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민주평통 7기부터 활동을 해온 강홍복 서천군협의회장(왼쪽).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남 서천군협의회는 한번 사업을 벌였다 하면 ‘10년 대계’를 세운다. 2006년 창간한 소식지 <서천에서 평양까지>는 통권 27호를 맞기까지 중단 없이 발간되었다. 평화통일 한마당도 10년째 개최하고 있는데, 같은 이름의 행사라도 해마다 내용과 형식을 달리해 지난해에는 마당극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천천히 타들어가 뜨겁게 불이 피어오르는 ‘연탄’같이 일하자.”
충남 서천군협의회는 통일사업을 펼치는 마음가짐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한다. 한번 크게 벌였다 금세 열기가 사그라지는 일회성 행사보다는 수년에 걸쳐 꾸준히 ‘주민 맞춤형’ 사업을 꾸리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6년부터 10년째 발행하고 있는 소식지 <서천에서 평양까지>다. 처음에는 계간지로 연 4회 발행하다 2012년부터 연 2회로 발행 횟수를 조정해 벌써 통권 27호를 맞았다.
민주평통 7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서천군협의회와 10년째 인연을 이어온 강홍복(74) 협의회장은 “‘서천에서 평양까지’라는 제호가 다소 촌스럽게 보일지 모르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군민의 마음이 평양까지 전해지길 바라며 정한 제호”라고 설명한다.
서천은 노인 인구가 많고 인터넷 보급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 민주평통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이들도 적잖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이런 지역주민들의 특성에 맞춰 민주평통의 사업 내용을 홍보하고 북한 바로 알리기 활동을 하기 위해 소식지를 만들게 되었다.
최현옥 행정실장은 “그래서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딱딱한 내용을 피하고 북한의 생활상, 재미난 북한 말이나 북한 음식을 소개하는 등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다”고 전한다. 협의회가 펼친 각종 사업을 그때그때 소식지에 수록해 남김으로써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는 효과도 얻고 있다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식지는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우편 발송하는 한편 서천군의 주요 기관 민원실, 은행 등에 배포된다.
‘서천군민 평화통일 한마당’도 10년째 이어온 연례행사다. 문화 행사를 통해 주민들과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리다. 같은 이름의 행사지만 해마다 비슷비슷한 형식과 내용의 무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민한다. 평양예술단 공연 같은 ‘단골 레퍼토리’ 외에도 가수 안치환을 초청해 무대를 꾸미는가 하면 2014년에는 마당극 ‘귀신은 뭐하나’를 공연하기도 했다.
<사진> 서천군협의회는 관내 북한이탈주민과 자문위원이 함께 서천문화탐방 행사를 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 매달 1회 가정방문
서천군협의회의 ‘은근함’은 경남 거창군협의회와의 끈끈한 친선교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5년 전 양 협의회의 간사가 사무처 주관 전국 행사에서 우연히 만나 지역 이야기를 나누다 “거창은 산이 대부분이고, 서천은 바다가 있으니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자”며 친선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후 강사 초청 강의도 하고 상호 견학 방문과 정보 교류 등을 해오고 있는데, 간사들 간의 의기투합으로 출발한 친선관계가 회장단이 몇 번이나 교체되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협의회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업이 10년, 5년씩 이어질 수 있는 데는 협의회 ‘맏일꾼’인 강홍복 협의회장의 역할도 적지 않다. 소규모 주유소를 경영하는 강 회장은 2006년 서천군의회 의원으로 협의회 자문위원 활동을 시작해 14~16기에 일반인 자문위원으로 복귀하는 등 민주평통에 남다른 정열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사진> 2006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소식지 <서천에서 평양까지>. 벌써 통권 27호를 발간했다.
강 회장이 특히 지난해 힘을 쏟은 것은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북한이탈주민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그들의 안정적 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자문위원들이 북한이탈주민을 매달 1회 방문하는 가정방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 회장은 “북한이탈주민을 단발성으로 만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이웃 주민처럼 꾸준히 방문하면서 친밀감도 높이고 근황을 상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보람 있는 활동이죠”라고 소감을 말한다.
지역 특성상 북한이탈주민 가정이 셋밖에 안 되어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하기가 어렵지만, 대신 그만큼 ‘밀착형’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그래서 가정방문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문화탐방’까지 기획했다. 구한말 정치가인 월남 이상재 생가와 중요민속자료인 이하복 가옥 등 서천군내 주요 사적을 방문하고 한산 모시관, 달고개모시마을를 찾아가 모시떡 만드는 체험도 했다.
서천군협의회는 이 밖에도 지역아동센터 평화통일 순회교육,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인형극 순회공연 등을 해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북한이탈주민과 가정방문 서비스 멘토 위원들 20여 명이 임진각 평화누리,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는 ‘힐링 여행’을 예정하고 있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펼쳐지는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에도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