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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N

북한 열차는 객차 안은 물론 지붕까지 사람들로 만원이다. 북한 열차는 객차 안은 물론 지붕까지 사람들로 만원이다. 전력난으로 더 열악해진 북한 철도
KTX 2시간 반 거리 15일 걸리기도

북한은 철도를 ‘나라의 동맥’, ‘인민 경제의 선행선’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중요한 철도가 오늘날은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

| 조수림 북한 열차 방송원 출신 탈북민 |

내가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철도는 지금과 비교하면 무척 사정이 좋았다. 물론 대한민국의 철도와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약한 상태였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약 400km다. KTX를 타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전기가 부족하고 철도시설이 열악한 북한에선 비슷한 거리인 평양~혜산을 가는 데 가장 빠른 급행열차가 사고 없이 정시에 도착해도 22시간이 걸렸다. 그러던 것이 더욱 나빠져 내가 탈북하던 2008년에는 빨리 가야 3일(72시간)이었고, 일주일 혹은 보름씩 걸리는가 하면 영하 20℃가 넘는 추운 겨울엔 그 이상 걸리기도 했다.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열차를 이용하려면 여행증명서(통행증)와 기차표가 있어야 한다. 출발 전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열차경찰과 열차원들이 통행증명서와 기차표를 검열한다.

북한 사람들은 철도를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통행증을 잘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인맥과 뇌물을 써서 발급받는다. 기차표 구매도 하늘의 별따기다. 통행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차표를 판매하는데도 차표를 사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하루 표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아 표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역시 힘을 쓰거나 빽을 쓰거나 뒷돈을 찔러주고 차표를 구한다.

북한 기차는 한국처럼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차가 들어와야 탈 수 있다. 정전이 잦은 열악한 상황이라 기차가 계속 연착되다 보니 열차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기차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며칠 전부터 역으로 나가 확인해야 한다. 열차 시간을 알려주는 칠판에 ‘정전이므로 새벽 5시 문의’, ‘오후 3시 도착 예정’ 이렇게 써 있더라도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

북한에서 배급제와 월급이 사라지면서 저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보니 사람들 이동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한국은 마을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 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북한은 장거리 교통수단이 오직 기차밖에 없다. 북한 사람들 전체가 다 기차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증명서와 차표가 없어도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많고, 사람들이 지닌 짐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행증명서, 기차표 구하려면 뒷돈 필수

열차 한 칸의 좌석 수는 80~90석인데 100~200명씩 타는 데다 짐까지 많다 보니 열차 안은 사람 위에 사람, 짐 위에 짐, 짐 위에 사람들로 뒤엉켜 두 발 편히 놓을 수도 없다. 화장실에 가거나 목적지에 내릴 때 나갈 수가 없어 대부분 창문을 이용한다. 북한 열차는 창문 유리가 거의 없다. 비올 때는 기차 안으로 비가 들어오고, 겨울에는 바람이 엄청 들어온다. 사람들은 옷이나 비닐로 막아놓는다.

열차 안에 전등도 제대로 없어 밤에도 캄캄하고 낮에 터널 안에 들어 갈 때도 캄캄하다. 그런 틈을 노려 열차 안에는 도둑들이 많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고 터널 안을 나와 밝아지면 여기저기에서 짐 잃어버린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여행증명서와 차표가 없는 사람들은 달리는 열차 안에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열차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승강칸 계단에 매달리거나 열차 지붕 위에 엎드린 채 가기도 한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일어서다 고압선에 감전돼 죽거나 열차가 커브를 돌 때 중심을 잃고 떨어져 죽거나, 갑자기 기차 칸 사이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떨어져 죽기도 한다. 며칠씩 가다 보니 굶어 죽는 사람, 얼어 죽는 사람들도 많다.

목적지에 도착해 역 밖으로 나갈 때도 자유롭게 나가는 게 아니다. 개찰구에서 여행증명서와 차표 검열을 순서대로 마친 다음 나간다.

(좌) 북한 열차 안내원 모습. (우) 북한의 기차 역 풍경. 우리나라의 1950년대 모습 같다.(좌) 북한 열차 안내원 모습. (우) 북한의 기차 역 풍경. 우리나라의 1950년대 모습 같다.

열차는 9호 화물칸, 채송칸, 화물칸, 상급 침대, 일반 침대, 상급 칸, 일반 칸, 식당칸, 단속실, 검차장실, 방송실 등으로 편성돼 있다. 9호 화물은 일반 수화물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보내는 각 지방 특산물을 비롯한 귀한 선물들을 취급하는 곳이다. 9호 화물칸에는 일반 보안원(경찰)은 탈 수 없고, 별도 9호 화물 보안원(경찰)과 화물원이 탄다.

채송칸은 우편물을 취급하는 칸이며 역시 채송원들이 승무한다. 화물칸은 일반 수하물을 취급하며 화물원들이 승무한다. 상급 침대는 특권 간부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타는 침대칸이고, 방송실은 외부 사람들을 절대로 태울 수 없다. 하지만 방송원들도 며칠을 가야 하므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장사꾼들을 태워주고 식사 등 보상을 받아 챙긴다. 제대로 된 위생시설 하나 없어 특히 여성 승무원들은 병을 얻기 쉽다. 특히 냉병과 방광염에 많이 걸린다.

북한의 철도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므로 먹고살기 위해 차표를 암거래하며 차표와 여행증명서가 없는 사람들, 장사하는 짐이 큰 사람들을 기차에 태워주면서 돈과 뇌물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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