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통일연구원장
통일 준비가 정부의 핵심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통일 준비는 대북정책뿐 아니라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경제 발전, 특히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히 연계돼 있다. 지난해 초 ‘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드레스덴 구상,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이 이어지며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제고되고 통일 준비 추진체계가 정비됐다. 이제 통일을 향한 대여정에 나서면서 통일 준비 추진 방향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 준비 내용을 적극 실천할 필요가 있다.
통일 준비의 기본 방향은 첫째, 안보와 통일 준비의 선순환이다. 통일 준비의 전 과정은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간 대화 및 교류협력 등은 안보의 약화가 아닌 안보 강화에 보탬이 돼야 한다.
둘째, 통일 준비는 극적인 이벤트보다는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일의 비전과 목표는 크고 미래 지향적이지만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통일은 결코 요행수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
셋째, 남북 간 친화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통일은 한국 사회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과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가 북한 주민에게 매력 있는 사회로 인식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들의 성공 사례는 통일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통일 준비는 질서 있고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과거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는가 싶으면 순식간에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냉각되는 현상을 수차례 경험했다. 사실 진전과 후퇴를 반복하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출발점이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머지않아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과속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통일 준비는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역량을 총집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각 부처, 지방 정부와 주요 공기업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비정부기구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통일 준비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통일 준비가 현실적인 정책이 되려면 북한 실태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의료·보건을 비롯한 사회·경제 분야의 북한 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분석을 도외시한 채, 북한이 원하는 대로 지원하고 우리 방식대로 교류하는 것은 공허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한 교류 협력은 남북한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주변국에도 남북한 통일이 편익이 됨을 설득하고, 국제기구와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최진욱
미 신시내티대 정치학 박사. 일본 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객원교수 역임. 현재 북한대학원 겸임교수 겸 제14대 통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