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호 > 먼저 온 통일
먼저 온 통일 / 북한이탈 청소년 멘토링 사업
통일 미래세대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평통이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깨동무하기’ 사업은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2 대 1 멘토-멘티 관계로 맺어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가족 동반 탈북의 증가로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 청소년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4년 1월 기준으로 초·중·고생에 해당하는 북한이탈 청소년은 1810명, 대학생에 해당하는 20~29세 청년은 1323명이나 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남한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다는 것이다.
민주평통이 추진하고 있는 ‘어깨동무하기’ 사업은 북한이탈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하고자, 민주평통 자문위원과 이들 청소년 간에 2 대 1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줘 개개인에게 맞춤형 멘토링을 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어깨동무하기’에 참여할 멘토와 멘티를 모집한 결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00명의 북한이탈 청소년과 770명의 자문위원이 참가를 신청했다.
신은숙 민주평통 위원활동지원국장은 “지난해 11월 25일 운영·상임위원회 합동회의 개최 시 박근혜 대통령께서 ‘북한이탈 청소년들과의 결연을 통한 정착 지원 활동에 민주평통이 앞장서달라’고 당부하신 것을 계기로 이 사업이 추진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어깨동무하기’ 사업은 민주평통의 지역협의회가 중심이 돼 지역 밀착형, 또래 중심의 정서 공유형 멘토링을 추구한다. 또 안정적, 지속적 멘토링을 위해 멘티 1명에 멘토를 2명씩(정·부 멘토) 배정해서 한 명의 멘토가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도 멘토링이 단절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4월 21일과 22일(경기 용인시 현대인재개발원), 4월 24일과 25일(세종시 홍익대 국제연수원) 두 차례에 걸쳐 ‘어깨동무하기 멘토 아카데미’가 열렸다.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인사말에서 “당초 멘티 200명에 멘토 400명을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했는데, 참가 의사를 밝힌 자문위원이 800여 명에 이를 만큼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면서 “이번 연수를 통해 준비된 멘토들이 양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수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강사들의 사례 중심 교육, 북한이탈 청소년들과의 대화, 심리상담 기법 및 사례 연구, 실제 멘토링 계획서 작성과 발표 등 실전 중심으로 짜인 것이 특징이다. 또 교육 전 과정을 이수해야 멘토 자격을 부여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강조했다.
‘탈북 청소년의 이해’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강연을 맡은 곽종문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의 가족관계를 보면 편모 48%, 편부 5%, 무연고 25%, 양친 14%인데, 양친이 있더라도 남한 입국 후 57%가 이혼을 해서 자녀들은 혼란과 불안감을 느낀다”고 설명하고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이질화된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 장애와 교육 공백에 따른 기초학력 부진 등의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무연고 청소년들 중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진 ‘멘토 경험 사례 발표’ 시간에 김기영 서울 강남구협의회 자문위원이 ‘탈북 대학생 한설송과의 추억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1년간의 멘토링 경험을 들려주었고, 이화여대 대학원생인 신수경 씨가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초등 1, 2학년 남매에게 학습지도를 하면서 체득한 멘토의 자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애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김영일 대표는 “북한에서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그것을 인정하면서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맞춤형 학습 지원과 문화 활동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의 강윤희 교무팀장은 “처음 멘토가 되면 아이들이 시간 등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당황할 것”이라며 “멘토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첫째도 인내, 둘째도 인내, 셋째도 인내”라고 했다. 또 일반학교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청소년 졸업생을 다수 배출한 바 있는 서울 삼정중학교의 이돈집 교사가 ‘탈북 청소년 멘토링 기법 및 사례’를 발표했다.
연수 둘째 날에는 4명의 북한이탈 청소년의 정착 성공 사례 발표와 분임 토론, 여명학교(북한이탈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교사·재학생들과의 대화, 전명희 한동대 상담심리학부 교수의 심리상담 기법 및 사례 발표, 공용철 KBS 심의국장의 ‘북한 실상과 탈북 청소년의 성장 환경’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연수 전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은 김희선(38) 경기도청년위원회 간사 겸 시흥시 청년위원장은 “그동안 지역에서 쌀 봉사로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해왔지만 멘토링은 처음”이라며 “아무리 자원봉사라 해도 선의의 행동조차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 순조롭게 정착해 통일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명한 통일 준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