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호 > 인터뷰Ⅱ
인터뷰Ⅱ / 이훈복 초대 중국부의장
북한의 잇단 도발에 이은 협상 결렬 선언으로 실낱같았던 희망마저 희미해져버린 지금, 북한의 영원한 우방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16기 민주평통 출범과 함께 중국지역회의가 꾸려진 것이 더없이 반가운 이유다. 그 첫 번째 수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이훈복 중국부의장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지요. 한편으론 이런 중책을 맡아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간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활동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 있는 5개 협의회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훈복 중국부의장이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한미약품 근무 당시 베이징 한미약품 대표직을 맡으면서부터다. 임기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대신 베이징에서 베이징한산상무유한공사를 설립하는 쪽을 택했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들이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평통’ 조직과 연대하며 통일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훈복 부의장은 중국에도 이러한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중국협의회 조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중국협의회를 조직하고 이끈 일등공신
재중국한국인회 창립 준비위원장과 2대 회장, 베이징한국국제학교 건축 후원회장, 국무총리실 재외동포정책위원회 민간정책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오랜 협의를 거친 끝에 드디어 2009년, 민주평통 14기에 중국협의회를 설립하는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는 14기와 15기, 두 차례에 걸쳐 협의회장직을 역임했다.
14기 출범 당시 24명이던 자문위원의 수는 14기 후반에는 70여 명으로 늘어났고, 15기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선양 등 5개 지역에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명실공히 든든한 재외통일지원군 체제를 구축했다. 자문위원도 자그마치 249명으로 늘어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년의 시간 동안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사업을 추진해왔다. 재중교민의 화합과 통일공감대 형성을 위해 매년 ‘평화통일 한마음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체감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도 중국 주재원 교민 등 500여 명이 참여해 통일을 향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웠다.
초중고생 500여 명이 참여하는 ‘평화통일 염원 백일장’도 빼놓지 않고 개최했다. 이 행사는 타지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통일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행사의 마지막,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진지한 목소리로 합창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 부의장의 가슴도 함께 벅차올랐다. 통일골든벨과 같은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 것도 주효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한 ‘한중 전문가 평화포럼’과 ‘통일강연회’ 등을 개최하여 재외동포들 사이에 통일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통일 기반을 조성한 것도 그간의 중요한 성과다.
“중국지역회의 신설로 중국 각 지역 5개 협의회 구심점이 마련되었습니다. 각 지역협의회장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전개해온 통일활동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겠지요. 앞으로 이것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것이 중국인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확산입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이 재중교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공감대 확산과 홍보에 치중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역시 우리의 통일을 바라고 지원할 수 있도록 재중교민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민간외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중국 내 한반도 통일여론 확산에 일조할 터
베이징협의회장 재직 당시 협의회 산하 ‘통일연구팀’을 발족한 그는 지난 5월 20일 ‘통일연구팀’ 발족을 기념하는 첫 번째 행사로 ‘2013년 중국 양회(兩會)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내 자문위원과 기업인, 학자, 대사관 직원, 특파원 등 한인 교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 박사이자 칭화대학교 미중연구소장을 역임한 중국의 저명한 외교학자인 순저 교수를 초청해 ‘시진핑 시대의 미중관계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미중관계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한반도 변화를 예측하는 식견을 넓히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각 협의회별로 전문가와 정책자문그룹 등의 도움을 받아 한반도 통일이 중국 국익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이 공조체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을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중국 사회의 특수성, 중국과 한국, 중국과 북한의 특수한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섣불리 다가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중국과 한국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어깨가 앞으로 한층 더 무거워지겠죠.”
이 부의장의 각오와 바람대로 중국지역회의의 출범이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공고히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