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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단자위권과 동북아 정세

미국 묵인 아래 ‘군사 대국화’ 추진
다자협력체제로 지역 안보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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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7월 16일 도쿄의 국회의사당에서 중의원 본회의 개회를 기다리며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왼쪽에서 세 번째)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위헌 논란이 있는 집단자위권 법안들을 강행 처리했다.

아베 내각의 안보법제 추진과 집단자위권 행사 법안 통과로 동북아 정세가 불안하다.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안보 질서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미동맹과 다국적 협력체제를 강화해 지역의 안보 틀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탈냉전 이후 일본은 한편으로는 미·일동맹의 재정의를 통해 미군과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방위력을 확충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군사·안보 역할 확대를 추구해왔다. 다른 국가들처럼 군대를 갖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화 작업 즉,군사적 의미에서의 보통국가화 작업은 2012년 말에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하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미·일동맹 강화 차원에서 특히 집단자위권 행사에 적극적이며, 2014년 7월에 각의 결정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용인하는 헌법 해석 변경(해석 개헌)을 단행했다. 2015년 5월에는 이를 반영한 11개의 안보 관련 법안 제·개정안을 각의에서 결정하였다. 국민 90%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음에도,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7월에 중의원 본회의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한층 격렬해졌다.

8월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가 진행 중인 11개 법안은 지금까지 금지됐던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및 용인 방침을 반영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은 제3국에 대한 무력 공격일지라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협이 있는 경우’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해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후방 지원을 상정한 현행 주변사태법을 대체하는 중요영향사태법안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 시에는 전 세계 어디서나 자위대가 미군 등 외국 군대를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담았다.

집단자위권이란 동맹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침략을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물리력을 동원해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권리다. 자위권은 자국에 대한 침략에 대응하는 개별적 자위권과 동맹국에 대한 침략에 대응하는 집단적 자위권으로 나눌 수 있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모든 국가에 대해 이 두 가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일동맹 강화와 가이드라인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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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국회의원들이 8월 15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한 뒤 술잔에 술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일본이 그동안 집단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평화헌법’ 때문이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연합국의 초기 점령정책은 전범국가였던 일본의 비군사화와 민주화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서 당시 제정된 일본 헌법 제9조에 일본의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하고, 교전권(交戰權)을 부인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선택할 수 없는 국가가 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미·소 냉전하에서 미·일동맹 체제에 편입 된 일본은 구 소련의 침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력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헌법이 허용하는 자위권의 범위를 개별자위권에 한정해 자국의 영토를 벗어난 군사 행동을 상정하는 집단자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세계적인 냉전이 종결된 이후 일본은 ‘북한 위협론’과 ‘중국 위협론’을 근거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추구하고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 냉전기의 미·일 안보체제는 일본 방위와 주변 지역의 유사사태 발생 시 일본이 기지를 제공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이에 비해 탈냉전기의 미·일동맹은 주변 사태 및 글로벌 차원의 안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아베 내각하에서 미· 일동맹 강화를 위해 집단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는 한, 미·일 안보조약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기지 제공과 미국의 일본 방어 의무를 맞바꾸는 비대칭적인 동맹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18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미·일동맹의 글로벌화 및 중국의 군비 증강과 해양 진출에 대한 대응을 염두에 두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미군과 자위대 사이의 역할 분담을 재조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10년대 들어 미·중 간 경쟁구도가 가시화하고 중·일 대립이 심화하면서 미·일 간에 중국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 이러한 움직임의 제도적 종착점이 가이드라인 개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가이드라인 개정 배경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비용 부담을 지역 동맹국에 요구하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보통국가로 거듭나려는 아베 내각의 ‘적극적 평화주의’ 간에 일치하는 이해 관계가 있다. 미국의 국방 예산이 삭감되고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의 동맹국과 우방국의 책임과 역할 분담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국제적으로 안보 역할을 확대하려는 아베 정부의 ‘적극적 평화주의’는 미국의 눈에 둘도 없는 전략적 자산으로 비쳤다.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일본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안보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안보 질서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을 전제로 한 미·일 신가이드라인 및 안보 법제는 전후 일본 방위안보 정책의 기본인 ‘전수방위’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의 공식화를 의미한다. 아베 내각은 국제협조주의에 기초해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평화주의의 상징인 헌법 9조의 속박을 풀고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즉, 일본은 다른 나라들처럼 군대를 갖고 동맹국과 함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이를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안보정책 변화의 동북아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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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역대 로켓의 모형. 오른쪽 끝의 작은 로켓인 엡실론은 군사적 목적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전용이 가능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 행보와 맞물려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몇 가지 논란을 수반한다. 우선 한국, 중국 등 과거 식민 지배 및 침략의 피해를 본 주변 국들과의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한 일본이 재무장할 경우 역내 국가들이 반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구실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경우, 한국의 국익에 배치될 개연성이 있다. 일본과 미국은 한국 정부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집단자위권 행사는 없다고 공언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일 간의 명확한 안보 역할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미·일동맹에 따른 후방 지원과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경계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미·일동맹 강화는 동북아 안보 질서와 관련해 이중성이 내재돼 있다. 우선 지역안보에 대한 일본의 건설적 역할 확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시야에 넣은 중·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은 탈냉전 이후 경제력과 군사력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중국이 지역 질서를 혼란시키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중요한 세력이 될 수 있다. 반면, 최근의 일본 방위안보 정책의 방향은 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로 향하고 있다. 이는 역내 군비 경쟁과 패권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현실적 안보 선택지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해 중·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해나가는 데 있다. 일본의 헌법 개정이나 집단자위권 등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주권 사항이며,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선택한 일본에 대항해 한국이 중국과의 안보협력을 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일 안보체제는 일본의 독자적인 군사 대국화를 견제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미·일동맹의 대일 견제적 성격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국은 미·일동맹 체제하에서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원하지만, 일본이 미·일동맹의 틀을 넘어 독자적인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즉, 일본의 과도한 군사 대국화를 원하지 않는 데다 최근 격화하는 동아시아 역사·영토 논쟁과 관련해서도 한·미동맹은 일본의 과도한 우경화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층적인 다자협력체제를 통해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 균형 잡힌 외교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관계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복수의 다자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평화로운 지역 질서 유지에 건설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중·일 3국 간 안보협력 외에 한·미·일, 한·미·중 및 한·중·러 전략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및 한·미·일 간의 전략대화와 안보 교류를 확대하고,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사전에 한·미·일 내지는 한·일 간에 자위대 역할을 규정해둘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 활동을 위해서는 일본 내의 기지 사용 및 자위대의 후방 지원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본에 대해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화해가 세계적 대세이며 일본의 역사 왜곡이 일본의 국제적 역할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국제사회와 함께 환기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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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도쿄대 정치학박사. 국민대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 외교안보원 교수 역임. 현재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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