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근혜 대통령 등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 시간) 호주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의 모습도 보인다.
현재 통일외교는 세계 4대 강국을 상대로 한 정무외교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고 통일외교와 공공외교 기법이 제대로 결합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통일외교 대상을 다원화하고 통일·공공외교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이 시급하다.
2014년은 한반도 통일외교를 펼쳐내는 원년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통일 지지를 요청하며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초부터 통일 대박론이 확산되고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한 것도 통일의 필요성을 국내외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통일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관심이 상당히 확산됐으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도 시작할 수 있게 돼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평화통일 기반 구축’도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통일에 대한 지지는 통일외교를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공공외교의 방법론을 통해 더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외교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공공외교 어젠다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감과 지지 분위기 확산을 위해 공공외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주평통의 해외 평화통일포럼 및 해외자문위원의 통일운동, 통일부의 코리아 글로벌 포럼, 외교부의 한반도 클럽과 재외공관 공공외교 등을 통해 해외 여론 주도층의 공감과 지지를 얻으려 노력해왔다. 이는 상대국 국민의 관심과 편익을 고려해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는 노력이었다. 정상 외교를 포함하여 각종 국제회의와 포럼 등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싱크탱크, 미디어 등 민간 파트너도 참여하는 다양한 공공외교 형태의 통일외교를 추진해왔다.
대상 다원화, 맞춤형 설득 논리 중요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통일외교는 여전히 미·중·일·러 4대 강국에 대한 정부 간 정무외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한편 현재의 공공외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한류 및 국가브랜드 제고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일외교는 아직 공공외교의 기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공외교는 아직 통일외교 어젠다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원칙적으로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상대국 정부 정책의 기반이 되는 국민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공공외교의 몫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통일외교 콘텐츠에 공공외교 방법론을 결합해 통일·공공외교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공공외교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우선 양자(兩者)무대의 통일외교 대상을 다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중·일·러를 포함하여 주요 20개국(G20)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핵심적 이해 당사자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또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유럽연합(EU), 유엔 등 다자(多者)무대에서도 통일외교 이슈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자무대에서 평화, 안보, 개발, 인권 등의 보편적 이슈를 한반도 통일과 연계해 공감대를 확산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을 포함하는 1.5트랙을 잘 활용해 통일외교를 의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보스 포럼, 샹그릴라 대화 등 영향력 있는 모임에서 한반도 통일을 어젠다로 삼도록 제안할 수 있다.
또한 통일·공공외교는 상대국 청중 특성에 맞는 맞춤형 통일외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에 따라 상대국의 의회, 전문가그룹, 미디어, 비정부기구(NGO) 및 일반 대중까지 고려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메시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통일·공공외교는 통일의 이익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글로벌 평화와 발전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콘텐츠를 만들어 설득하는 것이다.
통일의 이익은 그동안 통일편익론 관점에서 국내적인 차원에서 고려됐으며, 경제편익론 차원에서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많이 논의돼왔다. 하지만 통일·공공외교는 이것을 지역적으로는 국제적인 차원으로, 그리고 어젠다 면에서는 국제정치적인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반도 통일이 다른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는 맞춤형 설득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통일이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안보와 지정학적인 전략 관점에서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다.
<사진> 지난해 9월 2일 오후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만들어 민간과도 파트너십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면 통일·공공외교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한 관심 끌기에 성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적 콘텐츠인 북한 문제, 통일 과정, 통일 이후 한반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대국 국민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청중별 통일편익 콘텐츠를 개발해 이익에 기초한 협력자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비핵화 및 세계질서, 중국은 한반도 안정 및 경제발전, 일본은 경제 회복과 지위 확대, 러시아는 동북아 개발 및 에너지 자원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통일·공공외교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협력 및 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면 범정부적이고 전략적인 통일·공공외교망 구축이 필요하다. 인력과 예산을 조정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개발된 전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내에 조정기구를 설치해 민간단체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컨트롤타워는 행위자들이 적시에 적합한 무대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위해 통일·공공외교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과 예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의 통일외교 예산과 외교부의 공공외교 예산을 확대하고, 민주평통의 공공외교 기능을 적극 활용하면서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부분적으로 진행해오던 통일·공공외교 정책을 유기적으로 잘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부는 통일외교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외교부는 공공외교 수단을 가지고 있고, 민주평통은 국내외에서 통일정책 확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통일·공공외교라는 영역에서 조화시키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통일외교의 콘텐츠를 해외 공관에서 적극 활용하고, 민주평통의 해외 자문위원을 지역의 통일 여론 확산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기능을 확대해 정세 분석 및 보고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통일·공공외교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국 오디언스 그룹(Audience Group)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시급하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각국의 인식과 정책에 미치는 국내 그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등에서 모두 상이하다. 따라서 어떤 그룹에 가장 집중할 것인지를 분석해 선택과 집중을 할 때 통일·공공외교의 성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론 주도층을 확인하고, 정책의 긍정적인 확산이 가능한 매체에 접근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통일·공공외교 매뉴얼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각 행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작성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상대 청중의 성격을 고려해 콘텐츠의 핵심 강조점을 설정해야 한다. 국내의 많은 행위자를 통일·공공외교에 관여시키되 해외에서 같은 집단에게 반복적으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해 피로현상이 대두되는 역효과는 막아야 한다.
<사진> 한류 스타들이 출연한 뮤지컬들이 일본 여성 팬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가 출연한 뮤지컬 ‘궁’.
북한 주민에게도 통일 희망 심어줘야
북한에 대한 통일·공공외교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시급하다. 북한의 집권층, 엘리트 계층, 주민 등 다양한 청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 인도적 지원 등의 프로그램 콘텐츠를 대북 공공외교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과 함께 통일의 밝은 미래상을 꿈꿀 수 있을 때 통일 기반 구축이 더 용이해질 것이다.
통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남북 분단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군사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북한 지역에 대한 개발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남북이 분단돼 실질적인 섬나라로 전락했던 우리나라는 육로를 통해 중국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비단 한반도 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통일은 남과 북이 갈라지면서 형성된 한반도 냉전을 해소시키면서 동북아 안정과 세계 평화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통일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내에서의 통일 열기 확산뿐만 아니라 통일·공공외교 활성화가 더욱 시급한 이유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 콜로라도대 정치학 박사. 현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