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0일(현지시간), 많은 논란과 파란을 일으키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마침내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이라는 슬로건 아래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과 같은 선거 공약으로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었기에 앞으로 그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가 어떤 행보를 할지 세계가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여기에서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미·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전개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간략히 검토해보기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그리고 당선자 시절에 ‘위대한 미국의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강하게 제시했다. 이러한 신고립주의적,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이 과연 어느 정도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는 취임 초인 현재로서는 아직 불명확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취임을 전후해 나타난 여러 행태나 행정부 인선을 보면 그의 ‘위대한 미국의 재건’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큰 방향에 입각해 ‘미국 경제의 회복’과 ‘미국 위상의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미국의 재건’ 방향
첫째, 미국 경제의 회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측면은 다시 ‘미국 경제 우선주의’와 ‘안보 상호주의’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 우선주의라는 측면은 대표적으로 캐리어와 같은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일본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설립에 반대하면서 미국으로의 선회를 주장한 것에서 나타난다. 이는 기업들의 경제·경영전략적 판단이나 여타 국가들에 대한 고려보다는 미국 경제의 회복 및 이익이라는 관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일본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장을 계기로 독자전력을 향상시키는 등 우경화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의회에 평화헌법 개정 논의를 공식 제안하는 아베 총리.
TPP에 반대하면서 미국의 탈퇴를 주장하고, 일본이나 중국, 멕시코 등의 국가들에 대해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미국 경제 우선주의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반세계화적, 보호무역주의적 성향을 띠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공화당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 실제적인 정책을 펼칠지 주목받고 있다.
안보 상호주의라는 측면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방위비 분담률을 더욱 높이라고 주장하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와 연관해서는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장 용인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까지 이어져서 트럼프 행정부하의 미국이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동맹국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여전히 세계가 주목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격 모습.
둘째, 미국 위상 강화를 추구한다는 측면 역시 중국이나 북한 등과 같이 미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들에 대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두 방향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청문회에서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중요하지만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움직임은 위법적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불충분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종합적 전략의 재고를 시사했고, 그와 연관된 차원에서 억지력의 향상을 위한 강력한 군사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의 외교를 ‘힘(Strength)을 통한 평화’라고 보는 주요 이유라고 하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일관계 전망
상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성향은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일본이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일본을 긴장시켰다. 미·일관계는 일본으로서는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특히 안보적으로는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파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아베 총리가 당선자 시절의 트럼프를 직접 만난 것이나 트럼프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언급된 횟수를 세는 일본 언론의 관심을 보면 일본의 정부나 사회가 공히 트럼프 행정부라는 불확실성에 대해 매우 긴장해서 지켜보고 있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일본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설립에 반대하면서 미국으로의 선회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공장.
그럼에도 이러한 관심과 긴장은 트럼프 행정부하에서의 미·일관계가 더욱 강화 및 심화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로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이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다른 나라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정도로 크지 않다. 일본의 방위비 분담률은 총액의 측면에서나 국방비 대비율에서 유럽의 독일이나 한국보다도 높다. 따라서 아소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그러한 사정을 얘기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둘째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장이 있었을 때 ‘사실에 대한 무지’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의 독자전력을 향상시키자는 보수주의적 목소리도 높았다. 또한 중국의 공세적 부상이라는 상황 변화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보수와 혁신의 차이를 떠나 미·일관계의 강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거의 일치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도 아베 내각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적 정책 과제는 도요타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경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미·일 간의 무역 불균형이나 TPP 협정을 둘러싼 미·일 양국 간의 논의가 먼저 부각돼 다소 갈등적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3선을 목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베 총리로서도 인기의 기반이 되는 경제정책, 즉 아베노믹스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당선자 시기의 트럼프를 직접 만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자 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나 국제관계에서 불확실성의 해소와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무역 불균형을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일관계의 전반적인 추이는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적 차원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나 러시아에의 접근 등과 같은 공통점으로 해서 더욱 강화되리라 생각된다.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트럼프를 찾아가 만나는 등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돌이켜보면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할 때의 미·일관계는 전 정권인 민주당 정부의 미국에 대한 서툰 대응과 주변국들과의 역사 갈등 등으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그러한 상황을 뚫고 국내적으로는 안보법제를 도입하고, 대미관계에서는 의회에서의 연설과 하와이 방문을 실현해 미·일관계를 새로운 선상에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 빠른 접근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는 역사 갈등 등으로 보수적, 우익적 인사로 각인된 아베 총리이지만 국가 이익을 위해 확실한 목표를 갖고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면에서는 그의 움직임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석·박사. 세종연구소 상임연구위원과 부소장,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 역임. 저서 <일본 정계의 우익 성향 강화와 동북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