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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 함께 가는 통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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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콘티 작업, 해군 측과의 촬영에 관한 실무 회의, 3D 영상 및 컴퓨터그래픽 작업 준비 등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사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직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와의 미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실감합 니다.
저는 전후에 남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이북 출신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 나라의 한 많은 아픔을 영화로 만들려고 준비해왔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어느 지인과 대화 도중 연평해전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이후 자료를 조사하던 중 최순조 작가의 ‘연평해전’이라는 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책을 읽어가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사자들에 대한 슬픔, 자식과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의 뼈에 사무치는 아픔과 절규, 이러한 대한민국 땅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 등등이 마음 한 구석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 에 묻는다는 말이 있죠. 10년이 지나면 눈물이 마를 법도 한데, 아직도 그들은 자식이나 남편을 생각 하면 하염없이 눈물 을 흘립니다. 누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당시 쓸쓸히 잊혀져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 연평해전에 대해 기억하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나라를 위해 순국한 젊은이들에 대한 영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반공영화’ 라는 딱지에서 벗어나 실화에 대한 보다 미학적이고 영화 적인 컨셉의 전쟁영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영화를 보면 최근까지도 애국에 대한 영화들이 참으로 많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면서 자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애정을 갖습니다. 또한 ‘조국’은 자신을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며 지켜나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은연중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되는 것이죠.

참수리 고속정 357호 전사자 및 부상자들은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형제이며 자식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대신 싸우다 전사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들 또는 내가 그들 대신 전사할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 각자 나름대로의 가족이 소중하듯이, 유가족에게 있어서 그들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의 가족과 똑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땅 위에 살면서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는 일은 어쩌면 같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생각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정치보다는 인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정치적인 것에서 출발했다면 어쩌면 전 이 영화를 시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제 관심은 오히려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주나 자연 등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진보나 보수 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진보든 보수든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껴야 할 그 어떤 것에 대한 영화입니다.

연평해전 영화의 핵심은 희생, 아픔, 상처,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그 의미 등에 관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왜 그것이 민감한 사항이 되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이데올로기는 다를 수 있어도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와 태어난 땅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에겐 보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와 국방부, 해군 및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어 제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외부 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비춰져 투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는 상업성보다는 진정성에 호소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작된 것이 ‘클라우드 펀딩’입니다. 클라우드 펀딩이란 후원 금액에 따라 후원자에게 시사권이나 DVD 등의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미 해외에선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선 비교적 낯선 방식이었지요.

클라우드 펀딩은 시작한지 2일만에 2천여만원의 후원이 이루어졌고 결국 모금기한인 1개월이 채 되지도 않아 목표액인 1억을 초과 달성하였지요. 어느 고등학생이 보내온 5천원 상품권 후원을 받은 날은 그날 종일 내내 먹먹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진 2차 펀딩 역시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개봉 전 까지 계속 됩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계속되다보니 또 다른 이변이 나타났습니다. 많은 배우 및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게다가 전국의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이라는 단체에서 이 영화 의 부족한 제작비 마련을 위해 자발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는 영화 개봉 때까지 지속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거액의 투자액이 들어온 것보다도 이처럼 큰 국민적 응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이 더 민감한 사항이라고 봤습니다. 역사적 사건에서는 고증이 중요한데, 고증에 충실하다 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되고,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고증에 최대한 충실하되, 관객의 몰입을 고려해 주인공의 스토리가 흘러가고, 나머지 다섯 대원들 의 이야기가 병행되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과거에 악연을 갖고 있는 남한의 父子, 북한의 父子간의 이야기로 나누어집니다. 남한의 아버지는 고속정 정장이었고 북한 아버지는 간첩선을 타고 내려온 간첩이었는데, 남한의 아버지는 간첩선을 격침시킨 뒤 살아남은 간첩 한 명을 본부의 명령대로 사살하지 않고 생포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해군을 떠나게 되고 그후 30년 뒤에 서해 연평도의 NLL부근에서 남북한 아들들이 다시 전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32년 뒤 같은 날 전투를 벌이는 것, 그리고 해군을 떠나는 것은 팩트에 근거하며 나머지 부자간의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으로 발전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조국이란 무엇이며, 그 안에 사는 가족 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해전 부분
입니다. 이 영화는 특히 국내 최초로 전쟁영화를
3D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일반 2D에서 느껴지는
아픔이나 상처가 3D에서도 가능할까?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기술적으로 표현되어야 할까?
등의 고민은 다른 나라의 뒤꽁무니만 쫓는 기술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진취적인 영화기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국내 최초로 웅장한 해군 기지의 모습이 등장 합니다. 그리고 한상국 중사(당시 357호 조타장)를 수중에 서 인양하는 장면 등은 감동을 자아내는 장면이 될 것임을 자부합니다.

이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지요. 통일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꼭 통일이 될 거라고 믿고 요. 그래서 더 이상 이산가족이 없는 민족,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한민족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제3국으로 망명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나병필 기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