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거듭된 무수단 발사를 분해한다!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누리며
다음 단계로 재래식 도발한다
북한의 반복된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패에만 방점을 찍어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은 제2 핵공격 능력을 갖춰 완벽한 핵보유국으로 발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4월 15일, 28일, 5월 31일 그리고 6월 22일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4월 24일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시험발사를 시도했다.
일각에서는 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태양절과 제7차 당대회라는 국내 행사를 앞둔 ‘축포’의 일환이자 제재 국면의 전환용으로 보았다. 이 때문에 공중 폭발로 실패한 데 무게를 두면서 북한 미사일이 기술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6월 22일의 성공도 있으니 기술적 완성도 여부와는 별개로 이 미사일 시험발사가 갖는 정치외교적, 군사전략적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은 북한이 실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왜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의 의도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새로운 미사일 실험은 제7차 당대회에서 선언하고자 계획했던 ‘핵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의 억제’ 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선제 핵공격을 받아도 보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핵탄두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동성이 높고 조기 탐지가 어려운 SLBM의 보유이다.
SLBM이 있으면 선제공격을 받아도 보복공격으로 역시 상대를 초토화할 수 있으니, SLBM의 보유는 핵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조치가 된다. 그간 북한의 선전 보도 내용을 종합해보면 제7차 당대회까지 북한은 수사적,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일관되게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를 도모해왔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2월 17일자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 구호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생산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 후로도 언론매체를 통해 “핵공격 능력의 비약적 발전과 위력의 과시”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흘려왔다.
4월 30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전쟁 위협에 핵 억제력 강화로 대답할 것”임을 강조했다. 5월 10일자 노동신문은 북한이 “핵 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는 북한
2016년 들어 김정은이 핵 관련 장비와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고 군 관련 행사에 참석한 횟수가 대폭 늘어났다. 이는 ‘김정은의 북한’이 핵 강국을 지향한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실험은 대미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시도된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장거리 타격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증명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사거리가 한반도와 일본으로 제한되는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로는 미국의 안보를 ‘신뢰성 있게’ 위협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 핵위협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옵션은 시험발사 없이 실전 배치돼 의문이 제기돼온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현시하는 것과 SLBM의 개발 가능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무수단이 실전 운용될 경우 한미동맹의 억제태세와 대응 능력에 도전 요소가 된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지적돼온 바다.
미국에서 북한의 SLBM 개발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때부터 이 SLBM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양한 핵 투발수단을 보유하게 된 북한에 기존의 전쟁 수행 개념을 적용해서는 군사적인 승리를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고 본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의 핵위협이 진화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므로 위기 시 ‘군사력의 대결’은 ‘의지의 대결(Contest of Resolve)’로 변하게 된다. 그때 북한의 핵 억제력은 증원전략 파견을 포함한 미군의 적극적 개입 의지에 영향을 준다.
재래식 전력과 복합적으로 운용돼 반접근(Anti-access) 효과도 달성한다. 한미 양국에 대해서는 위기 완화(De-escalation)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게 하고, 오인(Misperception)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의 대북 시그널링(Signaling)을 신중하게 만든다.
이는 한미 연합군이 지상 표적 제거를 목표로 하는 선제 타격체계인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운용하는 데 차질을 준다. KAMD는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경로를 정확히 식별해내는 정보력이 있어야 제대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SLBM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한국은 과제가 급증한다.
셋째, 북한은 추가적 미사일 실험으로 생길 후풍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간 다수의 핵·미사일 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만들어낸 상황이 새로운 핵·미사일 실험을 했을 때 국제사회가 받게 되는 심리적 충격을 줄여주었다. 이름 하여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만으로 안보리가 결의문 형태로 추가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실험은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역내 안정화를 국가이익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한·미·일의 군사협력을 강화시키는 구실로 활용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운다.
북한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도 고려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6월 1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관계 각국이 냉정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인도와 협력관계를 강화한 미국은 미얀마와 베트남, 필리핀, 호주, 일본으로 이어지는 대(對)중국 견제 구도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껴안는 것이 세력균형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
따라서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 실험은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 순위에서 뒤처지는 것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벌어지는 미·중 경쟁에서 중국을 돕는 완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한미 전문가 사이에서는 북한 SLBM의 성공 여부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전력화 시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SLBM의 단 분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SLBM 전력화는 2020년 이전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지금까지 북한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의 단 분리 기술만 축적해왔기에, 고체연료 개발을 추진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기정사실화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핵보유국은 핵비확산체제(NPT) 안에서 합법적(de jure)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는 나라와, 그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사실상(de facto) 핵 국가로 구분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및 중국이 합법적인 핵보유국이고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NPT 체제 밖에서 핵 보유가 ‘묵인’된 나라다. 여기서 묵인은 핵 포기 압력을 받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국가로 인정은 물론이고 묵인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제사회가 비핵화 요구를 중단하지 않는 한 핵국가 지위를 얻고자 하는 북한의 노력은 ‘불법’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에는 딜레마가 된다.
북한이 오판하지 않게 하려면
북한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핵 억제력 증강 노력을 지속할 것인가?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 기조로 천명했다. 핵 억제력에 의존해 외부 환경을 안정시킨 가운데 경제 회생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개진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사업총화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할 것”을 강조했는데, 북한은 이러한 행보가 장기적으로는 대미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모든 어젠다를 올려놓고 협상에 임하게 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는 현 사태를 대북 제재 이행에 국제사회가 동참해줄 것을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고체연료 개발을 위해 기존의 군사협력 국가들과 인적, 물적 교류를 강화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대북 제재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전략물자에 대한 통제를 양자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다자적으로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일어난 상황이 한국에 주는 함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인도는 신형 SLBM인 K-4의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를 통해 단 분리와 탄도 궤적 유지 등을 점검했다.
SLBM의 발사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인도가 제2 핵공격 능력을 공개함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유지돼온 전략적 균형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유념할 것은 전략적 수준의 핵 억제력이 유지되면 재래식 충돌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핵 억제력에 자신을 가진 북한은 재래식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핵 억제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낮은 수준의 도발은 한미가 용인할 것이라는 오판을 북한은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그러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대응 원칙을 확인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미국 플레처스쿨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팀 연구원, 미국 터프츠대 오셔(Osher)연구소 연구원, 연세대 국제대학원 강사 역임. 현재 국무조정실 국정과제 평가위원. 저서 <The North Korean Weapons Crisis>,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