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바른 역사와 통일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장장 2개월에 걸쳐 전국 229개 지역에서 ‘2013 민주평통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왕 선발대회’ 예선전을 개최했다. 이 가운데 무려 1500:1의 경쟁률을 뚫은 영광의 결선 진출자 95명이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2013년 12월 22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대회는 EBS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되기도 했다.
불꽃처럼 뜨거운 눈빛과 가슴으로 ‘최후의 1인’에 도전한 퀴즈대회 현장을 소개한다.
퀴즈대회 시작에 앞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영상을 통해 “중학생들이 역사와 통일에 관한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역사·통일퀴즈왕 선발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여러분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영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중학생 역사·통일 퀴즈왕 전국결선대회에서는 삼지선다의 객관식 문제가 출제됐고, 정답과 순위가 실시간으로 집계됐다. 정답자가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게 돼 있어 막판까지도 순위를 내다볼 수 없는 게 묘미. 가장 먼저 100점을 돌파하면 ‘오늘의 퀴즈왕’이 되는 방식이다(10명 미만 정답시 10점, 11~20명 정답시 9점 … 91~100명 정답시 1점 부여).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대구 광주 전남 충남 충북 강원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95명의 출전자들은 비장한 각오로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첫 문제는 우리나라 국기의 깃 면의 길이와 너비의 비율을 묻는 것으로, 74명이 가볍게 ‘3:2’를 맞히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박찬봉 사무처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와 치열한 예선을 거쳐 올라온 결선 참여자들 모두 축하하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격려하며 문제를 출제했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동시에 UN에 가입한 연도를 묻는 질문에 신영일 아나운서가 “정답은 1991년”이라고 외치자 77명의 학생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다음 문제에서는 전원이 정답을 맞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정 및 공포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을 묻는 질문에 95명 전원이 ‘제헌절’이라는 정답을 맞힌 것. 이에 신 아나운서는 “최초로 몰표”라며 긴장했던 학생들을 폭소케 했다.
계속되는 퀴즈 풀이에 학생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더해지는 찰나, 환호가 나왔다. 바로 영상을 통해 걸그룹 시크릿이 등장한 것. 잠깐 보여준 뮤직비디오에 남학생들은 열렬히 환호하였다. 시크릿은 “볼펜을 뜻하는 북한말은 원주필, 그렇다면 보조개를 뜻하는 북한말은 무엇인가?”라고 문제를 냈다. 생소한 북한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볼우물’ 40명, ‘오목샘’ 38명, ‘오목볼’ 17명 등 의견이 많이 엇갈렸다. 정답이 발표되자, 여기저기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고 ‘오목샘’을 맞힌 38명의 학생들은 무려 7점을 획득하며 싱긋이 미소 지었다. 신영일 아나운서는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볼펜, 보조개의 북한말을 알려주며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북한에서 어떤 말을 쓰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답자가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이 퀴즈 규칙은 다음 문제 때 가장 큰 순위 변동을 일으켰다. 바로 삼국 통일을 완수한 신라왕의 본명을 묻는 질문. ‘김법민’이라는 답을 알고 있었던 27명 학생들이 8점을 획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시크릿에 이어 아이돌그룹 빅스타가 영상으로 문제를 내 이번에는 여학생들의 눈빛을 반짝이게 했다. 빅스타는 “6.25한국전쟁 때 전투 부대를 파견해 우리나라를 도운 나라는 모두 몇 개국일까요?”라는 문제를 던졌다. ‘16개국’이라고 정답을 맞힌 이들은 모두 78명. 이어 계속된 문제들도 모두 70명 이상의 학생들이 맞히며 저마다 각 지역 예선을 통과한 ‘통일 역사 인재’임을 입증했다.
선두그룹이 50점을 돌파하면서 공동 1등이 3명 나왔다. 제주 제일중 김성민 학생, 광주 서석중 최정배 학생, 부산 동현중 전성우 학생이 그 주인공들.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성민 학생은 “좀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54점 만점을 기록해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성우 학생은 “통일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래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었는데, 분단됐으니까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동 3위 세 사람을 비롯해 언제든지 점수를 뒤집을 수 있는 다른 학생들 모두 막판 스퍼트를 발휘해 문제에 더욱 집중했다. ‘936년 일리천 전투 당시 후백제를 이끌었던 인물은 누구일까?’라는 문제에 견훤 41명, 신검 52명으로 답이 반반 나뉘기도 했다. 학생들은 몰랐던 부분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되뇌면서 ‘퀴즈를 통해 공부한다’는 배움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대회 중간중간에 신 아나운서가 몇몇 학생들과 인터뷰 시간도 가졌다. 93번 황승범 학생은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과 우리나라의 스포츠팀을 합쳐서 올림픽에 나가면 금메달을 더 많이 딸 수 있고, 우리나라와 북한의 문화, 관광지를 합치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조곤조곤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44번 백희주 학생은 “TV에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이주해서 차별 대우 때문에 또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을 봤는데, 그런 차별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퀴즈와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 어느덧 결승전은 막바지를 향했다. 이번에는 개그맨 윤형빈이 출제자로 나섰다. “저는 어릴 때 퀴즈 대회 나갈 일이 없었는데, 여러분들이 멋있고 부럽다”며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그가 낸 문제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날’을 맞히는 문제였다. 답이 분분하게 나뉜 가운데 ‘11월 17일’을 선택한 40명이 7점을 획득했다.
마침내 승자를 가릴 시간. 광주 서석중 최정배 학생이 100점까지 단 2점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최정배 학생의 ‘퀴즈왕’ 등극이냐, 95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충남 장항중 구산하 학생의 극적 역전승이냐는 남은 한 문제에 달려있었다. 마지막 문제의 답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였다. 95명의 학생들이 마지막 정답을 입력했고, 광주 서석중 최정배 학생이 100점을 돌파하며, 역사 통일 퀴즈 최후의 1인이 됐다. 최정배 학생은 “신문 기사나 인터넷에서 본 것을 토대로 풀었더니 정답을 맞혀서 기뻤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역사와 통일에 더 관심을 갖고 외교관이 되어서도 우리나라 영토분쟁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더 많은 일을 할 생각”이라고 위풍당당한 소감을 밝혔다.
통일역사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및 통일의식을 심어주고 우리 역사와 통일에 대해 바로 아는 시간을 갖게 했다. 최후의 1인을 비롯해 결승전에서 함께 한 학생들, 예선전에서 불꽃 같은 기량을 보인 학생들 모두 저마다의 뚜렷한 소신으로 통일을 희망하고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통일 역사 인재’들로 성장할 것 같다.
<글. 백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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