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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좌충우돌 남한적응기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된다면서?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와서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만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취업’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정진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사춘기를 전후해 남한으로 건너와 전혀 다른 사회 속에 동화되느라 남모를 아픔과 좌절도 있었을 터, 몇 년 쯤 지나 되돌아보는 이들의 고군분투 적응기가 대견하기만 하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이탈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좋나’라고 하기에 좋다는 말인 줄 알았어요

지방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 상당수가 서울말을 쓰는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들도 북한식 말투를 고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한 A학생은 ‘조선족 교포’로 계속 오해받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몇 년 전에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된다면서?’라는 유행어가 있었잖아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 전에 머릿속으로 계속 발음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서울말을 써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말을 하는 게 편해지더라고요.”또 다른 B학생은 신기하게도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제가 고등학교 3년을 보내고 나니 정말 완벽한 서울말을 썼거든요?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니까 주변에 경상도 사람이 많은 거예요. 그런데 정말 북한말이랑 경상도 말은 억양이 너무 비슷해요.
친근감이 느껴지니까 저도 모르게 막 따라하게 되네요.”

드물지만 언어 차이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 덤벼서 죄송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덤빈다’의 북한말은 ‘덤벙거린다’는 뜻이라고.
그런데 대뜸 “남한에서는 웬 욕을 그렇게 해요?”라고 묻는다. “고등학교 애들은 ‘존나’ 이런 말투를 멋있게 생각하더라고요. ‘좋나’로 듣고 ‘좋다’는 뜻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욕이더라고요.” 북한에는 욕 종류가 몇 가지 안 된다고 한다. 여기서 나열할 수는 없지만 사극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그런 욕이었다.
“남한에서 욕 많이 배웠어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쓰는 욕 두세 가지는 입에 달고 살았는데 대학 오니깐 안 써요. 좀... 무식해보이더라고요.”

19살에 한국으로… “교복 입는 게 즐거워졌어요”

교복입은 학생들 열아홉 살에 한국으로 온 B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하나원에서 나온 지 1주일 만이었다. 당시 1,500명 학생 중에 북한이탈주민은 딱 한 명 뿐이었다고. “입학 첫날에 반을 못 찾았어요. 한국 학교는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학교가 커요. 첫날부터 지각했는데, 들어가는 순간 소문이 쫙~ 진짜 빠르더라고요. 저 구경한다고 애들이 몰려오니까 반 애들이 문을 잠가 버렸어요. 그런데 너무 많이 와서 문이 넘어지고….”
한동안은 울고 싶고 학교도 그만두고 싶었다고 한다. 멘토도 붙여주면서 반 애들과 담임선생님이 도와주려고 했지만, 집도 제대로 못 찾아갈 정도로 남한 사회는 낯설기만 했다고.
“집이 다 똑같이 생기다 보니 집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2주쯤 지나니까 적응이 되고, 두 달 되니까 학교 가려고 입는 교복마저 좋아졌다.
“남자들은 그런 게 있잖아요. 몸으로 친해지는 것.
공부는 생소하지만 운동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축구 같은 거 하다가 친해졌어요.”

B학생은 1학년 때 반에서 꼴찌를 다툴 정도로 학업 성적이 낮았지만 2학년 때부터는 ‘감을 잡았다’. 해도 해도 어려운 수학이나 화학같이 못하는 과목은 아예 포기하고 좋아하는 암기과목 위주로 열심히 했더니 반에서 중간정도 성적은 유지했다고. 하지만 시험 때마다 애를 먹는 건 남북한 학생 모두 똑같다.
“북한에서는 주관식이나 서술형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객관식 마킹을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답은 아는데 체크를 잘못해서 틀린 적도 많았고요. 밀려 썼는데 막 돌라고(달라고) 하더라고요.”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분위기다. 북한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학급과 담임선생님이 그대로인데 한국은 학년마다 바뀌는 데다 선생님이 학생과 친구 같은 분위기로 지내서 놀랐다고.
“북한에서는 선생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돼요. 떠들면 미나게(심하게) 맞아요. 게다가 ‘김일성일가 혁명’같은 과목 점수가 낮으면 큰일 나요. 다른 건 낙제점 받아도 되는데 그거 낙제 받으면 사상비판 받거든요. 심히 사상이 의심된다고요.”
역사 교과서도 한국과 상당부분 다르다.
“북한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개방을 주장한 명성황후는 ‘민비’라고 부르며 낮게 봐요. 또 유일한 우리의 첫 통일국가는 고려라고 강조하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담배는 형이 사다주세요”

북한에서는 술이나 담배에 대해서 미성년자를 제약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어린 나이 때부터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 오니까 통제 엄청 하더라고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20살 성인이 됐기 때문에 담배를 살 수 있었거든요. 형 담배 좀 사다줘, 그러면 얻어먹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하나 주고 하나 내가 피고. 하하.”
농담처럼 말했지만, B학생은 주변을 의식했는지 이내 ‘자주 사다주지는 않고 너무 달려들면(조르면) 해줬다’고 고쳐 말한다. 혹시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는지 물었다.
“건드리진 않았어요. 북한에서 왔다 하고… 고등학교 때는 제가 좀 무섭게 생겼었거든요.”
하얀 색 피부에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북한에서 ‘아이노꾸(혼혈)’라고 불렸다는 A학생은 자신의 연애담을 소개했다.
“남한의 여자 친구와 처음 만났을 때 왠지 속이는 기분이 들어서 제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미리 말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저에게 북한 사람이면 어떻고 남한 사람이면 어떻냐고 말해줘서 용기를 얻었어요.”
개방적인 한국 여성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는 데는 A학생, B학생 모두 공감했다.
“한국 오니깐 여자들이 술도 많이 먹고 취해 있고 남자 뺨도 때리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남한에선 남자들이 맞고 사는 건가?”
담배피는 학생들 남학생들이라 그런지 노출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다.
“사람 눈이라는 게 안볼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성추행범처럼 이상하게 보고 오해해서 당황한 적이 많아요. 북한은 핫팬츠도 없고 팔뚝정도나 노출하기 때문에 훔쳐볼 게 없거든요.”
북한이탈 여학생 C는 어느 정도 노출은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예쁘고 날씬하면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도 경험했다고.
“사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다이어트라는 거, 전 진짜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북한에서 마른 체형은 ‘가난하다’는 인식 때문에 좋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거꾸로 뚱뚱한 사람이 ‘없어’ 보이고, 매력도 없을 뿐 아니라 취업도 안 되는 현실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살을 뺐더니 말도 하지 않았는데 커피를 가져다주는 걸 보고 아! 다이어트를 하면 대접이 달라지는 구나, 생각했지요. 하하하.”

이들 세 청년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다. ‘청년실업’문제가 낯설지 않은 이곳에서 남한 대학생들과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집에서 용돈 한 푼 안 받고 장학금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A학생, 현재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B학생, 법학도인 C학생 모두, 비록 힘들고 어렵겠지만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을 갖고 좋은 선례를 남겨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길 바래 본다.

<글.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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