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초의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
그 성과를 통일로 이어가겠습니다”
이학락 남미서부 협의회장
아르헨티나에서 서울까지, 이학락 남미서부협의회장이 민주평통 제17기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날아온 시간은 29시간이 넘는다. 그에게 이번 해외지역회의가 갖는 의미는 무척 특별하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고대하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아르헨티나 의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부터가 그렇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남미 최초로 이뤄진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남미서부협의회는 우리 동포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역적 특성상 그가 거주하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칠레, 페루, 볼리비아, 우루과이에 이르는 남미 서부 6개국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고국 땅에서 열리는 해외지역회의는 오히려 각국에 흩어져 지내던 55명의 남미서부협의회 자문위원이 한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통일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인 셈이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미서부협의회 사무실이 생기기 전까지는 가까이 지내는 자문위원들끼리도 얼굴 한번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최근의 성과들은 그에게도, 남미서부협의회 자문위원들에게도 여간 가슴 벅찬 일이 아니다.
고국에서 자문위원 한자리에 모여
사무실 오픈 이후 남미서부협의회 자문위원들은 월례회를 개최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의 중요한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고 또 치러낼 것인지, 통일 현안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시간도 자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한인회와 함께 치러낸 이민 50주년 행사나 최근 이북 5도민과의 공조를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한 북한 인권 사진전 등도 성과의 일부다.
“오랜 세월 좌파정권이 집권했던 아르헨티나는 최근 우파정권의 집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매우 높은 상황이죠. 6월에 있었던 통일골든벨 대회에는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원주민 일부가 참여해 그 열기를 실감케 해주었습니다.
아르헨티나 교민사회의 경우 대체적으로 집 안에서는 한국말로 대화를 할 만큼 1세대와 2세대의 공감대 폭도 넓은 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차세대 통일교육과 정체성 확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지 분위기가 이런 만큼 남미서부협의회의 사기도 날로 충만해지고 있다. 그는 “민주평통 자문위원이라면 누구나 통일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통일 문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자거나 프로페셔널이 되자는 뜻은 아니다. 통일 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통일 활동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
통일교육으로 소통의 방법 찾았습니다”
서상희 광저우협의회 교육분과위원장
“오후에 있을 협의회별 분임토의 발표 시간에 사용할 소품이에요. 통일교육 시간에 이 천사 날개를 메고 등장하면 아이들이 ‘천사가 나타났다!’면서 몹시 좋아하거든요.”
천사 날개를 품에 안고 나타난 서상희 광저우협의회 교육분과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번 17기 중국 광저우협의회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일교육 사업은 그 진행 방식부터가 새롭고 독특하다. 특정 인물이 일방적으로 강연을 주도하거나, 연령과 각자의 통일의식 수준에 관계없이 진행되던 기존의 통일교육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검증된 영상 자료를 연령대별 눈높이에 맞춰 편집·재구성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에 자체 내레이션이 곁들여진다. 비율로 따지면 영상 자료가 80%, 내레이션이 20% 정도. 영상물은 통일교육원이 제작한 검증된 자료들이 주를 이루며, 여기에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마술쇼나 퀴즈 같은 아이디어들도 동원된다.
한국까지 날아가 자문 구해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많이 서툴렀어요. 자료 준비에만 꼬박 3개월 정도가 걸렸을 정도니까요. 협의회장님께서 정확하게 방향 제시를 해주시지 않았다면 자료를 구하고 정리하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서상희 위원장은 이번 17기에서 처음 합류한 새내기 자문위원이다. 그런 그에게 교육분과위원장이라는 중책과 함께 통일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보자는 제안까지 주어졌으니 부담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을 터였다. 밤을 꼬박 새는 날도 허다했지만 더 좋은 자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한국까지 날아와 자문을 구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노력하고 고민한 만큼 성과도 좋았다.
천사 날개옷을 입고 나타난 서 위원장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호기심 가득 똘망똘망한 눈으로 귀 기울여주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가 등장하는 영상물에서 남북 분단 때문에 비무장지대(DMZ)에 살고 있는 동물 친구들까지 고통 받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구동성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시작한 통일교육은 이제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성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확대되어 ‘찾아가는 통일교육’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게 되었다.
“저희 광저우협의회뿐만 아니라 타 협의회와 민주평통에서도 이런 영상물 자료의 필요성을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좋은 자료가 있다면 함께 나누고 정보 공유도 하다 보면 통일교육의 성과도 더욱 커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민주평통이란 밭을 가는 농부 심정으로
즐겁게 일하겠습니다”
최진학 토론토협의회장
최진학 캐나다 토론토협의회장은 지난 14기 토론토협의회 간사직을 시작으로 17기 지역협의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일보다 배우고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변화된 스스로에 놀라워하며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가는 시기. 그에게 민주평통에서의 통일 활동은 “농부가 민주평통이라는 밭을 만나면서 쓰지 않고 창고에 넣어두었던 농기구를 다시 꺼내어 쓰게 된 것”과 같다.
올해 1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토론토협의회는 현지 한인단체 단체장들과 만나 안보회의를 진행했다.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이라는 목표에 맞춰 차근차근 활동 계획을 실현해나가고 싶었지만 북한의 도발로 계획은 전면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인회, 안보 관련 단체들과 더불어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서병길 캐나다서부협의회장, 연아 마틴 연방 상원의원과 함께 연방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 시위를 펼쳤다. 개인적으로는 트루더 캐나다 총리에게 북한 제재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신문 전면광고를 통해 게재하는 한편 지역 연방의원을 통해 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다.
대나무 같은 우리 민족
토론토협의회 통일 활동의 상당수는 북한인권협회, 재향군인회, 안보협의회 등과의 공조를 통해 이뤄진다. 최근 캐나다 의회의 북한인권법 상정 및 제정을 위한 노력에도 민주평통과 북한인권협회, 밴쿠버협의회와 토론토협의회가 함께 힘을 보태고 있다.
이를 위해 토론토협의회는 북한인권협회와 워털루지역의 대학생들을 비롯해 토론토 거주 한인, 수도 오타와의 인권단체와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북한 인권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교민사회뿐만 아니라 캐나다 현지인들과 주류사회에까지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6·25전쟁 당시부터 한국과 운명을 같이해온 우방국인 캐나다가 이제 통일의 조력자로서 능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사람들은 장점이 많습니다. 대나무 같은 면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대나무는 땅 위로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따로 자라나도 그 뿌리는 하나입니다. 그중 한 줄기를 잘라서 멀리 옮겨 심어놓아도 같은 날 꽃을 피웁니다. 세계는 정보화시대를 넘어 공유의 시대, 공감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한국인의 풍부한 감성과 정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도 맞아떨어집니다.
한국 사람들은 스마트해서 정보 공유에도 능합니다. 우리 700만 해외동포들은 또 하나의 대한민국, 또 하나의 한국민입니다. 대일항쟁기 시절, 독립을 위해 싸우던 해외동포들을 떠올려보면 통일 운동에서 우리 해외동포들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남북통일은 남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평화의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닫힌 빗장을 풀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외동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