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52·3선) 새누리당 의원은 2월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경선에 나선 정두언(58·3선) 의원을 물리치고 외교통일위원장(이하 외통위원장)에 선출됐다. 여성 의원이 외통위원장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3선 중진 반열에 오른 나경원(52) 새누리당 의원이 2월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경선에 나선 정두언(58·3선) 의원을 물리치고 외교통일위원장(이하 외통위원장)에 선출됐다. 여성 의원이 외통위원장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나 위원장에게 이 자리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을 의미한다.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고, 18대에서는 서울 중구에서 당선돼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그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듬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에게 패하며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
나 위원장은 선출된 직후부터 발 빠른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습격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병문안에 이어 방한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면담하고, 4월 초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외무상과 회동을 갖는 등 국내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은 나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외통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정치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외교 · 안보 이슈는 정치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잘 다뤄야 해요.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때는요.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고, 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죠.”
최초의 여성 외통위원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어떤가요.
“최초라는 단어가 붙으니까 책임감이 더 막중하게 느껴져요. 외교 문제나 남북한 문제에서 원칙을 지킬 때는 더 강하게 지키겠지만, 유연함이 강함을 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안을 구분해서 유연하게 해결해볼까 생각합니다.”
리퍼트 대사 면회도 다녀오셨는데요. 미 대사 테러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표현도 썼지만, 한미관계는 오히려 더 굳건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오래된 친구이다 보면 서로 쉽게 생각하게 되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거든요. 그걸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 거죠. 다만 남북관계 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지 우려가 되네요.”
올해로 한일수교 50주년인데요, 한일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끝까지 긴장관계로 끌고 갈 수는 없죠. 그런데 당분간은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아베 일본 총리한테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인데요. 사드 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는 국익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검토해서 되도록이면 빨리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배치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면 중국을 설득하고, 그 반대라면 미국을 설득해야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검토해본 결과로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3월 8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함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왼쪽에서 세 번째)를 문병한 나경원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
사드가 대북 억제력은 없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 읽은 서류와 국방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정보에따르면, 대중국 억제력은 전혀 없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가장 유효적절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라는 겁니다.”
외통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현안은.
“먼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역할을 했으면 해요. 그리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을 통일 컨센서스(합의)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통일을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난 통일비용을 치를 수 있거든요. 법안으로는 북한 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싶어요.”
북한 인권법이 통과되면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는 것 아닌가요.
“북한 처지에서는 예민한 부분이니까 그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 긴 통일의 여정을 봐서는 북한 인권법이 꼭 필요하다고 북한을 설득해야죠.”
방북 계획이나 생각은 있습니까.
“기회가 되면 하고 싶죠. 정의화 국회의장이 남북 국회회담도 말씀하셨고, 대통령께서도 3월 1일 경축사에서 남북 간에 여러 가지 교류의 끈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틀에서 국회 차원의 교류를 앞장서서 추진해보고 싶어요. 정부 차원의 교류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