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 > 통일칼럼
통일칼럼 / 북한이 누릴 ‘평화배당금’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국내외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이전보다 더 강한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임의로 철수시켰다. 아마도 국제사회에 북한의 실력을 보여주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상황은 북한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유엔에서는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결의했고,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계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핵 확산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자 중국조차 더 이상 북한을 감싸지 않게 되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파탄 속에서 살았다. 아직도 주민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 핵심은 결국 핵무장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면 재래식 무기를 가진 남한뿐 아니라 주변의 강대국들에게까지 무력으로 위협받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핵무기를 기반으로 하면 재래식 무기 중심의 국방비를 오히려 절약할 수 있어서 경제 개발에 투입할 자원이 많아질 수 있다는 속셈이다. 게다가 국제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어서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나 기술을 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북한의 ‘핵무장과 경제 건설 병진정책’이라는 전략의 요체다.
북한이 잘못 판단한 것은 핵무장이라는 선택이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도 기술이 없어서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 전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더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도록 합의한 것을 국제사회가 서로 지키고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장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후견국인 중국조차도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 분야에 ‘평화배당금’이라는 용어가 있다. 군비를 줄이고 경제 건설이나 사회적 프로그램 혹은 재정 개선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큰 국가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나 영국의 매거릿 대처 총리가 국방비를 줄이고 사회적 투자를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각광을 받았던 용어이다. 실제로 평화배당금 캠페인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군비 축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 경제적 성과로 보답을 했다.
북한이 20년 전에, 아니 10년 전에라도 군비를 줄이고 평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더라면 지금은 더 이상 끼니 걱정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 틀림없다. 북한이 군사력 확장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고집하는 한, 강성대국 건설은 더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나 평화를 선택하면 강성대국 건설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평화를 선택하는 순간 중국, 러시아와 같은 북한의 우방국만이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도 북한을 돕는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심각한 국제적 고립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은 한순간에 바꿀 수 있다. 무력 대신 평화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모두 북한의 새로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막대한 평화배당금을 누리며 강성대국을 만들 것인지, 국제적 고립 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할 것인지는 여전히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