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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이후 북·미관계

이유 있는 미국의 민감한 반응
남북대화에는 큰 영향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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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소니픽처스 해킹 청문회가 열린 1월 13일 미 국가사이버안보정보통합센터(NCCIC)를 방문해 “사이버 위협이야말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경제·안보적 도전”이라고 선언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미국은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을 미국 본토에 가한 북한 최초의 공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북의 해킹 시도는 향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더욱 줄어들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은 우리 정부를 여전히 지지하는 입장이다.

사이버 안보는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국가안보의 핵심 사안이 됐다. 당연히 남북관계 차원에서도 북한에서 비롯되는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급기야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한반도를 넘어서 국제안보 차원으로 확장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해 말 할리우드에 본사를 둔 소니픽처스라는 영화제작사에 불법 해킹이 있었고, 이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다수 유출되는 사건이 터졌다. 마침 이 회사는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암살 내용을 담은 ‘인터뷰’라는 영화를 상영하려는 상황이었다.

해킹을 시도한 당사자들은 영화가 상영될 경우 엄청난 테러를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해킹을 시도한 지점의 인터넷 주소(IP), 영화 ‘인터뷰’ 내용의 민감성, 미국 정보기관의 자체 정보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초 북한에 대한 사이버 보복 공격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최종 사인했다. 물론 북한은 공식적으로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은 북한 당국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국가안보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개별 국가안보는 물론 국제안보의 핵심 어젠다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초반부터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이란 네트워크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컴퓨터와 같은 사이버상의 수단을 동원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군도 사이버 안보에 대한 작전 능력을 꾸준히 키워왔는데, 특히 9·11 테러와 연이은 걸프전을 지켜보면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해왔다. 사이버 테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소규모 전문화된 인력만을 동원해 투입 대비 엄청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소위 ‘일탈행위’를 일삼는 국가가 선호하는 전략 수단으로 알려져왔다. 만약 이번 소니픽처스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이 정확하다면, 이는 북한에서 비롯되는 안보 위협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및 글로벌 안보를 위해 새로운 노력과 정책 수단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월 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휴가 중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미국이 이번 해킹 사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잘 보여준다. 미국이 어떠한 객관적인 정보와 자료를 통해서 소닉픽처스를 사이버 공격한 당사자가 북한이었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는지는 미국 정보당국이 아닌 이상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판단은 무엇보다도 영화 ‘인터뷰’ 상영을 감행할 경우 9·11에 버금가는 추가 테러를 하겠다는 위협의 본질이 북한과 연관됐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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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월 12일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북한 군복을 입고 나와 최근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풍자한 한국계 배우 마거릿 조(사진 가운데).
2.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포스터)’를 제작한 소니픽처스를 해킹하는 데 쓰인 악성 소프트웨어에서 발견된 한글 코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최종 공식 발표는 지난해 12월 19일에 이뤄졌다. 미국이 이러한 판단과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20여 일이 걸린 셈이다. 이번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미국의 판단을 근거로 보면, 북한은 ‘사이버 해킹’이라는 전혀 다른 장르에서 또 하나의 전형적인 비대칭적 무기를 통해 국제사회의 안정을 파괴하고자 시도한 셈이다. 이는 ‘핵무기’라는 전형적인 비대칭 살상무기를 개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향후 북·미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관련해 대체로는 부정적인 관점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오바마 행정부의 북·미관계 개선 의지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해킹 시도는 향후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더욱 줄어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북·미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의 범위와 수준이 어디까지인가와 관련해서는 좀 더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당분간 북·미 간 대화 채널 자체의 폐쇄라든지 혹은 우리 정부가 자율성을 가지고 시도하는 대북 접촉에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다든지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번 사건이 과거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도발을 시도했던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은 쉽게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북한 처지에서 미국의 반발과 대응조치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할리우드라는 일종의 미국의 자존심에 피해를 주는 일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더 짚어봐야 할 사항은 북한의 사이버 해킹으로 야기된 북·미 간 신경전이 우리 정부의 통일 준비 노력 및 남북한 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하는 부분이다. 물론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미국의 조야(朝野)에 퍼져 있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에 악영향을 끼친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대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한 사이에 경제협력 물꼬가 갑자기 트이게 된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상황을 논할 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관여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또한 그러한 기회가 북한을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면 미국은 이를 적극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좀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미국이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을 미국 본토에 가한 북한 최초의 공격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지난번 FBI 발표도 그렇고, 휴가지에서 행정명령에 사인한 오바마 대통령의 완고한 입장도 그렇고, 미국이 사용한 공식 표현은 북한의 소행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었는데, 이는 국제법상 자위권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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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명훈 주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1월 1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소니픽처스 해킹 관련 기자회견 도중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번 해킹은 북한의 전략적 판단 미스

북한이 지금까지 북한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넘지 않았던 선을 왜 이 시점에서 무시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기는 한다. 그러나 향후 경우에 따라 ‘최고 존엄’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 혹여 예상치 않은 상호 간 대결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책 당사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들은 사실 지금까지 북한의 무모함을 우려하면서도 김정일 시대의 경우에는 북한이 매우 교모하게 유지했던 일종의 레드라인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젊은 리더십에서 비롯되는 전략적 미숙함과 또 참모들 간 충성 경쟁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보이지 않게 작동하던 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개연성을 매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우려는 지난해 하반기 국제사회가 제기한 대북한 인권 외교에 맞서 북한이 ‘최고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가용 가능한 모든 외교 자원을 동원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최고 존엄 수호에 필사적으로 매달릴수록 최고 존엄의 가치는 더욱 추락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김일성 시대와 김정일 시대를 적극 계승하는 김정은은 ‘핵과 경제’를 병진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핵 개발에 대한 무모한 집착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 건설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관심과 집착이 돋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한미 군사훈련과 핵 개발을 어떤 의미에서 교환할 수도 있다는(물론 핵 개발의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내보내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판단컨대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은 북한의 전략적 판단 미스에서 비롯됐다고 잠정적으로 결론내릴 수 있다.

사이버 안보는 이제 국제안보의 핵심 이슈가 됐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나 이외에 ‘사이버’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가지게 됐고, 마치 과거의 우리가 혈연과 지연으로 연결돼 있었듯, 현재의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어떤 형태로든 네트워크상에서 서로 묶여 있다. 사이버 세계의 중요성은 국가안보 영역에서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 특히 금융거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하루에 국경을 넘어 전 세계를 넘나드는 돈의 90%는 실제적인 지불 관계와 무관한 컴퓨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하니,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구촌 사회의 현실을 새삼 실감케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이버 세계의 안전한 유지와 철저한 보안은 국가이익의 핵심 사안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더구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최소한의 투입만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의 경우,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북한 정권 처지에서는 선뜻 포기하기 어려운 전략 수단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예상 가능한 가상의 수많은 아이디가 존재하듯, 국가안보를 지켜야 하는 능력과 수단도 수없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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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현재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외교안보분과), 민주평통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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