지속돼도 서독과 동독을 오가는 철도는 끝까지 운행된 것으로 압니다. 이념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민족끼리 소통하는 작은 고리를 찾아야 합니다. 통일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울수록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통일을 쉬운 키워드로 접근하는 방법론도 찾아내고 공감대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머지않아 서울에서 유라시아 특급열차가 출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창범 : 방문한 곳마다 남북관계의 안정과 평화를 갈망했습니다. 유라시아 특급열차는 대한민국 정부가 고민해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현지에선 동서냉전의 상징적 존재였다가 지금은 통일독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가졌던 것을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통일에 대한 울림과 화두를 던진 대장정이 이제 끝났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확장 할지는 우리의 숙제입니다.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들도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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