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 > 인터뷰Ⅰ
인터뷰Ⅰ / 이배용 여성부의장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제16기 여성부의장으로 발탁되었다. 통일을 향한 마음에 남녀가 따로 있을까만은 학자로서, 정치·행정가로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리더십을 발휘해 온 그의 남다른 행보는 16기 민주평통의 앞날에도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시대다. 비단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력자 역할을 위해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던 여성들이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치면서 성큼 한 발 내딛을 때 역사는 변화와 발전의 커다란 구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제16기 여성부의장에 임명된 이배용 부의장은 민주평통의 여성부의장 신설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바람직한 통일 위해 통일교육 앞장설 터
“대한민국 사회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활약상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대외적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게 되었고, 통일활동을 위한 더욱 폭넓은 구심점도 마련되었습니다. 저 역시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여성 자문위원들의 활동을 안으로 밖으로 지원하고 격려해줄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바람직한 통일’을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통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은 과거 그의 이력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과 한국사상사학회 회장, 한국 여성사학회 회장, 조선시대사학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역사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하고, 역사를 거울삼아 건강한 비전을 만들어가는 데 힘써왔다.
그는 노동부 여성정책자문위원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여성위원회 공동위원장, 통일부 통일고문회의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등 각종 정부 부서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이번 대선 때는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오랜 시간 학계와 정계를 오가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애국심’이라는 강렬한 에너지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의 창조적 문화의식과 역사관, 국가관이 통일의 기반이 되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북한과 우리는 민족공동체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번영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북한과 통일을 이룩해 우리의 번영과 성장의 힘을 나눈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와 민주평통의 기나긴 인연 또한 그가 가진 이러한 애국심과 통일을 향한 열망을 바탕으로 이어져 왔다. 1993년 즈음 여성위원회 활동을 주도하며 우리 사회 여성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북한연구회를 결성한 것도 이배용 여성부의장이었다. 이혜란 박사 등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해 통일활동에 앞장서는 탈북 여성들과의 연대도 꾸준히 이어왔다.
‘주전자 정신’ 키워야 할 때
그런 그이기에 지금의 민주평통 여성부의장직은 다가오는 통일의 시대를 위해 탁월한 학자적 식견과 특유의 실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통일교육의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삼국통일의 리더 역시 남성이 아닌 여성인 선덕여왕이었습니다. 여성에게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으로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힘이 있지요. 대한민국에도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 만큼 남성들과 함께 보조를 맞춰가며 올바른 통일을 위해 힘쓴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배용 부의장은 지금이야말로 여성들이 ‘주전자 정신’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인정신과 전문성, 자긍심 세 가지를 뜻하는 ‘주전자 정신’은 이배용 부의장이 강단에서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며 늘 강조해온 테마이다.
“당위론적인 통일론보다는 올바른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전문성’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 또한 중요합니다. 자긍심을 가지기 위해선 지나간 역사를 바로 알고 미래를 내다보는 폭넓은 식견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여성들의 주전자 정신 확립이 통일을 향한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있는 여성들까지 통일활동에 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성으로서의 장점도 통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탈북 여성들의 마음을 아우르고 북한 여성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여성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통일활동을 실천하고 이를 통해 연대를 이어나가는 것, 해외에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협력을 얻어내는 평화대사의 역할을 하는 것, 이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배용 여성부의장의 말대로, 여성들의 힘찬 발걸음으로 통일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