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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7 | 20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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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와 한반도 안보구조의 변화

6월 6~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은 양자관계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국제 문제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회의체는 구체적인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일종의 대화 플랫폼이다. 그런데 양국은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공동 발표문에 북핵 문제를 포함시켰다.

“유엔 안보리 제2270호 결의를 전면적으로 집행하는 한편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동 노력과 필요한 행동으로 북한이 6자회담으로 조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소통과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양국이 유엔 결의안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과 조기에 대화 국면으로 진입하자는 전략적 타협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모든 국제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중국은 ‘새로운 정상(New Normal)’ 시기를 맞아 정책의 우선순위를 국내 정치로 빠르게 옮겨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국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독자 제재의 칼을 빼들었으나 중국을 배제하고는 제2차 제재(Secondary Boycott)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자 할 것이다. 중국도 6월 14일 ‘제22호 공고문’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중심으로 한 40여 종의 대북 수출 금지 품목 리스트를 발표했지만 실효성 있는 추가 제재나 독자 제재를 실행해 북한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태도가 분명하다.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 담당 부위원장이 미·중 전략·경제대화 폐막 직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다.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경제 발전이라는 이른바 ‘병진노선’을 철회하지 않았고, 중국도 예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강조하는 등 양국관계는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전략적이든 전술적이든 북한은 당 규약 결정서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하지 않았고 핵실험 등의 행동을 자제하며 대화 공세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지역 질서를 중국·러시아·북한 대 한·미·일 구도로 만드는 한편 북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미·중관계의 변화를 동태적으로 읽고 대북한 정책을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핵과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대북 제재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매몰비용(Sunk Cost)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양자관계를 넘어 지역이나 국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그로 말미암아 나타날 한반도 안보구조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넓은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면서 대북정책의 ‘진자(振子) 폭’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북핵 질서를 ‘국제사회 대 북한’ 구도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략적 지혜를 갖춰야 할 때다. ‘바텀라인 사고(Bottom Line Thinking)’라는 말이 있다. 가장 어려운 상황을 먼저 고려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이 희 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정치학박사. 중국 베이징대 연구원, 일본 나고야대 특임교수, 현대중국학회 회장 등 역임. 현재 성균중국연구소장과 민주평통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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