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통일을 말하다 | 포커스 ②

인쇄하기 확대 base 축소

북한경제와 북한의 선택: 개선공단과 외자유치(양문수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 english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공장을 짓고,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지 9년 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사업의 잠정중단과 북측 근로자들의 철수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9일부터 북측 근로자들은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공장의 조업은 중단되었다. 종전에도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남과 북은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였지만 통행을 제한·차단하는 선에 그쳤을 뿐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기존 남북간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다. 2003년에 발효된 ‘남북4대 경협합의서’, 2005년에 발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에서 약속한 사항을 스스로 깨버렸다. 북한 스스로 2002년에 만든 ‘개성공업지구법’에도 “공업지구에서는 투자가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고 명기했으나 이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렸다.




물론 현재의 국면은 개성공단 하나만을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북한은 미국정부 및 한국정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개성공단을 정치적 제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종전보다 나아진 것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실적이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사상최고치를 갱신하며 전년보다 5.4% 증가했다. 또한 북한을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고, 북한 인력의 해외송출도 상당히 늘어 외화수입도 꽤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식량생산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WFP/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은 전년대비 6% 증가했다. 또한 2010년 5월 이후 북한당국이 시장에 대해 계속적으로 유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이에 따라 물품 유통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5.24 조치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은 중단되었다. 남한정부에 의한 대북 인도적 지원도 2008년 이후 끊어진 상태다. 북중무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화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아울러 북한은 아직도 식량난,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물가와 환율의 움직임은 매우 불안하다.

북한 경제는 아직까지 1990년대 초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가 자생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북한 경제는 현재 위기의 장기화, 위기의 만성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몇 년 동안 북한당국은 인민생활 향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출범 1년째를 맞는 김정은 체제로서는 이른바 ‘경제 문제’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는 북한의 명백한 자충수이다.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도 아니지만, 북한의 이러한 막무가내적 행동에 쩍 벌어진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이게 결코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거나 투자를 타진하던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이 외자 유치, 특히 중국자본 유치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5·24 조치 이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더 높아진 북한은 현재로선 중국 자본 유치가 경제난 해소의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이다. 이달 초 열린 최고인민회의가 올해 무역의 다양화·다각화, 합영·합작을 적극 장려하고 경제개발구 창설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결정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투자가들을 대하는 북한당국의 태도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면 북한당국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대북 투자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된다. 북한 혐오증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북한 피로감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북한이 투자해달라고 매달려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투자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북한은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북한이 받을 경제적 타격은 북한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