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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고 “미사일 위력과 핵 억제력을 가일층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연일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조성하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나오면 반발 성명을 낸 뒤 핵실험을 실시해온 북한의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지 살펴보고, 핵실험 이후 한반도 통일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 지난해 12월 12일 장성택 숙청 과정을 보고 전 세계가 경악했다. 2월 17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는 인도에 관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 수령과 국방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 책임을 물을 것을 유엔에 권고했다.
2013년 3,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북한은 2013년 3월 11~21일 실시된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용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북한의 강공 드라이브는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3월 5일), ‘서울·워싱턴 불바다’ 위협(3월 6일),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선언(3월 8일), ‘미사일·포병부대 1호 전투근무태세’ 선언(3월 26일), 군 통신선 단절 통고(3월 27일), 한국 직원의 개성공단 출경 차단(4월 3일),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철수(4월 8일) 등으로 이어졌다.
2014년 3, 4월도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북한은 2월 하순부터 90여 기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한 데 이어,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는 시간에 2기의 노동 미사일을 발사했고(3월 26일), 유엔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통해 이를 규탄했다(3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날아가 ‘인도적 사업’, ‘민생 인프라 구축’,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협력 사업’ 등 3대 대북 제안을 발표했지만(3월 28일), 북한은 ‘잡동사니들을 긁어모은 것’으로 폄하했다.
이어 북한은 3월 31일 ‘사격훈련’을 빌미로 서해 5도를 향해 50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고, 100여 발이 한국 해역을 침범했다. 그리고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3월 31일). 북한의 이동일 유엔 차석대사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면 북한이 ‘핵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다”(3월 24일)고 한 데 이어 “미국이 핵위협을 지속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핵실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4월 4일). 이어 북한 국방과학원이 “누가 뭐라고 하든 미사일 위력과 핵 억제력을 가일층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4월 7일).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은 늘 일정한 패턴에 따라 실시됐다.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조성해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를 채택하거나 의장성명을 발표하면 북한 외무성이 강력히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서 핵실험을 실시했다. ‘미사일 발사→유엔 제재→북한 반발→핵실험→유엔 제재’로 이어지는 과정은 2006년, 2009년 그리고 2013년에도 반복됐고,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 후 1~3개월 안에 실시됐다. 핵실험 여부는 북한 지도부가 국내외 여건들을 종합해 최종 결심하겠지만, 이번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2014년 중반 이전에 제4차 핵실험이 실시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긴장을 조성하는 배경
북한이 전쟁 위협, 핵실험 등 ‘대형사고’를 칠 때에는 항상 여러 방향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미국을 향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협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2003~2008년 진행된 6자회담에서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이 ‘핵보유 기정사실화’였다. 그래서 늘 “인도처럼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메시지는 중국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핵에 반대하면서도 국제무대에서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RSC, Reasonable Security Concerns)’를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을 두둔해왔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핵보유를 강행하더라도 북·중동맹은 깨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핵개발 행보를 계속한다. 특히, 이번의 긴장 조성에는 ‘키 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에 강력히 맞대응함으로써 핵실험 명분을 축적하고자 하는 동기가 엿보인다. 당연히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탄하고 북한 지도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에 대한 반발도 포함돼 있다.
한국을 향해서는 비대칭 위협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북한 체제의 소멸과 시장경제 원칙하 통일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불쾌할 수 있으며,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발표한 3대 대북 제안은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파격적인 양보를 기대했던 평양 정권에는 불만족스러웠다.
물론, 북한이 한국의 통일론을 시비하는 것 자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북한은 공공연하게 노동당 규약에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을 명시하고 있고, 군대와 주민에게 ‘남조선 혁명’ 전략을 주입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방위적 사이버 공세를 취하고 있다. 5·24 조치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의 원인을 제공한 것도 북한이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대내용 메시지다. 현재 북한은 외형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권력 엘리트 간에는 불신이 팽배해 있고 경제 전망도 어둡다. 현 상태에서 북한 정권이 믿어야 하는 것은 군대와 핵 그리고 미사일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긴장 조성에는 정권의 안정성과 체제의 생존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라는 측면이 적지 않다.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핵개발 과정이나 핵 집착의 강도를 종합하면 몇 가지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첫째, 고농축 우라늄탄을 실험하고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제1세대 핵폭탄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으로 만들어지는데, 플루토늄탄은 핵분열의 효율성에서 우라늄보다 우수하다. 1945년 히로시마 원폭(Little Boy)의 경우 64kg의 고농축 우라늄 중에서 0.8kg만이 분열반응을 일으켜 1.38%의 효율에 그쳤다. 반면, 플루토늄탄인 나가사키 원폭(Fat Man)은 6.3kg의 플루토늄 중 1.18kg가 분열반응을 일으킴으로써 18.5%의 효율을 기록했다. 한편 고농축 우라늄은 분열반응의 신뢰성이 높아 핵실험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관리가 용이하다. 원자로 연소 과정을 거쳐야만 생산되는 플루토늄과 달리 고농축 우라늄은 우라늄을 농축하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이 짧고 은폐가 용이하다. 북한은 2600만 톤의 양질의 우라늄 매장량을 가지고 있고 가채량만 400만 톤에 이른다. 북한이 우라늄탄을 개발하면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대량생산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야 한다.
둘째, 제1세대 핵분열탄과 제2세대 핵융합탄(수소폭탄)의 중간 과정, 즉 1.5세대 핵폭탄이라 할 수 있는 증폭분열탄을 실험할 가능성이다. 증폭분열탄은 분열탄에 융합탄의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해 융합 기능을 가미함으로써 폭발력을 수 배 이상 높인 것으로 소형화, 경량화에 용이하다.
셋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수소폭탄과 관련한 능력을 과시할지도 모른다. 수소폭탄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가벼운 원자핵들(중소수와 삼중수소)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중성자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핵폭탄으로, 제1세대 원폭의 수십 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삼중수소의 추출이 기술적으로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성공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존의 핵보유국들이 제1세대 원폭 보유 후 3~7년 이내에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2010년 5월 12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핵융합 실험 성공’을 선언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에 접근한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동시다발식 핵실험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동일한 시기에 6, 7회씩 핵실험을 했지만,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은 채 핵병기들을 제조, 관리하고 있다. 북한도 핵탑재 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 한꺼번에 핵실험을 시도할지 모른다.
당근과 채찍 포함한 특단의 조치 강구해야
통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만들어가는 통일’로서 북한의 ‘착한 변화’를 유도해 합의통일을 이루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비하는 통일’로 북한의 붕괴로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이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며, 그 연장선에서 ‘만들어가는 통일’을 모색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재확인한 측면도 있다. 신뢰 프로세스란 상호 간 신뢰를 축적해나가자는 것으로 남북이 동참해야 하는 ‘행동규범(Code of Conduct)’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비정치적, 비군사적 분야의 교류협력을 우선적으로 제안한 것에는 북한에 대해 신뢰 프로세스 동참을 호소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는 대신 긴장을 높이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기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걱정하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조치들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다섯 개의 안보리 제재 결의가 작동하는 중에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핵 문제는 갈 데까지 간 것이나 다름없다. 국제사회가 단순히 또 하나의 안보리 결의를 추가하는 ‘평범한’ 대응만을 강구한다면 이는 문제의 심각성에 부합하는 조치가 되지 못한다. 당연히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당근과 채찍’을 포함하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동참하도록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대화 노력과 확고한 안보는 결코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