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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말하다 | 포커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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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개성공단의 가치와 역할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nglish

이번 개성공단 잠정폐쇄 사태를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근본적인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다. 과연 남북간의 정치, 군사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교류협력사업은 추진할 수 없는 것일까. 경제협력과 같은 비정치, 비군사적인 부문에서의 협력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견인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치, 군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류협력을 단절시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이 질문들과 관련해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은 개성공단 규모가 북한 당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 변수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대립과 갈등의 군사적 요충지를 남북한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의 꿈을 실현하는 확실한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간 갈등과 대결의 국면에서도 추구해볼만한 남북경협의 모델임을 증명하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남북한 관계의 경색,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그리고 이에 따른 5.24 조치 등 개성공단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의 급격한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왔고, 오히려 느리지만 점진적인 발전을 해왔다.

사실 북한은 개성공단 경험을 통해서 남북경협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북한 체제유지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고 외화벌이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북한의 테크노크래트들은 우리 기업인들과의 대화과정에서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우리가 근로자 기숙사만 지어주면 북한 전역에서 인력을 데리고 와서라도 인력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표시했다. 또한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한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해왔고, 우리에게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은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경쟁력 요소로 평가받았다. 그간 개성공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노동력 부족 문제는 역설적으로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북한 노동력이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성과 같은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남북한이 대규모의 경제협력을 추진한 경험이 없었던 상황에서 남북한이 모두가 수용하는 시장경제 제도를 만들고, 공동의 관리조직을 설립하여 상당한 기간동안 운영해온 사실 자체도 커다란 성과일 뿐만 아니라 향후 보다 확대된 남북경협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개혁의 교두보 역할을 하며, 북한 주민들을 시장지향적 사업과 인센티브에 접하게 하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모델이었다. 적어도 우리 기업들과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안에서는 운명공동체로 엮여져 있었다.박근혜 정부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공약사항으로 내건 ‘개성공단 국제화’가 실현된다면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의 지혜와 역량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할 것이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개성공단을 지키고 활성화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와 입주 기업들의 의지와 자세가 더욱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교류 협력사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고 배우고 적응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이 없다면 분단에서 통일로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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