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이다. 한반도의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북한 핵무기의 존재는 남북한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번영의 미래를 향해 가는 데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그동안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와 그것을 통한 한반도 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 결과 신년 초부터는 통일담론이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언급한 후부터, 3월 말 핵안보정상회의 및 독일 방문을 통해 통일에 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통일’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범국민적인 환영과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24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5박 7일간 네덜란드와 독일을 방문하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및 독일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이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방문에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전후로 박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집중 논의했다. 올해 세 번째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는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또 한 번의 중요한 자리였다. 53개국 정상들과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헤이그 코뮤니케’를 채택하여 핵안보를 강화하고 핵테러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을 선언했다.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3월 25일 헤이그 소재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미일 양국 정상과 함께 북핵 등 북한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한 3국의 긴밀한 공조 필요성을 끌어냈다. 이 자리에서 3국 정상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촉구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독일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통일 구상을 보다 구체화하여 공식 발표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3월 28일 독일 통일의 상징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박 대통령은 대북 3대 제안을 포함한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도주의, 경제협력, 민족 동질성 회복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방안들이 포함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대북지원 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박대통령은 “남북간에 신뢰가 쌓여감에 따라” 라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이에 덧붙여 박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있는 자세를 견지 하며 6자회담에 복귀하여 핵을 포기하고 주민 들의 삶을 돌보라고 촉구했다.
요컨대 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와 독일방문에서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체제를 굳건히 다지고, 그 바탕 위에서 통일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핵안보정상회의와 박 대통령의 독일방문은 북한에게는 하나의 완결성을 지닌 메시지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우리 민족이 진정한 통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 때 한국은 북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통해 경제회생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행한 연설을 트집 잡아 비난하는가하면,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통령의 이번 외교 업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협박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평가절하 하는 동시에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위기를 조성하고 그 지수를 끌어올림으로써 자신들의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수하려는 이유는 피상적 으로는 ‘자위력의 확보’이다.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냉전 시대의 해묵은 ‘공포의 균형’에 다름 아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겠다는 사고 방식이 위험천만함은 물론이다. 절대무기인 핵을 보유함으로 인해 북한은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겠다 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갈취외교 의 쏠쏠함이다. 북한은 그간 핵을 포기하려는 의지 없이 국제사회와의 협상에 임하면서 ‘돈 될 것’ 만 착실히 뜯어내면서 은밀히 핵무기의 강성화에 부단 없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의 북핵 협상은 국제사회에 확실한 학습효과를 심어줬다. 이제는 비단 6자회담 참여국뿐 아니라 자유세계에 속하는 국가들이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선결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에 투자를 확대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많은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이 같은 의지는 우리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핵이 있는 한반도에서는 평화를 논할 수 없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기만 하면 남북간에 신뢰형성이 시작되고 신뢰의 축적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 작업이 선순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요컨대 한반도 통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앞당겨질 수 있으며, 북한 비핵화를 통한 통일만이 민족의 번영과 행복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통한 ‘공포의 균형’이 아닌 비핵화의 진정성을 통한 우리정부와의 ‘신뢰의 균형’으로 한반도의 내일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야말로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자 민족공영의 첫걸음이다.
<사진제공 : 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