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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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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강제 북송 사태, 재발방지 위해
외교적 경제적 협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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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한국행 도중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을 경유하여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라오스에 있던 20명의 탈북자들은 신변 안전을 고려하여 한국대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후 모두 한국으로 입국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 당국과 한국·중국·라오스 정부, 한국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이들의 보호와 한국행 가이드 역할을 담당했던 분들의 대처 능력과 태도는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건은 지난 20여 년간 반복되고 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기 때문에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제지하고 인권 보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성찰과 반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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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여상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

라오스는 중국 내 한국대사관의 한국행 경로 역할이 중단된 이후 탈북자의 중요한 한국행 통로로 이용돼왔다. 중국 체류 탈북자들은 2011년 이전까지는 한국행을 위해서 중국 내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을 진입하거나 몽골 국경을 넘었고, 그 나머지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중국과 몽골행 루트가 사실상 폐쇄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려면 수천 km를 돌아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라오스는 탈북자의 중요한 한국행 경로로 부상했다.

라오스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우방국이지만 탈북자의 한국행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취해왔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경제적 지원, 그리고 북한 당국의 부분적인 묵인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라오스 체류 탈북자의 한국행 과정에 유엔 인권 및 난민 관련 기구(UNHCR 등),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 난민 이동 시 제도적으로 개입하는 국제적 기구들의 개입은 없었다. 실제적으로 탈북자의 한국행에 대한 라오스의 협조는 국제적으로 제도화된 안정된 시스템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한국과 라오스 정부의 양자적 협조와 비공식적 협력 채널에 의해 진행돼왔다.

라오스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탈북자의 한국행에 협조해왔지만, 9명의 탈북 청소년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북한 당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라오스 정부가 탈북 청소년을 중국으로 추방하고 북송에 대해 협조하게 된 것이 단일 사안에 국한된 것인지, 향후 라오스 경유 탈북자 전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같은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라오스 정부는 탈북 청소년 북송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력한 협조 요청을 받았고, 이것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언론과 북한 인권단체들은 라오스의 탈북 청소년 북송 사태와 관련하여 라오스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였다. 결과적으로 라오스 정부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과 북한 양쪽에서 비난과 동시에 협조를 요청받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은 김정일 시기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강력한 국경 단속과 처벌을 통해 탈북을 방지하면서도 한국행 탈북자에 대해서는 ‘변절자는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대응하였다. 하지만 김정은 등장 이후 탈북자 방지를 위한 국경 봉쇄의 강화는 물론이고 국내 탈북자의 재입북을 종용하고 재입북 탈북자를 적극적으로 대남 비난과 탈북 방지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라오스 체류 탈북 청소년 북송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 당국의 송환 작전은 영화 007 시리즈를 연상할 정도로 매우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었다. 향후에도 북한 당국이 라오스와 주변 국가들에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경우 탈북자의 한국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동 경로 공개는 탈북자 인권 보호에 악영향

지난 5월 10일 9명의 탈북 청소년을 라오스 경찰이 체포한 직후 이들의 보호자는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러한 사건들이 다수 발생하기 때문에 매뉴얼과 관행적 처리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사관 측은 이들의 한국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제 북송을 막지 못한 책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결국 한국대사관과 정부는 급박하고 돌발적인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과 긴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매뉴얼에 의한 관행적 업무 지침을 따르는 일상적 수준의 대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이후 한국 정부 측 특사가 파견되어 나머지 체류 탈북자의 한국행과 향후 업무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라오스 정부의 최종적인 입장과 정책 방향은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리 방향을 보아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탈북 청소년 9명이 북송 위기에 처하자 이들의 현지 보호와 한국행을 지원했던 선교사들은 즉시 한국 정부와 북한 인권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즉시 북송 반대를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서 언론과 방송에 사실을 알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돌입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행을 시도했다는 사실과 이들의 구체적인 신상정보, 그리고 이동 경로와 중국 은신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었다. 특히 국내 방송과 언론들은 해외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위한 이동 경로를 자세한 영상 자료까지 동원해 보도하였다.

탈북자의 한국행 경로와 방법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탈북자 관련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탈북자들의 한국행 경로에 있는 국가들은 모두 한국보다는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이 탈북자의 한국행에 협조하는 것은 유엔의 난민과 인권 보호체계에 의한 공식적인 협조라기보다는 한국 정부와의 양자적 협력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반대가 없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 사태와 같이 한국 언론과 방송, 인권단체, 그리고 한국 정부가 공식적인 발표를 할 경우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북한 당국은 해당 국가에 강력한 반발과 재발 방지를 촉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당국의 강력한 비판을 받은 해당 국가는 탈북자의 한국행 협조에 주저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부와 관련 연구자들이 탈북자의 한국행 경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다.

라오스 체류 탈북 청소년 9명 북송 사건은 북한 당국의 전격적인 개입과 군사작전을 연상시키는 송환작전으로 볼 때 한국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송환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사건의 언론 공개와 대대적인 홍보를 탓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활동 때문에 라오스 정부가 향후 탈북자의 한국행에 대해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갖는다면 실질적인 탈북자 인권 보호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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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6월 20일 북한 고려동포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 처음 공개됐다.

중국 내 재외공관 한국행 통로 기능 회복돼야

이와 같이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 사건은 남북한과 중국, 라오스 정부, 그리고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와 언론, 방송이 모두 연계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북송을 막지 못했고, 현재 이들의 신변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향후 라오스와 중국 정부가 탈북자의 한국행에 협조할 가능성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대규모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탈출했다. 당시 중국 내 탈북자 규모는 10만에서 30만 명 규모로 추산되었다. 중국 당국은 북한과의 우호협력 관계와 북한 체제의 안보 위협, 중국 내 소수민족(조선족) 문제로의 비화 등을 우려하여 이들을 체포하여 강제 북송하였다. 유엔과 국제적 인권단체, 그리고 한국 정부와 북한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북송 반대 운동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현재까지 탈북자를 강제로 북송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번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 사태는 라오스 정부의 협력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정책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중국은 2002년 탈북자들이 중국 내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미국, 스페인 등 재외공관 진입 사건이 빈발하기 전까지는 중국 내 탈북자의 한국 직행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과 영사관 진입 탈북자에 대한 한국행을 허용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이후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는 중국 내 한국 재외공관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그 외 지역이 균등한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2010년 한국과 일본 정부에 그동안 허용해왔던 탈북자의 재외공관 진입 및 한국 및 일본행 출국 승인을 불허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결국 2012년 중국의 한국영사관에 남아 있던 최후 체류자의 한국행 허용 뒤 중국 내 한국 재외공관들은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지역이 탈북자의 체류 및 북한 인권과 민주화 지원 기지가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탈북자 체포와 송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인권활동가들과 선교사들을 단속하여 추방하고, 현지 협조자들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주면서 색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중국 전역을 ‘탈북자에 대한 청정지역’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한국 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수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 내 한국 재외공관이 한국행 통로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2002년 당시 탈북자 지원활동가들과 인권운동가, 그리고 탈북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내 한국 공관에 진입해 한국행을 요구한 것과 당시 김대중 정부 시절 한국 정부의 대중외교에 대한 집중력 있는 지원과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중국의 탈북자 정책은 2002년 이전으로 후퇴하였다. 진보정권으로 불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어려운 난관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재외공관은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로서 역할을 유지해왔는데, 보수정권으로 불리는 지난 정부에서 이러한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중국 당국이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에 대한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탈북자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조속히 중국 내 재외공관이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로 기능하는 것을 회복해야 한다.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북한에서 탈북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근본적인 체제 개혁은 난망하기 때문에 결국 탈북자의 99%가 체류하고 있는 중국에서 강제 북송을 중지하고,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는 중국에서 직접 올 수 있도록 한국 정부는 중국 당국에 촉구해야 한다. 먼저 지난해까지 가능했던 중국 내 재외공관의 한국행 통로 역할을 회복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현재 중국 내 탈북자는 1만5000여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에 이들은 물론이고 소규모 탈북자의 한국행은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에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강제 송환을 중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라오스 등 탈북자의 한국행 협조 국가들과는 외교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탈북자의 한국행에 대한 협조 수준을 높이고, 해당 지역 공관에 탈북자 전담관을 배치해 라오스 체류 탈북 청소년 북송 사태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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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전 솔티 여사와 북한자유연합 회원들이 6월 5일 워싱턴 라오스대사관 앞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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