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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해진 경기지역회의 부의장 “경기는 평화통일 전초기지
미래세대 주역 키운다”

경기도는 통일 준비의 시작이자 핵심 지역이며 통일 후 한반도의 군사적, 경제적 전략 요충지다.
평화통일을 여는 길목에 위치한 경기지역회의는 미래세대 리더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 자리 잡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지역회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한 탈북 여성이 박해진(72) 경기지역회의 부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해 경기지역회의가 마련한 특색사업인 ‘창업기술대학’을 통해 보석 세공 기술을 습득한 이 탈북 여성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창업을 통해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사업을 설명하는 박해진 부의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보통 탈북 여성들은 식당 등 서비스 직종에서 단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탈북민 창업기술대학 사업은 탈북민의 사회 적응을 돕는 탈북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의 연착륙 지원사업으로 탈북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창업 아이템을 더욱 다양하게 발굴했다. 세공 기술뿐만 아니라 목공예, 바리스타, 반찬가게 등 탈북 여성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창업자금 지원책도 마련했다. 농협과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근무한 박해진 부의장은 그간 쌓은 네트워크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탈북 여성이 대출 금리 1%만 부담하면 되는 정책을 만들었다. 창업을 희망하는 탈북민이 3000만 원을 대출받으면 한 달에 이자 2만5000원을 지원한다.

경기지역회의는 탈북 여성이 보석 세공 기술을 비롯해 목공예, 바리스타 등을 배워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기술대학을 개설했다.경기지역회의는 탈북 여성이 보석 세공 기술을 비롯해 목공예, 바리스타 등을 배워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기술대학을 개설했다.

“탈북민의 4분의 3이 여성인데, 경기도에 거주하는 탈북민만 약 9000명에 이릅니다. 불현듯 탈북 여성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탈북 여성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생계비를 보내며 수시로 연락합니다. 탈북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남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면 북한 주민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겠습니까.”

‘통일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는 탈북여성행복대학은 2015년 4월 28일 개교했다. 교육은 경기도 관내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 80명을 대상으로 총 140시간, 12주 과정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 160여 명이 수료했고, 올해 4월에 3기 교육생을 모집한다. 교육이 끝나면 수료생은 통일전도사로 위촉된다.

“수업은 현장 교육과 실생활 교육 위주로 이뤄집니다. 이를테면 경기 수원에 위치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을 방문해 라디오, 텔레비전부터 최신 스마트기기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대한민국 전자산업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죠. 실물 경제를 체험하며 자본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행복대학’ 등 꾸준히 추진… 탈북 여성, 통일전도사로 거듭나

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탈북여성행복대학을 개교할 당시만 해도 예산이 부족해 자문위원들의 사비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도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경기지역회의의 특색사업인 ‘평화통일 콘서트’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평화통일 콘서트는 일본의 강제합병 등 우리 민족의 한 맺힌 역사를 비롯해 6·25전쟁을 거치면서 겪었던 민족의 아픔,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과 도약 등 우리 민족의 역사를 테마별로 구분해 노래로 풀어낸다. 일반적인 음악 콘서트와는 형식이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청각을 결합한 일종의 역사 음악회입니다. 가수가 ‘봉선화’, ‘목포의 눈물’을 부르면 화면에선 영상이 나와요. ‘봉선화’가 만들어진 시대 배경을 보여주기 위해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내보내는 겁니다. 이런 자료를 만들기 위해 전쟁기념관과 국방부를 돌아다니며 역사 자료를 일일이 찾았어요. 덕분에 6·25전쟁과 8·15 광복을 경험한 장년 세대들은 위로를 얻고,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이들은 통일과 애국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민주평통은 ‘통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경기지역회의는 통일 준비를 이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2015년 경기 평화통일 리더스 포럼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경기도 내 중고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경기 파주에 위치한 안보 체험시설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안보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가 젊은 세대에게 통일을 설파할 때 언급하는 당위성은 ‘경제적 효과’다.

“남한이 부담해야 하는 통일 비용이 너무 크다고 우려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남북은 한민족’이라는 추상적인 담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통일의 효과를 강조해야 해요. 경제적 효과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추산되는 것은 한반도 통일의 경제 효과가 통일 비용의 2배 정도입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데 뛰어든다면 경제 도약에 큰 기회가 올 겁니다. 이는 청년 실업을 해결할 열쇠가 통일에 있음을 뜻하죠.”

박해진 부의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경기지역회의는 경기도가 평화통일의 길목을 지키는 곳인 만큼 통일과 관련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흔 넘은 늙은이에게 상을 준 건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겠지요. 내 고향이 경기 이천인데, 여생을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받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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