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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반세기 적대 관계 청산 이후

오바마·카스트로의 승부수 남북관계 새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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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월 2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국교정상화를 위한 미국 대표단(오른쪽)과 쿠바 대표단의 실무 협상 장면. 양국은 이날 외교관계 재개, 대사관 개설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장의 경제적 실리보다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쿠바와 손잡으려는 미국, 반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에 손길을 내민 쿠바. 두 나라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배경에 깔린 동상이몽 속내와 이 합의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해 본다.

신석호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올해 1월 쿠바 국민은 아주 소중한 한 생명을 맞이했다. 16년 동안 미국 교도소에 갇혀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인 관계 정상화 협상 합의 발표에 따라 석방된 쿠바 정보원 출신 헤라르도 에르난데스가 아내 아드리아나 페레스와의 사이에 딸 헤마 에르난데스 페레스를 얻은 것. 부부는 지난해 초 미국의 감옥과 쿠바에 떨어져 있으면서 인공수정으로 잉태에 성공해 전 세계인의 감동을 샀다.

영화 같은 스토리는 인도주의의 승리이자 미·쿠바 관계 정상화 협상의 상징적인 결과물이기도 했다. 아내 페레스 씨는 2013년 2월 아바나를 방문한 패트릭 리히 미국 상원의원(민주·버몬트) 부부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다. 상원의원 부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도와주기로 약속했고, 오바마 행정부에 건의했다.

마침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3월부터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위한 비밀 협상에 들어갔다. 미 행정부는 5년 동안 쿠바에 수감돼 있다 역시 지난해 12월 17일 석방된 미 국제개발처(USAID) 하청업자 앨런 그로스 씨의 옥중 처우 개선을 조건으로 에르난데스 씨 부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 결국 모두가 승리했다. 양국은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고 수감자들은 석방됐다. 그리곤 헤마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새해 양국의 관계 정상화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양국은 1월 21, 22일로 예정했던 아바나에서의 당국 간 회담을 흔들리지 않고 추진했다.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아바나 방문은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 추진 작업의 첫걸음이라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1월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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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바 교도소에 5년간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석방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왼쪽은 그의 아내 주디 씨.

맞아떨어진 두 나라의 이해관계

쿠바도 회의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최대한 성의를 표시했다.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월 7일자 기사와 9일자 사설에서 “쿠바가 정치범 53명을 석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양국 정부가 이들의 신원조차 밝히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쿠바 정부는 보도 직후인 12일까지 정치범 53명을 모두 감옥에서 석방하는 발 빠른 제스처를 보였다. 미 행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한다”고 답했다.

쿠바 내에서는 상징적인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쿠바 의회는 1929년 완공된 뒤 1959년 혁명 직전까지 사용했던 옛 건물로 올해 3월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친정시대에 지은 이 건물은 워싱턴 연방의회와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쿠바 혁명정부의 홀대를 받았다. 양국 관계 정상화에 맞춰 55년 만에 다시 주인을 맞아들이는 셈이다.

지난해 서아프리카를 강타한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에 협력하면서 미국과의 막후 밀월을 잠시 드러냈던 쿠바는 긴급한 국제적 이슈에 대해 미국을 적극 돕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파리 언론사 테러 발생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흉악한 테러 행위”라며 비난했다. WP는 1월 6일 미국과 쿠바가 카리브 해를 통한 국제 마약밀매 단속에 은밀하게 협조해왔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의장의 정치적 선언으로 구체화된 양국관계 정상화 논의가 급진전되는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와 경제인들은 쿠바와의 관계 개선이 살아나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쿠바에 인터넷망을 개설하고 휴대전화를 판매하면 관련 기업의 수출이 늘고 동시에 폐쇄적인 쿠바 내에 외부 정보 유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경제계는 일찍부터 이번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 식량·농업 부문 기업 및 협회 30여 개는 1월 10일 의회가 대(對)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수 KOTRA 마이애미 무역관장은 “쿠바에서 온 젊은 기업가들도 라울 정부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관계 개선과 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WP가 1월 10일자에 적절하게 지적한 것처럼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쿠바는 미국에 팔 것도 적고 미국 물건을 살 돈도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기술(IT) 관련 거래도 국내 정보 확산이 독재정권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느낄 것이 분명한 쿠바 정부가 허용하지 않으면 미국에 당장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미국은 당장의 경제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외교적 이익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그동안 섬으로 남겨진 쿠바를 자국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對)쿠바 관계 정상화 10대 조치(2014. 12. 17.)

<1961년 단절된 외교관계 정상화>
① 수개월 내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 재개설
② 양국 정부의 고위급 교류와 상호 방문
③ 이민 문제, 의료, 재난 대응 등 양국 상호 관심사 적극 협의
④ 2015년 4월 파나마 미주정상회의에 쿠바 초청
⑤ 미 국무부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쿠바 제외 검토

<여행과 통상, 정보 교류 확대>
⑥ 가족 방문이나 공무 출장 등 12개 분야에서 미국인 쿠바 출입국 허용
⑦ 쿠바 여행 미국인이 400달러 한도 내 물품 반입 허용
⑧ 미국인 분기당 송금 한도 5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
⑨ 미국인의 쿠바 금융기관 계좌 개설 및 제3국에서 금융 거래 허용
⑩ 미국 인터넷 서비스업자의 쿠바 내 영업 허용


쿠바의 민주주의 실현과 연계

반면 쿠바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쿠바가 1898년 끝난 미·스페인전쟁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뒤 1959년 혁명 때까지 미국의 정치적 종속과 경제적 수탈을 경험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과거와 같은 대미 종속과 나아가서는 공산당 독재체제 유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도박이다.

하지만 라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주는 경제적 이익을 쿠바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지지층에 대한 혜택으로 돌려 체제 유지를 위한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으며, 대미관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제비어 코랄레스가 2004년 ‘문지기 국가(Gatekeeper State)’라고 명명한 개념으로, 1990년대 경제위기와 그 극복 과정에서 쿠바 정부가 불가피한 개혁·개방의 범위와 심도를 통제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진 부분을 지배세력에게 나눠줘 충성심을 유도해 오히려 국가의 힘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계 정상화로 미국인의 쿠바 관광이 확대될 경우 그 이익은 쿠바 관광의 거의 모든 영역을 장악한 군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쿠바인들의 고향 송금이 현재의 연간 25억 달러보다 더 늘어나면 국가의 송금수수료 수입은 물론 국영 외화상점의 수입 또한 증가하게 된다. 정부의 자영업 허용에 따라 민박집(Casa Particular)과 식당(Parladar)을 운영하는 주민의 수입도 늘어난다. 의사와 체육인 등을 미국에 송출할 경우 정부는 막대한 달러를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

물론 양국의 정상화 추진은 점진적, 단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WP는 1월 11일 “미국의 쿠바 금수법은 쿠바가 정치와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선거 등 민주주의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완전한 거래의 자유를 허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드 로이스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1월 8일 오바마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쿠바의 인권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정부가 주민을 존경할 때까지 실질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라울 의장도 쿠바 내 보수 진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과의 국교 정상화 합의 발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20일 인민권력국가회의(한국의 국회) 정례회의에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쿠바가 힘들게 지켜온 가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국에 정치체제를 바꾸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국도 우리의 체제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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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개발도상국 모임인 77그룹 정상회담에 참여하기 위해 2000년 4월 쿠바 수도 아바나를 방문했다.

북한 고립 심화, 개방 압력 거세진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도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양국 보수파의 반발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의장이 이끄는 두 나라의 데탕트는 대체적인 여론의 지지 속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점차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쿠바는 현재도 북한의 사회주의 혈맹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과 쿠바 간 관계 개선의 진행은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쿠바는 각각 1948년과 1959년 건국 이후 아시아와 중남미라는 제3세계 변방에서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기대어 사는 ‘종속적 사회주의 발전’ 전략을 추진해왔다. 1990년대 당시 소련의 체제 전환으로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중국 및 베트남과는 달리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을 거부해왔다. 미국과의 ‘적대적 공존관계’ 역시 그들의 공통분모였다. 쿠바는 지난해 11월 18일 유엔총회를 통과한 북한 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19개국 가운데 하나다. 이에 앞서 쿠바는 북한 정부와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내용을 뺀 수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2013년 7월엔 미그기 엔진 등 군사물품을 화물선에 실어 북한에 수출하려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합의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에도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피력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와 북한은 다르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라며 “미국과 인접국, 국제사회에 성가신 정책상의 어려움을 던져주는 게 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원칙을 강조하는 ‘전략적 인내’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강고한 입장이다. 때마침 북한이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해킹하고 상영 중단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쿠바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더욱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쿠바는 테러 지원국 해제 검토국, 북한은 재지정 검토국이 된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 포기 및 개혁과 개방에 나서라는 압박을 더욱 강해지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쿠바의 대북한 정책이 전과 달라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진전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쿠바가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날이 올 수 있다. 쿠바 지도부가 북한을 상대로 ‘나의 길을 따르라’고 엄중하게 충고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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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미 노스웨스턴대 정치학박사. 현재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외교안보분과), 민주평통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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