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90호 > 진단

진단

한·미·중 ‘한반도 비핵화’공조 ‘투 트랙’
전략으로 실질 진전 이뤄야
photo
<사진>지난 2월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한 유엔 안보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각국 정상들은 양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도출해냈으며, 이는 현재 최상의 한미중 3자 공조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대북정책에는 방법론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점이 향후 비핵화 회담의 개최와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미국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현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1기 정부에 비해 현 정책은 더욱 강경해졌는데, 1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관리적 형태를 띠고 있었다면, 현재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은 지난해 2·29 합의 때 북한과의 대화에 진지하게 임했는데, 얼마 후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대화 의지는 상당 부분 약화돼버렸다. 또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과 가진 회담에서 대북 대화의 사전조치를 더욱 엄격하게 만들었으며, 향후 비핵화 회담 재개 여부를 점점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서, 이는 안보와 대화를 병행하려는 투 트랙 정책에 입각하고 있다. 즉,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려는 것이 한 축이며, 북한이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각종 도발행위를 추진할 경우 이에 대해 강력한 억지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기존의 부전, 불혼, 무핵의 대북정책에서 현재 비핵화, 안정, 대화라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대북정책은 과거에 비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자리에 나오도록 유도하려 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도발행위에도 불구하고 매우 미약한 제재를 추진하였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고집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인데,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지니고 있는 자산이 점점 더 퇴색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의 중국은 비핵화보다 평화체제 논의가 먼저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북한의 입장과 내용을 같이하였다. 최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의 동시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정책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photo
<사진>6월 30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박의춘 외무상.

중국도 비핵화를 최우선 순위로 내세워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를 이루어냈다. 정상회담 이전에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대북 제재를 중시하던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어떤 조율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궁금해하였다. 정상회담 후 한미 양국은 투 트랙에 입각한 원칙론적인 대북정책에 합의하였으며, 이후 한국의 대북정책은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보다 비핵화 쪽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이어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신형 대국관계에 합의하였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과의 동등한 관계 설정을 원해왔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뚜렷해졌다. 2007년 후진타오 2기를 맞이하면서 중국은 올림픽 개최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으며,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미국과의 동등한 협력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태도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당시 ‘전략적 보장’ 개념을 내세워 중국과의 협력적 분위기를 원했던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매우 거만한 태도로 오바마 대통령을 대하였다. 이후 양국관계의 갈등을 경험한 2010년이 지나고 현재 시진핑 정부를 맞이하여 미중관계는 상호 협력하는 강대국 관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에 합의하였으나,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점을 보였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한 공조를 이끌어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주는 걱정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한국을 끌어안으려는 강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따라서 한중 간 강한 유대감과 더불어 매우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차이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는데, 한국 측이 북핵 불용이라는 단어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 했던 반면, 중국 측의 요구에 의해 실제 포함된 용어는 한반도 비핵화였다.

결국 3국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쟁점은 비핵화 회담의 조기 개최이냐, 진정성 있는 대화이냐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 없이는 대화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이에 비해 중국은 대화의 조기 개최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로, 비핵화라는 용어의 의미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이 의미하는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이며, 현재 한국에는 핵무기가 없으므로 북한의 비핵화만 달성되면 한반도는 핵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의미하는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 핵 억지력을 포함한다. 즉, 올해 초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진행 중일 때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의거하여 전략핵폭격기 내지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에 동원하여 억지력을 보여주었다.

둘째로, 비핵화의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그동안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북핵 협상에 임하였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며, 따라서 북한과의 협상에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더 이상 무의미한 대화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엄격한 선제조건을 원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중국은 대화를 일단 재개한 이후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선제조건을 결정하고 이것을 북한이 이행하는 것도 전반적인 대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셋째로, 대북정책의 초점에 차이가 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미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 핵무기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가져다주는 위협뿐이며,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및 핵 확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비록 대북정책에서 북한 비핵화와 안정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반도 안정은 중요한 대북정책의 하나이며, 따라서 대화의 조기 재개를 통해 비핵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photo
<사진>지난 6월 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왼쪽)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현지 시간)
photo
<사진>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전조치 요구

또한 중국은 북한 비핵화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며, 따라서 되도록 빨리 대화를 재개해서 비핵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북한은 대화 재개와 북중관계 복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외무성 1부상 김계관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현재 일련의 양자 정상회담이 끝난 시점에서 재차 남북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전조치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이 원하는 조기회담 재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사전조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느냐가 6자회담을 비롯한 비핵화 회담 재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3국의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현재 일련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견이 조율되고 있으며, 이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실무진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3국 간의 전략 대화는 열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미중 3국은 트랙 1 또는 1.5 트랙 수준에서의 3국 전략 대화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트랙 1 회의의 경우 정부 관료들이 만나 대북정책을 논하게 되는데, 현재 한미중 3국 간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므로 트랙 1 회의는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트랙 1.5 회의를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 교환과 논의를 통해 이견을 하나로 수렴하는 계기가 필요하며,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정부 차원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트랙 1.5 한미중 3자 전략 대화를 발전시켜 북한이 참석할 수 있는 4자회의체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6자회담에서 일본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모든 관심이 납치자 문제에 치중되어 있으며, 이는 북한 비핵화 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 러시아 역시 북한 비핵화에 큰 관심이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당분간 6자회담을 추진하되, 동시에 좀 더 효율적인 남북미중 4자회의체를 추진하여 북한 비핵화 논의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협의기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photo
<사진>북한 영변 핵시설 현황

한미중+북한 4자 협의체 추진 필요

세 번째로, 한미중 3자 회의체의 의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주도하에 전개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이 이에 긴밀히 협력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비핵화 이외에도 많은 중요한 문제들이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회담이 시작되고 전개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다른 이슈들 또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중국이 다루기 꺼려왔던 북한 급변사태 대비 논의도 3국이 함께 논의할 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대북 경제협력 논의 역시 필요한 의제이다. 현재 미국은 대북 경협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나, 중국과 한국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어 있는 상태이고, 북중 경협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훈춘지역과 같은 경협지구에 참여한다면 대북 경협의 판도가 좀 더 생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중 3자 군사훈련 역시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의 한 축은 군사력 재배치이다. 미군의 아시아지역 재배치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향후 미중 간 갈등의 잠재적 불씨로 남아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부상과 군사력 현대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미중 간 군사적 갈등 상황을 협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양국 간의 공동 군사훈련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도발행위에 대한 억지력 차원에서 한국이 참여하는 한미중 공동 군사훈련이 추진된다면 한반도에서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고 신뢰 구축을 이루어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Contents

(100-856)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 84 /
Tel. ***
Copyright(c)2013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