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015 통일 구상

“새로운 통일 비전 범국민적 공감 형성해야”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 노력과 함께 우리 자체적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5년 새해를 열며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를 맞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7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통일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머지않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고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우리의 소원인 통일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국민이 합심하면 그 저력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이래 올해에는 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난 통일 구상은 지난해보다 훨씬 폭이 넓어지고 구체화돼 있다. 지난해 ‘통일 대박론’ 언급은 우리 국민 사이에 통일에 대한 관심을 획기적으로 고조시켰으며, 특히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던 젊은 층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정책 방향을 천명함으로써 주변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한층 증대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를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절호의 시기로 판단해 더욱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 실질적인 통일시대를 열어갈 각오를 다졌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과제 4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한반도 통일을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의지와 저력이 단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의 독립과 광복을 위해 우리 민족이 하나가 돼 투쟁했듯이 통일을 위해서 먼저 우리 국민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범국민적,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북한과 대화하고 설득해 평화적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벗어나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북한에 대해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의했고, 올해 초 통일부 장관이 직접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대응해 형식에 관계없이 대화할 것을 재차 제안했다. 박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당국에 대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대화 제의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셋째, 남북대화를 재개하면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되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남북 공동행사를 제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민족동질성 회복을 강조해왔으며,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도 민간 차원의 지원 협력사업을 거듭 강조했다.

넷째,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튼튼한 안보와 국제사회의 지지 및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는 평화통일의 기본 토대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뿐만 아니라 다소 소원해진 러시아와 일본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계 발전을 주문했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평화와 발전이 통일의 조건이자 통일이 가져올 크나큰 혜택이 될 것임을 염두에 둔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북·러, 북·중관계의 현재

북한의 반복되는 대화 제의와 도발 행태는 핵·경제 병진정책에 따라 핵 보유국가로서의 입장과 전략은 유지하면서 경협 및 인도적 지원 분야 등으로 의제의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하에서의 북한 경제는 유사 시장경제 체제로서 그 운영 방식이 왜곡돼 있고, 국제 광물시장의 위축과 러시아 경제 상황의 악화로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축소됨으로써 2015년이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출범의 해임에도 경제 기반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향후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려고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같이 한미 양국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소원해진 북·중관계가 전격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북·미, 북·일관계 역시 뚜렷한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룡해 특사의 방러 이후 북·러관계는 한층 긴밀해졌으나 러시아의 대내외 정세 악화로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현재와 같은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아가 국제사회를 향한 발판을 구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남한의 대화 제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을 것이며,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에도 대남 압박과 평화 공세를 병행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2015년 우리 정부는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시대를 열겠습니다’를 출범 3년 차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해 박 대통령의 신년 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냄으로써 명실상부한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실질적인 대북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이 일관된 원칙에 따라 추진되겠지만, 북한의 핵·경제 병진정책 고수 입장과 도발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는 전략을 감안할 때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발굴하면서 국제협력 및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북한의 내부 정세에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면 우리 대북·통일정책의 목표는 지속하되 이행 전략은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화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략 목표에 따라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우리의 통일·대북정책의 목표는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 발언에서 언급한 튼튼한 안보와 북한 비핵화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 우리 주도로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올해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정책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비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도모하려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대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되 우리 자체로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적인 통일 기반 구축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2015년 상반기는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지 않은 채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이나 우리의 일방적인 대북 양보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선전전을 강화할 것에 대비해 한미 간의 긴밀한 협조하에 단호한 대응체제 구축에 집중하되 올해 중반 이후 상황 변화에 대비하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국민의 하나 된 마음으로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북한을 변화와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통일시대 구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통일 비전과 방안이 범국민적, 초당적 공감대 위에서 공론화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통일시대를 열어가려면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통일준비위원회와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과의 민관 협업 및 공공외교를 적극 활용해 통일 준비 역량을 극대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운영위원,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고려대 북한학연구소장, 전 한국정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