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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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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제가 비록 외국인이지만 현 상황이 불안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 이유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역학관계를 비교적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소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다는 파힘은 정치학도답게 3월 이후 계속되는 북한 도발의 이유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일본, 그리고 초강대국인 미국까지 4개 나라의 허락 없이 북한이 도발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은 뻔한데, 이러한 상황은 중국도, 세계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동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동북아까지 불안정해지면 국제사회가 동요하게 되고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양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북한이 지금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중 에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북한의 기술력이 발달하게 되고, 그동안 미국이 제재하지 않으면 북한은 경고 없이 공격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경제,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김정은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많은 외국인 친구들한테 물어봤어요. 혹시 남한에 있으면서 북한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느냐? 사실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알기로는 말없이 그냥 떠난 원어민 강사들도 많았다고 해요. 아프간이나 외국인 친구들도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혹시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뭘 해야 하나, 남한을 어떻게 탈출해야 하나 문의한 친구들도 상당수 있고요."

파힘은 자신의 가족들조차도 이번에는 상당한 동요를 보였다고 한다. 북한에서 말하는 ‘태양절’ 하루 전날 어머니가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파힘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한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요, 어머니. 북한은 절대 도발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학교에 가야하구요. 결석하면 점수 못 받으니까요.(웃음)"

"외국 언론을 비롯해 세계가 남북한간 긴장관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항상 있어온 일이라서 신경을 안 쓴다고도 하고, 북한은 핵을 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북한이 끝까지 능력을 갖추지 못할까요? 북한의 기술력이 강화되면 언젠가는 위협이 될 것입니다."

파힘은 현재 북한의 태도를 ‘경제적 위기’ 때문으로 보고 있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화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북한의 식량지원,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계속 모니터링을 하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동북아 지역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미·중·일·러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파힘은 남한 사람들이 접하는 북한은 북한이탈주민이나 다큐멘터리, 외국뉴스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정말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려면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준비를 해냐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위해 장기적인 정책과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하는 일이 한국인 모두의 동의하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통일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남한 내에서도 대북 문제에 대한 입장이 대립하고 있잖아요?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와 남한 내 갈등, 분열은 통일의 길을 더욱 멀게 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하게 되면 싼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 기업들의 경제활동 증가 등 잇점이 많을 것 같아요. 비록 통일 초기에는 남한 경제가 어느 정도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꾸준한 준비가 이뤄지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러한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2004년에 한국에 왔는데 계속 살다보니까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간에 문화적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한국에서는 가장인 아버지가 식사를 하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숟가락을 들지 않잖아요? 아프간도 그렇습니다. 또 아버지는 주로 밖에서 일을 하고 엄마가 가정 내에서 자녀 교육을 담당하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도 5천년, 한국의 역사도 5천년이고 과거 한국의 종교가 불교였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도 이슬람이 들어오기 전에는 불교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국이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아프카니스탄과 비슷하게 내전의 상흔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이 35년 넘게 전쟁을 하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겪었던 것처럼 한국도 3년 동안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하면서 분단이 되고 가족을 잃거나 그들과 헤어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양 국가가 모두 전쟁경험을 갖고 있고 현재 상황도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 기자희>

네잠 파힘(Nezam Fahim)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4학년)에 재학 중이며,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엄친아’. 현재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지원 통역사 및 한국국제협력단 (KOICA) 아프가니스탄 초정 연수 지원 통역사 등 통역 및 번역 업무를 학업과 병행하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유머 감각으로 MBC ‘우리결혼했어요’, KBS ‘쾌적한국미수다’, SBS ‘미소코리아’ 등에 TV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25살이며 대사관에서 요리사로 재직 중인 아버지를 따라 전 가족이 한국에 왔다. 외교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 졸업 후에는 외교부 등 한국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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