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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말하다 | 포커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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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1년, 북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영태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english

세습권력은 기존의 질서를 바꾸지 않으면서 불시의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기만 하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세습권력자는 아주 뛰어난 재능이나 리더십이 없이도 권력을 유지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 평범한 정도의 부지런함과 유능함만을 갖추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의외의 강력한 세력이 출현하여 그를 축출하지 않은 한 그의 권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권력의 안정을 위해 기존의 질서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해 진다.


그런데 우리는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북한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도 하였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다르다. 김정은은 아직까지 젊다. 서방교육을 받은 경험도 갖고 있다. 그는 소위 ‘유학파 신세대’다. ‘신세대’답게 그는 뭔가 의미 있는 변혁을 꾀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라는 희망을 갖도록 하였다. 특히, 김정은이 김일성 100돌(2012. 4. 15) 기념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개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증폭된 바 있다. 또한 2012년 4월 6일 그는 “경제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함으로써 ‘선군’을 넘어 ‘선경’차원의 경제개혁 가능성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불행하게도 이제까지 김정은의 실질적인 정책적 방향이 이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세습정권답게 아버지의 선군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선군정치적 기존질서가 보다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의 선군정치 세습은 단순한 의례적인 세습절차가 아니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정치적 판단을 적극 답습한 것을 의미한다. 체제의 안정을 위하여 김정은은 개혁보다 기존의 선군정치를 보다 발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는 아직까지 체제 안정에 취약한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같은 지도력을 갖출 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선군정치 통치체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김정은 스스로가 훌륭한 최고 군사지휘관으로서의 경륜을 갖추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 당국이 인위적인 군사적 긴장조성에 매달리고 있는 현상 역시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적 제재국면 속에서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은 보다 강화된 국제적 제재를 자초하였다. 그들은 국제적 제재 상황을 체제안정화를 위해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로 한반도를 전쟁상황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역시 취약한 김정은의 군사적 리더십 강화 차원에 나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향후에도 김정은 체제는 안정 혹은 불안정 상황에 따라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되풀이하는 군사적 행태를 지속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대남 군사도발을 보다 빈번하게 감행하여 군사적 긴장조성으로 체제결속을 다지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이 같은 군사적 도발이 되풀이되면 될수록 김정은 체제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확대되어 체제안정성이 심각히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체제의 붕괴는 국제적 고립의 심화에 기인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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