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100일,
현황과 전망
북한이 셈법을 바꿀 때까지
북한의 숨통을 조인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대북 제재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제재가 누적되면 올해 말 북한은 상당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북 제재의 현황을 알아본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라 3월 2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 2270호는 유엔 설립 이후 비군사적인 제재조치로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아직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대북 제재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결의는 여러 분야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 금융, 선박 차단, 광물 수출 및 군사협력 등을 들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함께 양자 제재를 병행하며 그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중국, 러시아는 자국 안에 있는 북한 은행 계좌와 평양에 있는 자국 은행 계좌를 폐쇄했다. 정상적인 은행 간 거래를 통해서는 북한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없게 한 것이다. 북한은 현금을 직접 수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인데, 안보리 결의는 대량 현금(Bulk Cash)의 운반도 금지하고 있어, 많은 돈을 운반하던 북한인이 경유지에서 체포되고 현금을 압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의 선박 27척은 세계 어느 항구에도 입항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 선박들에 편의취적(便宜取籍, Flag of Convenience)을 허용했던 국가들도 등록을 취소함으로써 북한 선박들이 더 이상 자유롭게 운항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對)중국 석탄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약 40% 감소(1억1660만 달러→7227만 달러)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정부가 단둥 지역 등의 세관 검색을 강화해 국경을 통한 밀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국들의 양자 제재
그간 북한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통해 전 세계로 불법 무기 거래를 해왔는데, 유엔의 대북 제재안 결의 후 일부 국가가 이 회사 관련자들을 추방하고 조직 역시 축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한 외화벌이 창구로 개설된 북한의 해외 식당 역시 상당수가 문을 닫고 있다. 강제노동을 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온 북한의 해외 진출 노동자들도 해당국들이 북한 노동자의 신규 진출을 중단하거나 줄여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그 숫자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따라 우리 정부는 6월 1일, 이와 관련한 이행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의 대북 금수조치, 해운 및 운송 통제, 금융 및 경제 제재, 사치품 통제 등 포괄적인 대북 제재조치 현황이 담겨 있다.
지난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를 취했던 우리나라는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에 따른 추가적인 양자 제재조치로 ▲북한에 기항했던 외국 선박의 180일 이내 한국 입항 금지 ▲북한의 편의취적 선박의 국내 입항 금지 외에 제재 대상을 개인 40명, 단체 30개로 확대했다.
미국은 2015년 1월 소니사 사이버 해킹 사건을 계기로 발동한 행정명령 13687호를 통해 정찰총국, KOMID,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개와 개인 1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올해 3월 2일에는 행정명령 13382호 및 13687호에 근거해 단체 6개 및 개인 12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3월 16일에는 ‘대북 제재 이행법안(H.R. 757) 및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 13722호’를 발표해 ▲운송, 광업, 에너지, 금융 등 특정 부문 제재 ▲석탄, 금속, 흑연 등 북한 광물 거래 제재 ▲해외 북한 노동자 관련 제재를 포함시켰다.
6월 1일에는 ‘애국법(Patriot Act) 311조’에 따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금융기관의 미국 은행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들도 안보리 결의 2270호 준수를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중국은 4월 5일 항공유와 석탄 등 25종의 대북 수출과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6월 14일에는 WMD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 등 40여 종의 금지 품목을 발표했다. 러시아도 5월 6일자 대통령령을 통해 러시아 내의 북한 은행과 지사, 합작회사 등을 폐쇄하고 북한으로부터의 석탄, 철, 금, 티타늄 수입 금지를 고시했다.
제재 강화로 북한 태도 변화 유도
EU는 5월 20일자 EU 이사회 결정을 통해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 개인 18명과 조선 인민군 전략로케트부대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5월 27에는 ▲대북 교역 금지품목 확대 ▲사치품 금수품목 확대 등의 추가조치를 발표했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도 ▲북한 노동당 39호실 등 북한 당국의 자산 동결 ▲스위스 은행의 북한 내 지점이나 스위스에 있는 북한 은행 지점 계좌 동결 ▲캐비아, 시가(담배), 화장품, 시계 등의 사치품 수출 금지품목을 확대했다.
폴란드는 양자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노동자 인력 송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와 양자 차원의 제재는 ‘북한 대 국제사회’의 구도로 발전되고 있어 북한은 고통을 더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에 반대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6월 초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고, 6월 6~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 전면 이행에 합의했다.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총화를 통해 “조선 노동당은 전대미문의 엄혹한 시련과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위업을 전진시키고 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제재의 고통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대회 이후 ‘200일 전투’라는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북한 경제의 ‘자강력’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5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적도 기니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를, 이수용 부위원장이 중국을, 6월 최태복 부위원장이 라오스를 방문하는 등 제재로 야기된 고립 탈피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욱 강력한 국제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5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우간다 방문 시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우간다 측이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제재의 효과가 아프리카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는 5월 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시 이란 대통령이 한반도의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함께 북한 정권에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를 방문해 새로운 양국 관계를 연 것과 윤 장관의 러시아와 불가리아 방문도 북한 측에 변화를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집할수록 더욱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고립과 자멸의 길로 빠져들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 7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노동당 규약’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명문화했으니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전략적 셈법을 바꾸어 비핵화 대화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신동익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정치학 석사. 1981년 외무부 입부(15회 외무고시),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다자외교조정관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