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호 > 해외지역회의
해외지역회의
제16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지역회의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대박 나는 통일시대, 함께하는 통일 준비’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행사에는 미국 내 15개 지역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 750여 명이 참석해 통일특강과 분임토론, 통일안보 현장 시찰,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 등을 하며 3박4일의 꽉 찬 일정을 보냈다.
•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통 제16기 해외지역회의에는 미국 15개 지역협의회 자문위원 745명과 동반 가족 126명을 합쳐 87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서 미국 15개 지역협의회 자문위원들을 대표해 개회사를 한 김기철 미주부의장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자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애도의 뜻을 먼저 표했다. 이어 “국가적 재난이라 할 시련 속에서도 이젠 통일이 진정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각 지역협의회에서는 한인들의 정치적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유권자를 늘리고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탈 청소년의 유학 지원,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 홍보, 북한 바로 알리기 등 여건에 맞는 창조적인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소개했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은 ‘통일 대박, 지구촌 평화·번영의 시작 - 두 개의 북한 : 김정은의 북한과 2500만 동포의 북한’이라는 긴 제목으로 50분간 이어졌다.
“1년여 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2주 앞두고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끊임없는 도발과 협박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대화에는 대화, 도발에는 가차 없는 응징’이라는 원칙과 일관성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고수해 북한이 도발하면 협상하고 보상해주면 다시 도발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대통령의 원칙과 일관성을 믿고 국민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까닭입니다.”
현 수석부의장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씀을 인용하며 “통일의 순간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통일을 이룰 준비가 돼 있는 민족이다”라고 하자 회의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해외 자문위원들이 2년에 한 번씩 모국에 모여 토론과 발표로 이어지는 빡빡한 회의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첫 번째 목적이라면 통일 준비 과제에 대한 인식 공유와 16기 출범 이후 사업 점검 및 향후 활동 방향 모색이 두 번째, 세 번째 목적이다.
이번 행사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박 나는 통일 시대, 함께하는 통일 준비’라는 슬로건 외에도 ‘원칙 위에 세운 신뢰, 통일 대박 꽃 피운다’, ‘우리가 뿌린 통일씨앗, 후손에게 통일열매’ 등 보조 슬로건을 앞세워 일반 국민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통일 준비 사업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박찬봉 사무처장이 2014년 민주평통 주요 업무 보고를 했다. 박 사무처장은 제16기 활동 목표인 ‘국민 통합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5대 활동 방향으로 △정책 건의 성과 제고 △국민 통일역량 결집 △국민 대통합 탈북민 지원 △통일 미래세대 육성 △국제사회 협력 기반 강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재외동포사회의 통일 에너지를 결집하고 민간외교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제사회 협력 기반 강화’ 활동에 대해 해외 자문위원들의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올해는 7월 중국 상하이, 10월 독일 베를린과 미국 워싱턴에서 평화통일포럼이 열릴 예정이며, 재외동포사회의 거점도시에서 총 20회의 해외 대북정책 강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 해외 청년·여성위원 컨퍼런스를 통해 자문위원들의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통일역량을 제고하는 것도 역점 사업 중의 하나다.
또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의 국정보고는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통일시대를 위한 정책 추진 방향과 과제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시간이었다. 류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의 의미에 대해 “과거에는 교류협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통일이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접근한 측면이 있다면 이번 드레스덴 구상은 교류협력과 통일을 연결시킨 것”이라며 “체제와 제도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하나 될 수 있는 진정한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류 장관이 “통일이 되려면 남북관계, 국제관계, 국내의 통일 준비라는 세 개의 바퀴가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국제관계의 바퀴를 굴리는 데 여러분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자 해외 자문위원들이 일제히 박수로 호응했다. 또 ‘통일친화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젊은 세대의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이들에게 뭔가 가르치려 하지 말고 ‘통일을 주제로 놀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통일 환경 변화와 외교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현재 우리의 외교 환경에 대해 “냉전시대는 진영 논리에 의해 움직였으나 지금은 어느 이슈 하나도 일차방정식으로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면서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엄중한 상황이자 한반도 및 동북아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행복, 한반도 행복, 지구촌 행복’이라는 박근혜정부의 외교 비전과 평화통일 신뢰 외교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통일 준비 아이디어 쏟아져나온 분임토론
이와 같은 통일 환경 변화에 조응하면서 민주평통 16기의 활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 자문위원들은 다음 5가지 분야에 대해 토론과 정책 건의를 했다. △민간 통일외교·공공외교 추진 성과와 방향 △해외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지원방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재미동포의 역할 △국제 NGO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교류 추진방안 △재외동포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 역사·통일교육 방향을 놓고 15개 지역협의회별로 토론을 한 뒤 해외지역회의 사흘째에 활동계획 발표를 통해 공유했다.
워싱턴협의회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DC를 끼고 있는 만큼 미국 주류사회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소개하고, 그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덴버협의회는 한국의 통일이 왜 미국에도 필요한지를 널리 알리는 민간 통일외교 사업을 제안했다.
한편 북한 탈출 후 제3국을 거쳐 미국에 입국한 사람(망명 지위 인정)이 150여 명,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간 사람이 250여 명에 이르는 등 미국 내 북한이탈주민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정착 지원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협의회와 시카고협의회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재미동포의 역할에 강조점을 두었고,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는 북한이탈주민의 영주권 취득 및 신분 보장, 언어 및 직업 문제의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댈러스협의회는 ‘통일 영화의 밤’ 개최 및 북한이탈주민 친구 만들기 캠페인 등 감성에 호소하는 통일운동을 제안했고, 애틀랜타협의회는 북한이탈주민 및 불우이웃돕기 모금 운동의 성과를 발표했다. 시애틀협의회도 북한이탈 청소년 장학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보스턴협의회는 북한이탈주민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이탈’이 부정적 의미가 있음을 지적하고 대신 ‘자유 이주민’이라는 공식 명칭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차세대 통일교육도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필라델피아협의회는 남부뉴저지, 델라웨어, 중앙펜실베이니아지역 약 24개 대학 3000명가량의 대학생들에게 통일교육을 실시해 청년세대를 통일운동에 동참시키는 방안을 제시했고, 로스앤젤레스협의회는 한인 1.5세대와 2세대 가운데 한국 방문 경험이 있고 한국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는 중·고등학생 15명을 1기 주니어 민주평통 명예위원으로 선발해 통일교육을 실시한 성과를 발표했다. 휴스턴협의회도 오는 6월 통일골든벨 및 북한 인권 사진전을 통해 차세대에게 통일에 대한 책임감을 고양할 계획을 밝혔다. 마이애미협의회는 한인 2세 통일 전문가 육성 및 차세대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2030 한국계 미국인 네트워크 구축의 밤’ 행사와 청소년 통일 캠프를 진행할 계획을 소개했다. 그 밖에 하와이협의회의 ‘맞춤형 해외 통일꿈나무 바로 가꾸기’ 사업, 샌프란시스코협의회의 ‘유튜브 접목 통일장학생 선발 대회’ 등의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미국 내 200만 한인은 공공외교의 중심
자문위원들의 통일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특강도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신창민 한우리통일연구원 이사장의 ‘통일은 대박이다!’, 김동석 뉴욕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민주평통 상임위원)의 ‘재미한인의 공공외교’,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의 ‘소통과 예술’ 강연이 있었다. 특히 김동석 상임위원이 “공공외교란 정부를 거치지 않고 국민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서 공동의 이해를 만들어 그 폭을 넓혀나가는 방식”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미국 내 200만 한인들은 정말 중요한 국가자산”이라고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김덕찬(58·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 자문위원은 “예년보다 참석한 해외 자문위원들이 더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통일에 대한 체감온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면서 “미국에 정착한 지 41년이 됐지만 함경도가 고향인 86세의 노모는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신다”고 통일 염원을 밝혔다. 이번 회의에 처음 참석한 남수연(28·댈러스협의회) 자문위원은 “조태열 차관의 강연을 듣고 미국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통일 준비 사업이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돼 힘을 얻었다”면서 “여섯 살 때 이민을 가서 한국을 알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민주평통 자문위원이자 차세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16기 해외지역회의에 참가한 745명의 자문위원들은 ‘통일 대박’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다양한 정책 건의들이 실제 통일 준비 활동에 반영돼 진정한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