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1차 직능별 정책회의에서 현경대 수석부의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4월 1일부터 10일까지, 각각 1박 2일씩 세 차례에 걸쳐 2015년 자문위원 직능별 정책회의가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정책회의는 자문위원의 직능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통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번 2015년 직능별 정책회의에는 경제, 환경, 문화예술, 체육, 학교교육, 청소년 등 총 6개 분야에서 약 520명의 자문위원이 참석해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직능별로 열띤 토론을 거쳐 통일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4월 1, 2일 이틀에 걸쳐 열린 1차 정책회의에서는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한반도 통일 환경 변화와 남북관계’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김 교수는 “통일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국제 환경과 통일을 이끌 수 있는 우리의 능력, 그리고 국민의 의지다”라고 말문을 열며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준비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현재 국제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한반도 주변국들은 두 개의 한국이라는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등 통일에 호의적인 조건은 아니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주국방이 가능한가, 또 우리 주도로 평화통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 있는가를 진단해봐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만 통일을 준비해서도 안 된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고, 그들 역시 통일을 원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독일도 통일 전 동독인 1700만 명 중 400만 명이 서독을 방문했고, 그런 체험을 통해 스스로 통일을 원하게 됐다. 통일은 ‘통이(通異)’다. ‘다르지만 하나가 되자’는 뜻이다.”
‘통일을 노래하는 교수’로도 유명한 김영수 교수는 강연에 앞서 자문위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자신이 앨범으로 발표한 노래를 열창하기도 했다.
이어 현경대 수석부의장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은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민주평통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최근 방문한 쿠바에서 보고 느낀 사회주의 국가의 실상을 소개하며 자문위원들 모두에게 피부에 와 닿는 강연을 했다.
“1950년대 말까지 풍요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던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가 된 후로 모든 게 국영이 됐다. 모든 생산재와 노동력이 국가 소유다. 쿠바에 진출한 한국의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현지 직원을 고용할 때도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쿠바 정부와 인력 계약을 맺어야 했다. 생산재도 부족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는 국가가 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있다. 법이 허용하는 한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경제성장도 눈부시다. 이것이 바로 체제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다.
우리는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밝히고 있듯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통일의 원칙이다. 우리는 전후 50년 만에 세계가 놀라는 경제대국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우리의 능력을 발휘해 통일을 이루자.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해낸 일보다 통일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 우수 분임토의자로 선정된 자문위원들에게 시상하는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
TV 오락 프로 북한에서 촬영하자는 건의 나와
이어서 유사 직능 분야를 두 개씩 묶은 뒤 6개로 조를 나눠 분임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분임 토의에서는 원활한 진행과 전문성 있는 결론 도출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경제·환경 직능은 조봉현 IB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남북 경제공동체 인프라 구축 추진 방안’을 논의했고, 문화예술·체육 직능은 전영선 건국대 교수가 마련한 자료로 ‘민족 동일성 회복을 위한 통일문화 형성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학교교육·청소년 직능은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통일 준비와 통일 미래세대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분임 경제·환경분과 토의에서는 “북한 경제의 자생력 증가와 남북한 경제의 상생 발전을 위해 경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임금 인상 문제 등 해마다 되풀이되는 개성공단 운영 관련 문제도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제도 마련 등 긴요한 대응이 필요하다” 등의 정책 건의가 있었다.
역시 경제·환경 직능 분야인 2분임에서는 “우리 민족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진정성 있게 남북대화를 진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북한 인프라 지원 중에서도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으로 나아가는 도로와 철도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북한의 지하자원과 남한의 우수한 상품이 교환되는 구상무역 방식, 현금보다 현물 지원 등을 추진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3분임 문화예술·체육 직능 토의에서는 ‘삼시세끼’, ‘1박2일’ 등 TV 프로그램을 북한에서 제작해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자는 제안과 함께 안중근, 이순신 등의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공연을 북한과 공동 제작하는 방안이 건의됐다. 남북 미녀 선발대회(가칭 ‘미스 원코리아’) 개최, 통일방송 채널 설치, 통일은행 설립 등 톡톡 튀는 의견 역시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문화예술·체육 직능 분야인 4분임에서도 “영화 ‘국제시장’처럼 6·25전쟁에 관한 영화를 다수 제작해 전쟁 방지와 통일의 필요성을 홍보하자”, “고등학생 대상의 통일골든벨 행사 성공을 거울삼아 북한이탈주민과 초 · 중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통일백일장 사업도 추진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 1차 정책회의 참석자들에게 환영사를 하는 박성배 대전부의장(왼쪽)과
특강 연사로 나선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청소년 통일교육 못잖게 학부모 교육하자는 제안도
학교교육·청소년 직능인 5분임 토의에서는 “통일교육 내용을 더욱 내실화하고 통일의식을 높이기 위해 독일 통일뿐 아니라 베트남 통일 등 다양한 해외 통일 사례를 바탕으로 시사점과 교훈을 도출하자”, “통일교육에서 가정교육과 부모의 구실에 주목해서 청소년 대상 교육뿐 아니라 부모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자”는 내용이 논의됐다.
마지막으로 역시 학교교육·청소년 직능인 6분임 토의에서는 “단순 통일교육이 아니라 역사 교과목과 연계한 심층적 교육이 필요하다”, “입시 또는 대학 교양과정에서 통일과 관련된 점수화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민주평통, 통일부에서 배출한 기존 통일교육 강사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열띤 토론과 창의적인 의견 발표뿐 아니라 흥겨운 단합의 시간도 이어졌다. ‘통일한국’ 사행시와 ‘(나에게) 통일한국의 의미’ 등의 미니 백일장을 통해 우수작 10명을 뽑아 시상했다. 특히 “나에게 통일은 ‘밥’이다. 밥 한 그릇에 어머니의 피와 땀, 정성이 필요하듯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와 땀, 정성이 필요하다”, “나에게 통일은 ‘수학 문제’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풀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가다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다”는 등의 수상작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우수 분임 토의자 역시 6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이어 4월 2, 3일 열린 2차 정책회의에서는 최진욱 통일연구원장과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각각 전문가 특강과 기조강연을 맡았으며, 4월 9, 10일 열린 3차 정책회의에서는 김영수 서강대 교수와 박찬봉 사무처장이 전문가 특강과 기조강연을 했다.
미니 인터뷰
황경선 자문위원(충북 보은군협의회)
농촌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고 공부방과 각급 입시·보습학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황경선 자문위원은 민주평통에서 12기부터 활동한 베테랑. 17기에서도 역시 자문위원으로 일할 계획인 그는 기존에 민주평통 행사에서 여러 차례 발표자로 활동한 바 있어 이번 정책회의에서도 5분임 토의 발표를 맡았다.
황 자문위원은 “매년 직능회의에 참가해왔는데 이번 분임 토의가 가장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 동시에 주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전문 분야 박사가 사회자로 토의를 이끌어 내용이 질적으로 크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번 토의 결과 발표 내용은 사회자가 정리해 작성했는데, 앞으로 사회자보다는 발표할 사람이, 혹은 사회자와 발표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문진순 자문위원(경기 시흥시협의회, 교육분과위원장)
1차 정책회의 전체 행사의 사회를 맡아 낭랑하고 힘찬 목소리로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문진순 자문위원은 15기 민주평통 무지개 회원으로 활동하다 16기 교육분과위원장을 맡게 됐다. 문 자문위원이 보여준 발군의 행사 진행 솜씨는 장기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와 웃음치료사로 활동한 경력이 바탕이 된 것.
그는 “이번 행사가 민주평통 행사의 ‘사회 데뷔’다. 사회를 맡으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처음엔 고사했지만 막상 사회를 보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사회를 맡을 기회가 오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정책회의의 경우 다른 행사에 비해 자문위원님들의 호응도가 다소 높지 않아 아쉬웠는데 다음에는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나서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길주형 자문위원(서울 노원구협의회)
민주평통 활동은 이번 16기가 처음인 길주형 자문위원.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그는 수질 분석 및 수질 측정 센서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를 운영하는 환경 문제 전문가다. 이번 정책회의에도 경제·환경 직능으로 참가했다.
“자문의원들도 사실 북한의 실체를 상세히는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런 정책회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와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현경대 수석부위원장의 쿠바 이야기 등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지역으로 돌아가서도 회원들과 이 같은 내용을 공유하면 앞으로 통일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다만 이 같은 양질의 세미나 내용이 사전에 지역 단위에서부터 논의된 뒤 그 결과물을 갖고 전국 행사로 함께 모여 토의했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해마다 다소 비슷한 내용의 논의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아쉬운 점이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