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을미년.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과연 어떤 새해 희망과 포부를 갖고 있을까.
각계에서 활동하는 자문위원들의 양때 해 설계를 들어본다.
<사진> 울산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한국 라이온스클럽 역사상 최초 여성 총재 역임. 적십자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으로 활동.
2015년을 맞아 무엇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통일을 함께 꿈꾸며 준비하는 민주평통이 되었으면 한다. 민주평통이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뛰어넘어 국민 모두 ‘화해와 통합’으로 하나 되어 통일을 이루는 평화의 도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우선 생존해 계신 분들의 연세를 고려할 때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시급하다. 이번 설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도록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하고, 서신 왕래를 통해 남북 가족이 서로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작은 통일부터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제2, 제3 개성공단이 계속 설립되어 서로 경제를 돕는 것은 물론, 유니세프, 월드비전, 컴패션 등 단체의 협조를 통해 발육이 부진한 북한 어린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시 한 번 천명한 2015년은 통일 준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해다. 이미 지난해부터 민주평통은 북한이탈주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표현하며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인 ‘통일맞이 하나-다섯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멘토링, 법률 지원, 의료봉사, 장학 지원, 취업 지원 등 다섯 분야 운동 중 특히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어깨동무 멘토링 사업의 보람과 성과가 크다고 본다. 앞으로도 통일의 그날까지 멘토-멘티 결연을 확대해 이들을 건강한 통일 주역으로 키워나가야 된다.
탈북청소년뿐 아니라 우리나라 청소년들 역시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국민으로 자랄 수 있게끔 통일교육을 해나가야 한다. 이들 중에는 통일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단으로 발생하는 부담은 통일비용보다 커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우리의 통일은 이웃나라는 물론 먼 나라에까지 도움이 될 수 있기에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평통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통일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비정부기구(NGO)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여러 단체가 통일을 함께 이끌고, 온 국민이 월 1000원씩 모아 통일기금을 마련하자는 ‘천원의 꿈’ 프로젝트 역시 대한적십사와 MOU를 체결해 국민 대통합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사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졸업. 제8대 선양한국인회장, 선양한국국제학교 초대 교장 역임.
제14기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제15기에 이어 제16기 선양협의회 회장으로 연임 중.
광복 70년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70년 전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그날, 온 겨레는 모두가 자유롭고 떳떳하고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광복 첫해부터 우리는 분열에 휩싸여 나라가 반으로 쪼개진 채 분단국가로 살아왔다.
그동안 남과 북은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걸었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고, 북한은 3대째 독재정권을 세습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폐쇄적인 나라라는 낙인이 찍혔다.
지난 70년간 남북관계는 간혹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늘 첨예한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대결의 와중에서도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통일을 이룰 기회도 적잖았다. 그러나 언제나 국론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분단 첫해부터 지금까지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모아졌다면 한반도는 지금보다 엄청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그간 수많은 세대들이 자랐다. 앞선 세대들은 전쟁과 가난을 경험했지만 이후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는 전쟁의 역사와 분단의 아픔을 잘 모른다. 일부 세력은 오직 나라를 흔들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통일의 가치를 폄훼하고, 70년 동안 증명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세력이 여전히 날뛰고 있다.
일제강점기 35년에 해당하는 세월이 벌써 두 번이나 지나갔다. 이 상태로 30년이 지나면 우리는 광복 100주년을 분단 100주년이라는 슬픈 현실로 맞이하게 된다. 그 이전에 통일이 되어 세계사를 주도하는 선진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늘 불안하고 소모적인 대결을 해야 하는 분단국가로 남을 것인가? 그것은 우리들의 인식에 달렸다.
광복 100년을 분단 상태로 맞지 않으려면 먼저 국론을 하나로 모아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에 모든 국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통일은 힘이 아니라 국론의 통일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선양협의회는 올 한 해 다음과 같은 통일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1월 31일 선양한국국제학교에서 무오독립선언 기념식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4월 15일에는 옌지평화통일포럼을 개최하고, 5월 16일에는 다롄한국국제학교에서 나라사랑 글짓기 대회와 통일 골든벨 대회를 열어 통일의지를 다질 것이다.
그 외에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과 통일강연회 등의 행사를 개최해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제고하려는 것이 선양협의회의 올해 목표다.
<사진> 함흥약학대학 약제학부 졸업 후 함북에서 약제사로 근무. 대한민국 정착 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사단법인 ‘새 삶’ 대표 겸 민주평통 상임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는 제16기 민주평통 상임위원 간부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 영광을 안았다. 거듭되는 영광 앞에 한편으로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낀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사명은 통일한국을 위한 매개자이자 메신저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2만7253명에 이르고 있고, 이 중 중고생이 1만8000여 명으로 70%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바로 ‘고난의 행군기’에 출생했다. 북한의 1994년은 김일성 사망과 함께 배급제가 사라진 시점이다. 그래서 이 시기 출생아들은 영양부족과 불결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대부분 이유기에 쌀밥을 구경조차 못 해 심각한 영양 불균형과 저체중을 겪었다. 나도 이 시기 막내를 출산, 수유기에 감자 한 알로 하루를 버텄다.
이들은 현재 고등학생이거나 신입 대학생으로, 북한에서 부모를 여의거나 탈북 과정에서 편부모 가족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충분한 대비 없이 남한 사회에 편입되어 헤어진 부모형제 생각과 사회 정착의 ‘잔인함’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다독여주고 때로 호된 채찍도 들 수 있는 진정한 엄마가 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나는 같은 연령대 자식을 둔 엄마이며, 막내딸을 구하려 재입북했다가 6개월간 구금 생활과 재탈북으로 빚어진 모자 간 재회와 이별의 아픔을 겪었고, 남한에서 40대에 힘들게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이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북한이탈주민 상처 치유와 정착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새 삶’을 창립했다. ‘새 삶’ 회원들은 정부와 국민의 지원과 격려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2015년은 ‘새 삶’의 활동이 본격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올 한 해는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이 각각 언급한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염원한다. 아울러 비정치적 부문 중심으로 화해와 협력의 새 장을 열어가야 한다. 민족 동질성 위주의 ‘감성지수’를 부각해 공감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북한 서커스단과 어린이 공연단, 축구 초청경기 등 남북 스포츠 교류와 문화협력 등을 통해 우리의 통일의지, 진정성을 북한 주민들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로 통일 열기는 고조되었으나 북한의 양두구육(羊頭狗肉) 식 대남도발로 박정희 대통령의 통일정책은 ‘선경제, 후통일론’으로 유보되었고 그 후 40년간 남북은 크게 달라졌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의 강력한 자신감과 통일의지를 바탕으로 ‘통일 대박’ 시대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올 한 해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북한 주민들에게도 따뜻한 봄을 열어주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진> 미 메이저리그 인디애나 클리블랜드 구단 환태평양 총괄담당, 미 BDA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아시아
총괄담당을 거쳤다. 현재 국내 통신사 스포츠단 국제업무과장으로 일하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과 통역위원으로도 활동 중.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 공헌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과 개인적 목표 때문에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15년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통역 봉사를 해오는 한편, 통일과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고 민주평통에서 일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내게는 요즘 고민거리가 있다. 모든 게 궁금하고 많은 걸 질문하는 여덟 살 아들이 북한과 분단에 관련된 질문을 한다면, 북한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다른 가정에서는 부모 세대와 내 또래들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나 자신은 민주평통 활동을 하기 전까지 야근이 이어지는 바쁜 일상 때문에 한 번도 진지하게 통일이나 남북문제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와 대화해본 적도 없다.
내가 처음 남북관계 문제를 접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경주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주최 해외 거주 대학생 대상 워크숍에 4박5일 일정으로 참여했을 때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통일 정책, 통일 방향과 비전 등을 접할 수 있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어떻게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면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20대 초반이었다. 이후 국방 의무를 다하며 남북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 3주 전 쯤, 유튜브를 통해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북한은 ‘그냥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는 말이 가슴을 쳤다. 오준 대사의 발언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것이자 우리 국민들을 콕 집어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국민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통일과 통일 관련 문제를 이해시키는 데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준 대사의 발언이 SNS에서 이슈가 되는 것 을 보고 젊은 세대들 역시 통일에 대해 적잖은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젊은 세대가 지속적으로 북한의 실상을 진지하게 알아보고 고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통일생각과 관심, 의지를 높여주는 데 민주평통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평통이 통일 준비를 위해 더 많은 홍보, 교육, 토론을 전개하고, <통일시대> 같은 언론 매체를 활용해 더 활발하게 국민과 소통했으면 한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세대 간 인식의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향민이신 95세 외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계시어 통일 문제가 더욱 사무친다. 항상 “죽기 전에 고향에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셨던 할머니가 얼마 전 뵈었을 때 내게 “누구세요?”라고 물으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할머니의 치매가 더 심해지기 전에 고향에 가보셔야 하는데…. 나의 이 개인적인 꿈도 꼭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