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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진핑 국가 주석.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 차이잉원 대만 총통, 시진핑 국가 주석. 트럼프와 시진핑의 기싸움 향방은 ‘미국 리더십’과 ‘중국의 꿈’ 충돌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칭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서태평양에 진출시키는 등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 출발을 알리는 미국의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지난 1월 20일 거행됐다. 트럼프는 대선기간을 포함해 당선자 시절부터 중국에 대해 직설적인 언급을 해왔다. 중국은 도발적이고 불확실성을 즐기는 협상가 스타일의 미국 대통령이 이제 어떠한 글로벌 차원의 대외전략을 추진하고, 이 속에서 과연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의 발언을 통해 중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칭한 것을 포함해 수출 보조금, 지적 재산권 위반 행위 등 중국의 각종 무역 불공정·위반 사례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정 위반 소송을 제기하고 중국산 제품에 4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는 당선자 신분으로는 지난해 12월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중국을 긴장시키는가 하면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트위터 정치’와 올해 초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표출했다.

또한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를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윌버 로스를 상무부 장관에, 그리고 로버트 라이시저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포진시킴으로써 대선기간 중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발언이 실제로 구체화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말에서 올해 초까지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함재기 편대가 보하이(渤海)만에서 출발해 남중국해까지 비행하며 중국 4대 해역 모두에서 훈련을 가졌다.지난해 12월 말에서 올해 초까지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함재기 편대가 보하이(渤海)만에서 출발해 남중국해까지 비행하며 중국 4대 해역 모두에서 훈련을 가졌다.

이와 더불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 보수와 매파 인사들이 주로 포진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기후변화, 대러시아 정책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대부분 강경한 모습이다.

이러한 경제와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의 대중국 강경 성향을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의 갈등과 긴장이 단기적으로는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중국은 일단 강하게 대응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간 중국이 추구해온 대외전략 기조와 국내정치적인 상황을 살펴본다면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압박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과 함께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주창했다. 이를 위해 외교 분야에서는 적극주동(積極主動), 적극작위(積極作爲) 등으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외교’를,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중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는 ‘강한 군대’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랴오닝함으로 보여준 무력 시위

이렇듯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리더십과 위상을 제고하려는 의지는 2017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을 마무리하며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민주생활회’에서의 연설(12월 26~27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의 ‘신년간담회’ 연설(12월 30일), 그리고 2017년 신년사(12월 31일)를 발표했다. 이들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시진핑 주석은 강군 목표, 전방위 외교, 영토주권, 해양 권익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우회적으로 미·중관계에서, 특히 타이완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2016년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0월 24~27일)의 공보(公報, 결과 보고서)와 이에 앞서 심의 통과된 ‘신형세하의 당내 정치생활에 관한 몇 가지 준칙(關于新形勢下黨內政治生活若干準則)’에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以近平同志核心的中央)”이라는 표현이 포함되며 ‘핵심’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핵심’이라는 칭호를 통해 위상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 더 많은 기대와 책임을 안게 됐다. 이러한 국내정치적인 기대감을 만족시키며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시진핑은 향후 강한 중국의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며, 특히 대미국 정책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은 올해 말 제19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2016년 2월 중국 군 조직을 개편하며 군기를 수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시진핑은 올해 말 제19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2016년 2월 중국 군 조직을 개편하며 군기를 수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엇보다도 새로운 지도부 인선과 정치적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2017년 말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에서는 사실상 치열한 물밑 권력 암투가 시작됐다. 자신의 지도력과 권위를 공고히 하려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19차 당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권위가 손상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먼저 미국에 대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온다면 약한 모습을 보이며 물러설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중국 지도부의 강한 의지는 지난해 12월 말에서 올해 초까지 중국 해군 소속 항공모함 랴오닝함 함재기 편대가 보하이(渤海)만에서 출발해 남중국해까지 비행하며 중국 4대 해역 모두에서 훈련을 마친 점에서 일면 엿볼 수 있다. 특히 항공모함 편대는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했으며, 남중국해에서는 주력 함재기인 젠-15의 이착륙 훈련을 하는 등 마치 미국과의 영토주권 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기로에 선 미·중관계

향후 미·중관계는 단기적으로 긴장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후 미·중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발언이 중국을 압박해 미국이 바라는 미·중관계로 이끌어가기 위한 협상 카드일 수도 있다. 또한 미·중의 최고지도자들은 모두 국내 문제를 우선하고 이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직후 예상되는 단기적 미·중 갈등의 시기를 양국 지도자가 지혜롭게 관리해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미·중관계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들의 발언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인식하는 현재의 국제사회 질서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것이라면, 향후 미·중관계는 단기적인 조정이 아닌 전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수도 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 등 공화당 계열의 핵심 전략가들이 주장해온 현재의 국제질서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 그들은 그간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전쟁이 잘못된 정책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했던 ‘진보적 세계관(Progressive Worldview)’은 미국의 중동에 대한 개입 감소로 이슬람국가(IS) 등 급진 이슬람 세력의 발호를 불러왔고,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막지 못했으며, ‘시퀘스터(Sequester)’로 말미암은 국방 예산 감소는 중국을 더욱 미국의 리더십에 도전적으로 만드는 등 국제사회의 무질서를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의 시각에 기초해 강한 미국의 리더십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한다면 미·중관계는 향후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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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아메리카대 국제관계학 박사. 중국 칭화대 국제전략과발전연구소 연구원,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연구학자,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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