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호 > 글로벌 평통
글로벌 평통 / 김동석 민주평통 상임위원
199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시민참여센터는 한인 유권자 투표 참여 운동,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과 기림비 설치 등을 이끌어내며 풀뿌리 정치 참여 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다. 이 센터를 설립한 김동석 민주평통 상임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재미동포들의 권익 신장과 한반도 통일을 위해 힘쓰고 있다.
•올 초 미국 내 한인사회는 연이은 경사에 환호성을 올렸다. 1월 15일과 16일,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 차례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121 결의안)’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됐고, 다음 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했다. ‘2007년 7월 30일 하원의 121 결의안 통과를 주목하고, 국무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이 결의안을 해결토록 독려할 것을 촉구한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의미가 크다. 2007년의 연방 하원 121 결의안이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사실이니 일본 정부는 사과하고 보상하고 교육시킬 것’을 결의한 것이라면, 이번 법안은 미 국무부 장관에게 ‘예산을 가져다 쓰고 121 결의안이 어떻게 실행됐는지 보고하라’는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월 23일에는 ‘동해·일본해 병기’ 법안이 미국 버지니아 주 상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2월 6일 하원에서도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버지니아 주에 이어 뉴욕·뉴저지 주 한인사회가 ‘동해 병기 법안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 나섬으로써 이 운동이 각 주를 넘어 연방 차원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 쾌거를 묵묵히 지켜보며 다음 전략을 세우는 데 분주한 이가 있다. 바로 민주평통의 김동석(56) 상임위원이다. 그는 미국 시민참여센터의 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치러집니다. 이는 곧 연방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미국 연방정부가 ‘동해 병기’로 선회한다면 2017년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도 명칭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수록 이 법안의 통과를 막으려는 일본의 로비도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조용히 이 운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김 상임위원은 ‘조용히’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올 초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 주) 주도로 예산안에 ‘위안부 결의안 이행 법안’이 삽입된 것을 일본 측은 까맣게 몰랐다. 그만큼 은밀하고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당시 워싱턴에 머물던 김 상임위원은 “솔직히 통쾌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이행 법안이 올해 예산안에 들어간 것은 마이크 혼다 의원이 세출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또 민주당 하원선거대책위원장인 스티브 이스라엘 하원의원(뉴욕 주)이 혼다 의원과 협력한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스라엘 의원의 지역구에는 한인 유권자가 1만5000명가량 됩니다. 그들이 이스라엘 의원에게 121 결의안 이후에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으니 재결의안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하자 지난해 9월 초 혼다 의원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혼다 의원은 재결의 대신 행정부가 이를 실행하게 만드는 방안을 궁리하자고 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통과된 이행 법안입니다.”
중간선거에서 한인 결집력 보여줘야
요즘 김동석 상임위원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일은 ‘혼다 의원 지키기’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가 지역구인 7선의 혼다 의원이 오는 6월 민주당 예비경선을 앞두고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는 인도계 변호사가 엄청난 후원금을 모으며 혼다 의원을 압박하고 있는 것. 김 상임위원이 “평화주의자인 혼다 의원을 미주 한인들이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라며 각종 후원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김 상임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와서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1년 뉴욕은 한인사회와 흑인 간의 갈등이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1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지만, 그와 유사한 상황이 뉴욕에서 먼저 일어날 뻔했다. 이때 그는 30대 초반의 학생 신분으로 한·흑 중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미국 내 유색인종의 지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소수계 중에 소수인 한인들이 정치력을 결집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1992년 일어난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계기로 한인유권자센터(시민참여센터의 전신)가 그의 주도로 설립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재미동포 유권자 등록과 투표 참여 운동이었다. 1990년대 중반 한인사회의 투표율은 10%도 되지 않았으나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는 60%대까지 치솟았다. 한인 유권자가 늘어나니 각 후보들이 한국어 매체에 돈을 들여 정치 광고를 내기 시작했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용지에 한국어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와 함께 지역 선출직에 한국인이 당선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시민참여센터에 등록된 뉴욕·뉴저지 주 한인 유권자 수는 3만2000여 명에 이른다. 올해는 유권자 80% 등록률, 80% 투표율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평통 미주지역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 ‘통일 안보’에 대한 강연을 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전략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한 뒤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은 박 대통령의 통일전략을 미국의 국익과 일치시키는 논리를 개발하고, 특히 워싱턴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주 한인 2세들의 정체성 교육에 힘써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직접 미국 정치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2세들의 민족적 정체성 교육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정체성이 확고한 2세들이 미국의 요직에 들어갈수록 한국의 역량도 커집니다. 차세대 교육은 한국 정부의 몫이며, 이를 투자라고 생각해주기 바랍니다. 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 중국은 경쟁적으로 자국계 미국인을 교육시키는 데 투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