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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쿠바·이란 개방 이후

‘경제 제재’ 효과 입증…
대북 전략에 유용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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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월 14일 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핵협상 타결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부탄가스 캔을 이용해 커다란 화염을 만들며 환호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같은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도 미얀마, 쿠바, 이란 등 3개국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그런 성과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또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지는 살펴보자.

2005년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제2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이란, 쿠바, 미얀마를 포함한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다. 이들 국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오히려 성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내고 있다. 2009년 1월에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들 중 미얀마(2011년), 쿠바(2014년), 이란(2015년) 등 3개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그들의 개혁·개방을 유도한 것이다.

당연히 여기서 의문이 떠오른다. 첫째, 부시 행정부는 냉전 종식, 나아가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호황 이후 집권했다. 미국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와중에 집권했다. 미국의 경제력과 그 경제 모델에 대한 회의가 지배적일 때였다. 국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달성하지 못했던 외교정책 목표를 그 힘에 대한 회의가 생겼을 때 달성했다면 국제정치가 곧 권력정치이며 국력이 그 기본척도라는 기존의 국제정치 명제는 어떻게 되는가. 국제정치에서 힘은 무엇이며 그 효용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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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월 20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54년 만에 문을 연 미국대사관 앞에 쿠바인들이 미국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둘째,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그처럼 막강한 힘을 ‘강압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9·11 테러 충격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무력으로 공격했다. 전임 클린턴 행정부가 어렵사리 마련했던 제네바 합의를 무력화한 후 더욱 강압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고자 했다. 2003년엔 미얀마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 규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어긋났다. 두 개의 전쟁은 블랙홀이 됐다. 북한은 핵실험을 했다. 미얀마 군부는 2007년 승려들의 시위를 또다시 무력으로 진압했다.

반면 2009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그 같은 ‘폭정’국가들에 메시지를 던졌다. 주먹 쥔 손을 편다면 그손을 잡겠다면서 소위 ‘관여’정책을 제시했다. 2011년말 미얀마가 그 손을 잡았다. 이어 2014년 쿠바, 2015년 이란이 그 손을 잡았다. 부시 행정부의 봉쇄정책이 실패한 반면 오바마 행정부의 관여정책은 성공한 셈이다. 봉쇄와 관여, 두 정책 중 과연 관여가 더 효과적인가.

그렇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바람’과 ‘햇볕’을 놓고 남남 갈등을 겪어온 우리 대북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과거 어느 때보다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2010년 이래의 5·24조치를 해소해야 하는가. 최근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우리의 젊은이들을 불구로 만든 북한을 매섭게 응징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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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얀마에 진출한 펩시콜라의 광고가 주택가에 걸려 있다.

적대적인 국가를 상대로, 상대국의 의도를 모른 채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는 국제정치에서 이론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의 하나다. 상대방의 침략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유화정책을 시도하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재앙을 낳을 수 있다. 반면 상대의 의도가 현상 유지에 있고 그 행동이 두려움에서 비롯된 방어적 행동임에도 그것을 잘못 읽고 봉쇄 하려고 시도하면 상호 위협과 두려움의 악순환으로 말미암아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비극을 낳을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정책 논쟁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장 프로그램은 6·25전쟁 이래 버리지 않은 한반도 적화통일 야욕의 일환이기 때문에 절대 그냥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일부에서는 북핵은 냉전 종식 이후 고립되고 낙후된 북한이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택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식의 거래를 통해‘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핵 프로그램을 ‘사려고’ 했던 몇 차례의 시도가 결국 3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그리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좌절된 이후 국제사회와 우리의 선택은 결국 봉쇄와 경제 제재로 귀결됐다. 그것이 통할까. 아니면 미얀마, 쿠바, 이란의 선례에서 보듯이 다시금 관여를 시도할 것인가. 관여의 성공 요건은 무엇인가.

‘경제 제재’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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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월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6자회담 한·미·일 3국 수석대표 회의에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오른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에서 경제 제재만큼 빈번하게 시도되면서 동시에 많은 논쟁을 빚은 정책도 많지 않다. 경제 제재는 ▲‘경제 제재는 통하지 않는다’는 통설이 말해주는 효과성의 문제 ▲양날의 칼처럼 제재 실행국가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합리성의 문제 ▲정책과 무관한 무고한 일반인들에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문제 ▲시장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원칙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지적돼왔다. 그럼에도 경제 제재의 빈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경제 제재의 역설’이란 용어가 대두됐다.

그러나 그 ‘역설’은 표본 추출의 오류, 그 전략적 성격에 대한 몰이해, 나아가 그 오해에 기인한 실행의 착오 등으로 말미암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첫째, 경제 제재는 원래 암묵적으로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그 협박이 성공하면 실행에 옮기지 않는데, 경제 제재에 관한 연구는 실행에 옮긴 사례에만 초점을 두는 표본 추출의 오류가 있다. 둘째, 경제제재의 협상력은 그것을 실행에 옮겨 피해를 줄 수 있는 ‘개연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단 실행에 옮긴 제재는 그 협상력을 상실하고 따라서 정책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실행에 옮긴 경제 제재의 협상력은 그 해제의 가능성에서 나오며 그 협상력을 활용하려면 상대를 관여 또는 포용해야 하는데 국가들은 정치적 이유로 그 협상력을 쉽게 활용하지 못한다.

정책수단으로서 경제 제재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국제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이다. 경제 제재에 따르는 경제적 고통을 묵시적 또는 명시적으로 협박해 상대로 하여금 모종의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거나 혹은 하지 않도록 ‘억지’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둘째는 상대국의 ‘부당한’ 사전행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서의 성격이다.

이 두 가지 성격 사이의 미묘한 연관성 때문에 정책 수단으로서의 경제 제재에 대한 많은 논란이 야기된다. 우선, 전략적 수단이냐 징벌적 수단이냐에 따라서 경제 제재의 실행 여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략적 수단으로서 경제 제재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때 성공한다. 징벌적 수단으로서 경제 제재는 실행에 옮김으로써 그 기능을 한다.

북, 고립될수록 성장잠재력 한계

그런데 징벌적 수단으로 선택한 제재에도 전략적 성격이 없지 않다. 그것을 통해 동일한 부당행위의 재발을 억지하는 전략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징벌적 수단으로서 실행된 경제 제재도 전략적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제재의 해제 가능성을 통해 상대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는 불이익을 협박하는 ‘채찍’이 아니라 이익을 약속하는 ‘당근’으로 그 성격이 전환된다. 바로 여기서 정책수단으로서 경제 제재를 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개전의정’이 충분치 않은 ‘범죄자’에 대한 ‘사면’과 같이 정서적, 정치적 논란이 뒤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얀마 등의 사례는 오히려 경제 제재의 효과를 입증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의 전략적 성격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의 정책적 효과가 그에 따른 고통을 못 이긴 상대 정부가 굴복함으로써 발생한다는 생각은 착오다. 경제 제재가 주는 고통은 다수에 분산되고, 그에 굴복할 경우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은 정권에 집중되기 때문에 정권이 공개적으로 굴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경제 제재의 해제가 줄 이득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높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정권의 공(功)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것은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미얀마, 쿠바, 이란의 사례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세계화의 효과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돼 국가 자원이 아무리 풍요하더라도 자급자족적 경제정책으로는 경제적 복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 역으로 세계 경제로의 통합을 통해 낙후된 경제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둘째, 정보화의 효과다.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따라 정부에 의한 완벽한 정보 통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됐다. 국민들은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 그에 따른 혜택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셋째, 정권 교체의 효과다. 제재를 초래한 정책은 전 정권의 책임이고, 그 해제에 따르는 이득을 현 정권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정책을 표방해 대외적으로는 핵무장을 내세운 대결정책, 내부적으로는 시장화를 통한 경제 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핵무장은 과거부터 추구해온 정책이니 방점은 경제 발전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시장화에 따라 북한의 경제가 성장 기조로 돌아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은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고립된 경제의 성장잠재력의 한계를, 그리고 경제 제재의 효과를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5·24조치를 포함한 대북 제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부의 주장처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5·24조치를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북한이 그것을 강경정책의 효과라고 생각해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무조건 제재를 남발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도발에 대해서는 사안에 합당한 정도로 응징하되, 포괄적인 제재 해제 가능성과 함께 이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꾸준히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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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및 외교안보연구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중앙대 국가대전략연구소장, 외교부·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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