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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통일을 여는 사람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공감’에서‘작은 통일’ 이뤄요! (사)공감 이끄는 이종우・김상아・허영철 씨

담장 밖으로 개나리 목련 벚꽃이 해사하게 얼굴을 내민 대구 근대문화골목 언저리. 봄볕에 달뜬 바람은 저 혼자 골목을 배회하며, 잠든 역사의 옷자락을 이리저리 들추고 다녔다. 근대에는 ‘일제치하’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남과 북이 지금처럼 냉랭하게 등 돌리고 앉진 않았다.
남한사람은 남한사람대로 북한사람은 북한사람대로 동떨어져 살아온 세월이 무려 70여 년. 하지만 지난해, 이곳 근대문화골목에는 남북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도 하는 카페가 생겼다. 바로 ‘카페 공감(대구 중구 종로2가)’이다.

북한이탈주민・자원봉사자・여행객들의 ‘쉼표’ 카페 공감

토요일 오후, 한산해 보이는 카페 안. 한 쪽 테이블에선 원어민강사가 영어멘토링을 진행하고 있고, 또 다른 테이블에는 앳된 여학생 둘이 밝은 표정으로 재잘거린다. 왼쪽 창가에 놓인 컴퓨터로 한 남학생이 과제물을 작성하고 있고, 볕 좋은 창가에선 긴 생머리의 여학생이 전공서적을 읽고 있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나갔다. 2층 배움터에서 수업이 막 끝난 모양이다. 잠깐 머물렀던 2시간여 동안 많은 학생들이 카페 안을 드나들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모두 탈북대학생, 혹은 탈북청소년들이다. 카페 공감 내부 사진 ‘카페 공감’은 북한이탈주민과 자원봉자자, 일반 시민들을 위한 문화쉼터로, 2천여 권의 기증도서 가 비치돼 있고 컴퓨터는 물론 시청각 시설도 있어 매달 두 차례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카페 이용은 무료지만 대개 2천 원씩 기부하고 차를 마신다. 건물 2층은 국어, 외국어, 컴퓨터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북한이탈주민 배움터이고, 3~5층은 50명 정도가 숙박할 수 있는 ‘공감게스트 하우스’이다. 2층에서 수업을 마친 북한이탈 주민들도, 자원봉사 강사들도,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푼 여행객들도 잠시 카페에 내려와 쉼표 하나를 찍고 돌아간다.

카페 공감 내부 사진

근대 골목투어 스탬프,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찻잔 ‘카페 공감’은 문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단아한 느낌의 찻잔은 젊은 도예가가 자기 나이만큼 기증한 재능기부 수공예품 이고, 창 밖에 설치된 스탬프 박스는 이곳이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핫 코스’임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 건물 자리는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배경 이기도 하다. 카페는 누구나 들고 남이 자유 로우며, 손수 만든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기도 한다. 그렇게 어울리다보면, 이상할 거라 생각 했던 북한이탈주민들이 사실은 나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게 된다.

이종우・김성아 부부, 공감 위해 건물 무상임대 기부

카페 공감과 공감게스트하우스는 ‘사단법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감(이하 공감)’이 설립, 운영하고 있다. (사)공감은 북한이탈이주민을 돕기 위해 발족한 시민단체로 교육·의료·취업·대북지원 등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정착을 돕고 있다. 2003년부터 운영해온 NGO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그 전신이다.

(사)공감을 이끌고 있는 허영철 대구하나센터 소장(민주평통 16기 자문위원)과 이종우 원장(비뇨기과 개원 의사, 경북대 대학원 외래교수), 김성아 공감 이사(전 동아대 의료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민주평통 16기 자문위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우(사진 좌)·김성아(사진 중앙)·허영철씨(사진 우) ‘공감’으로 법인 명칭을 바꾼 이후 계획한 것은 ‘공정여행사’였다. 공정여행이란 ‘착한여행’이라고도 불리며, 여행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문명 파괴, 낭비 등을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현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운동의 일종이다. 이종우 김성아 씨 부부가 여행을 좋아 하는 데다, 중국어를 잘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 인력을 활용한 ‘공정여행사’, 사회적기업을 계획했던 것. 이종우 원장은 “북한이탈주민도 넓게 보면 여행자인 것처럼, 여행을 통해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건상 여행사 설립이 어려웠고, 대신 지역산업 활성화와 북한이탈주민지원을 위해 복합문화시설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무상 기증한 5층 건물 장소를 물색하던 차에 안전행정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공모사업’ 소식을 접했고, 대구시가 안행부에 제안한 공감의 사업이 선정됐다. 이에 이종우 김성아 씨 부부가 건물을 구입해 5년간 무상임대로 기부했고, 시와 안행부에서 사업비를 받아 1~2층을 북카페와 배움터로 만들었다. 3~5층의 공감게스트하우스 시설 공사에는 후원자들이 힘을 보탰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현재 1~2층을 운영하기 위해 쓰인다. 즉, 공감과 배움터가 ‘나눔의 공간’이라면 게스트하우스는 이를 유지하는 ‘동력’인 셈이다.

건물을 기부한 이들 부부에게 ‘무리한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종우 원장은 ‘우연히 일이 커진 것’이고 ‘전 재산’이라며 웃었다. 마침 적당한 건물이 있어서 샀다는 것. 그는 ‘우연’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우연히 했는데 잘 됐다’는 식이다. ‘우연’이라는 말은 그의 긍정적인 인생관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듯 했다. 게스트하우스 객실, 달빛정원 옥상

북한이탈대학생 멘토링 통해 대학생활 적응력 높여

공감의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는 바로 북한이탈대학생 멘토링이다. 7년간 지속해오고 있으며, 3년 전부터는 미국대사관에서 소개받은 풀브라이트 자원봉사자들과 연계해 원어민 영어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신원이 확실하기 때문에 신변보호가 중요한 탈북대학생들의 멘토링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현재 영어멘토링에는 교사 20명, 학생 20명 등 총 40명이 참가하고 있다. 허영철 소장은 옆 테이블에서 수업하고 있던 외국인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 친구는 작년에 경주고등학교 원어민강사를 했는데 매주 여기 와서 강의를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청주로 갔는데도 2시간씩 버스를 타고 와서 학생들을 가르쳐요. 엄청나지요. 자원봉사란 어떤 것인가를 우리가 배우고 있어요.”
브라이트 장학생의 영어멘토링 자원봉사 허영철 소장은 한 탈북대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책을 봤는데 외래어가 많아서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영어멘토링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주 1회 수업으로 영어가 비약적으로 늘진 않아요. 중요한 것은 영어 강의가 많은 대학수업에 쉽게 적응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허영철소장(가운데)과 북한이탈대학생들 탈북대학생들의 학교 적응력을 높이는 공감의 케어 방식이 옳다는 것은 ‘대구지역 탈북대학생 중퇴율 5% 미만’이라는 수치가 입증하고 있다. 허 소장은 “대학은 진학보다 졸업이 중요하다”며 무턱대고 4년제 대학에 가는 것보다는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를 선택하고 대학생활 적응력을 높여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영철 소장은 북한이탈주민 멘토링을 ‘시각장애인 자원봉사’에 비유했다.
“시각장애인 자원봉사를 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분들에게 길을 안내할 때는 팔을 내어주기만 할 뿐 절대 팔을 잡고 이끌지 않아요. 북한이탈주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 보다는 그들이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해요.”

인새애의 골목길을 한 구비 도니, 북한이탈주민 만나

이종우 김성아 씨 부부는 의대 재학시절부터 도시빈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허영철 소장 역시 홈리스 NGO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 그들이 북한이탈주민지원으로 활동방향을 넓히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김성아 이사는 자신이 걸어 온 ‘골목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생이라는 골목을 돌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은 매번 달라요. 어떨 때는 꽃이 있고 또 어떨 때는 돌이 있잖아요. 의사니까 아픈 사람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돕는 일이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처음에는 도시빈민이 사무치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진료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전문의가 되고나서는 이주노동자 무료진료 활동을 몇 년간 해 왔고요. 그러다가 또다시 인생이 다른 골목을 한 구비 도니까 북한이탈주민을 만난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약자를 만나겠지요.”
의사부부 김성아(우)·이종우(우) 씨 이종우 원장은 이것 역시 ‘우연’이라고 말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를 통해 허영철 소장과 노숙인 쪽방 사업을 함께 했기 때문에 안면은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북한이탈주민들을 교육하게 됐는데, 그 무렵 허 소장을 다시 만나면서 북한이탈주민과 통일에 대해 공부하게 됐어요.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공감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이종우 원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의 문신제거에도 많은 지원을 했다. 북한에 있을 때 새긴 문신을 제거하려 해도 이 수술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러 차례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 원장은 같은 병원 의사들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들의 문신제거를 도왔다.

허영철 소장은 북한이탈주민지원 분야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대구에 북한이탈주민이 130여 명이었을 때부터 현재 850명(경산 포함)에 이를 때까지 12년간 정착을 도왔다.
“홈리스 지원활동을 하다가 2003년경 연길에 한 달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미국 단체와 동행하면서 연길지역에 있던 북한이탈 주민들을 많이 만났는데 왜 우리 민족에게는 이렇게 고난이 많나 생각하며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이후 북한이탈주민 돕는 일에 뜻을 두고 북한대학원에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관련 활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공감’은 나와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매개체

김성아 이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활짝 열어 둔 김성아 이사에게 공감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가치는 자유, 그리고 자유의 확장입니다. 나의 자유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자유도 소중하기에, 남이 자유롭지 않으면 나도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나와 타인의 자유를 위해서는 사회정의가 구현돼야 하고, 형평성에 맞는 평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갖고 살다 보니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광장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주인도 객도 없는 공간인데 반해, 카페 공감과 게스트하우스 에서는 변화가 일어나는 장소, 즉 편견이 해소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 하고 있었다.

이종우 원장은 (사)공감의 활동이 북한이탈주민 지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현재 공감에서 이뤄지는 변화를 일종의 ‘작은 통일’ 이라고 말했다. 취업지원, 공부방, 의료지원, 멘토링 등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고,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들도 이념적・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 참여하기 때문에 이 자체가 하나의 통일 이라는 것.
“남북통일이 되더라도 갈등의 요소는 많잖아요. 하지만 각자 역할을 통해 이미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인의협은 노숙자 등 소외된 계층을 지원해왔는데, 동료 의사선생님들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배움터 강의, 의료지원,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위한 공부방 허영철 소장은 분단의 세월이 너무 길고, 북한이탈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정부 지원금이 많이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이들이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조금만 길을 제시해주면 빠른 속도로 성장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 12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고, 보람의 강도도 매우 큰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차이’를 너무 부각하지 말아달라는 것. 허 소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을 함경도, 평안도 사투리 쓰는 분 정도로만 인식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들이 남한 말을 배울 게 아니라 사투리를 가지고 가면서도 남한 사회에서 잘 살 수 있게 우리 국민들이 관점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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