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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호 > 기획연재

기획연재 / 통일친화적 사회 만들기

통일교육의 내실화
‘마음의 통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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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어린이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남한 어린이의 소망이 적힌 메시지. 경기 파주시 임진각.

박근혜정부는 경제 부흥, 문화 융성, 국민 행복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에 포함시켰다.
통일이 국정기조에 포함된 것은 김영삼 정부 이후 처음이다. <통일시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한국 사회가 통일친화적 입장에서 추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통일친화적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통일친화적 국제 환경 조성 위한 통일외교 전략’에 이어 기획연재 세 번째 주제는 ‘통일교육의 내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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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궁극적으로 남북한 주민들 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상이기에 통일교육 그 자체가 통일을 가져오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정치적 결단의 기초를 이루는 가치나 태도의 형성은 통일교육을 통해 가능한 것이기에 통일을 실현하는 데 통일교육은 매우 중요한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어느 한쪽에서 상대방을 적대시하거나 수용하고 승인하지 않으려는 방식의 교육을 강행한다면, 설령 통일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주민들 간의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습관적으로 자행되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개정, 대학 재정 지원을 담보로 한 정부의 각종 사업 시행으로 말미암아 통일교육의 근간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훼손당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학 진학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리고 대학 재정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초·중등학교나 대학에서 통일교육은 마땅히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예비 교사들이 통일교육에 관련한 교과목을 대학에서 이수하지 않은 채 교육 현장으로 배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들은 통일교육을 가장 어렵고 다루기 힘든 교육의 하나로 인식한다.

통일교육은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과 결심 속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교육이다. 달리 말해 통일교육은 정권의 이념과 색채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는 가운데, 국민적 합의에 근거한 일관된 원칙과 방향에 입각해 지속성 있게 이뤄져야 할 기본교육이 되어야 한다.

통일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지금 당장 시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통일교육의 내실화 혹은 활성화를 위한 수많은 효과적인 방안들이 지금까지 많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제기돼왔기에 여기서는 그러한 논의들을 중복해서 다루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사항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통일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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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이탈주민 청년들과 남한 청년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북한 사정을 듣고자 만든 커뮤니티 ‘북남살롱’.

통일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조건들 가운데 하나는 통일교육의 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고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통일교육을 정부의 정책이나 강령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로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통일교육지원법’ 제2조에 따르면, 통일교육은 모든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평화적 통일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태도를 형성해나가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교육은 통일 과정 및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교육적 투자이다. 통일교육은 우리 국민들이 능동적인 참여와 책임감을 가지고 통일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준비시키기 위한 통일 준비 측면과 더불어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민주적 절차와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통일 이후 대비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달리 말해, 통일교육은 통일을 이룰 때까지는 통일국가 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통일 이후에는 통일국가의 국민으로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교육은 남북한이 사실상의 통일 상태로 가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능력을 갖게 한다는 측면과 함께, 제도적 통일 이후 마음의 통일, 즉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능력을 길러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또한 통일교육은 단순히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계도성 교육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과 통일교육지원법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는 합법적인 교육 활동인 것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자

교육과정은 사회적 요구, 학습자의 요구, 관련 학문의 동향 등을 근거로 설정된다. 통일교육 또한 동태적인 통일 환경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반영이 통일교육의 목표와 내용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교육의 기본 방향과 목표, 내용 체계가 일순간에 바뀌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교육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중에서도 제일 심각한 것이 바로 북한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 북한은 현실적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계 대상인 동시에 우리와 함께 통일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의 이중적 속성 가운데 어느 한 속성만 배타적으로 강조되다 보니 우리의 대북 인식에서 혼선이 생기고 국민들 사이에 심각한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통일교육의 목표와 내용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자유와 인권, 평화, 정의, 민주주의, 관용 등과 같은 기본 가치들은 통일교육의 목표와 내용에서 절대 변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기본적 가치들은 우리가 통일을 염원하는 한 절대 변해서는 안 되며, 일관성과 체계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한편 통일교육에서 변해야 할 것도 있다. 이를테면 통일의 당위성 논리는 시대 상황과 학습자의 요구에 맞춰 통일의 유용성 논리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원래 같은 민족이기에 반드시 통일을 이룩해야만 한다는 당위성 논리는 통일이 가져다 줄 이득과 혜택에 근거한 유용성 논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통일교육의 방법 역시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전수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에 의한 현장 체험과 다양한 학습 경험을 중시하는 방식, 통일 문제에 대한 자기 나름의 관점 형성과 심층적 이해를 증진하려는 방식 등으로 변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적 구성이 다문화적 특성을 보임에 따라 통일교육의 외연을 넓혀나가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나와 다른 인종, 민족, 종교, 젠더(성)를 지닌 사람들과 다르게 그러나 평등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의 새로운 국가에서 책임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존재하고 행동하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새로운 생활 역량(Life Competency)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문화 역량’을 함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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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임진각 철책에 통일 염원을 담은 메시지로 만든 대한민국 지도가 걸려 있다.

원래 ‘간문화 역량(Intercultural Competency)’은 언어적, 문화적으로 자신과는 상이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그리고 적절하게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들의 복합체를 의미한다. 간문화적 역량을 가진 사람은 자신과는 상이한 소통 방식과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적응력, 간문화적 상황에서 적절한 소통 방식과 행동 방식을 선택하는 인지적 유연성, 타 문화에 대한 공감과 민족상대주의적(Ethnorelative)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간문화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

이러한 간문화 역량은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에서 ‘다양성 안에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게 해준다.

우리는 오랜 기간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자긍심의 한 원천으로 여기며 살아왔기에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 경향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해외여행객 및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외국인들과의 교류 및 협력 경험 확대,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이전에 비해 자민족중심주의적인 경향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북한이탈주민이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여러 설문조사 결과에서 일관되게 한국인의 북한이탈주민 및 외국인에 대한 태도가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한국인의 자격 요건으로 혈통과 문화보다는 정치적 소속감과 의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통상적이거나 인지적인 측면에서 북한이탈주민이나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다소 개선됐다고 하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주자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동료나 친구,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긍정적이지만 혈연이나 가족 관계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족중심주의는 간문화 역량의 발달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동시에 자민족중심주의는 남북한의 통일 과정 및 통일 이후의 국가에서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의 과정 및 통일 이후의 새로운 국가 체제하에서는 자신과는 다른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과 효과적이며 적절하게 소통하며 기능할 수 있는 성숙한 간문화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왜냐하면 우리와는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북한 주민, 북한이탈주민, 외국인들의 문화와 인권을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가운데 그들을 상생과 공영의 대상으로 인식해 서로 이해, 존중,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가 보일 때 진정한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해주는 간문화 역량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 국민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통일 역량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교육을 통해 국민들이 간문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통일교육을 통해 문화의 역할과 타 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지식을 갖는 것, 문화적으로 상이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세계관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 차별과 문화적 억압에 대한 적절한 개입전략과 기법을 계발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photo 추병완 춘천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서울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다문화사회에서의 반편견 교수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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