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위기에 대한 한·미·일 연계 강화
왜 3국은 협력해야 하는가
한·미·일은 미사일 방어라는 공격과 정보 공유라는 방어체제를 조합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해야 한다.
북한은 1월 6일의 4차 핵실험에 이어 8개월 만인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5차 핵실험의 위력은 TNT 폭약 10킬로톤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에 가까운 것이었다(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폭발 규모는 22킬로톤 정도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으로 순식간에 파괴됐다. 그해 말까지 히로시마에서 약 14만 명, 나가사키에서는 약 7만4000명이 사망했다.
목숨을 건진 피폭자의 대부분도 후유증(원폭증)에 시달렸으며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 미국 랜드연구소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한이 10킬로톤의 핵무기를 서울에 투하할 경우 사망자는 최대 20만 명 이상이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도 10년 이상 10%씩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5차 핵실험에서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핵탄두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확실하게 파악되진 않았지만, 한·미·일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을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적극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 그 속도를 가속화해 일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노동, 괌까지 도달 가능한 무수단, 그리고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발사 실험을 8개월간 21차례나 실시했다.
징벌적 억제만으로는 불가능
실패를 거듭한 끝에 무수단과 북극성 미사일의 실험은 일부 성공도 거뒀다. 5차 핵실험 직전 동해로 발사한 3발의 스커드-ER 미사일은 약 1000km를 날아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향상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겹쳐지면서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하고 핵미사일에 대한 양적, 질적 강화를 고집하고 있어 한·미·일은 공조를 통해 북한 위협을 억제하며, 실패 시 적절한 대처를 위한 태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통한 징벌적인 억제’가 가능하도록 일정한 능력(미국의 확장억제를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액션으로 계속 핵 능력을 보유한다면, 3국이 가진 이 징벌적인 억제 능력만으로도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한·미·일의 군사력 강화는 김정은 정권의 전복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이나 선제공격 감행 등으로 악영향이 더 커지는 ‘안보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 국제관계론에서의 안보 딜레마 회피는 적성국에 대한 압력 강화보다 안전보장 등 안심 공여(Reassurance)를 중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한·미·일 3국의 움직임에 대한 오해나 오인, 내부 붕괴로 인한 정권 종식으로 자포자기식 핵 공격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핵미사일 능력을 내세워 한반도 통일, 혹은 다른 목표의 달성을 위한 공세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3국 협력으로 방어 능력 제고를
한·미·일 3국은 북한에 핵미사일 공격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북한의 핵 공격을 억제해야 한다. 억제 실패 시 공격에 대한 확실한 방어 능력을 갖추는 거부적 억제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구성 요소에는 핵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지휘명령 계통 등에 대한 공격, 그리고 핵미사일의 사용 전에 이를 파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공세적인 수단 등이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적대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밀 유도무기 등의 능력을 강화해왔다. 한국도 킬 체인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시설을 은닉하고 이동식 탄도미사일과 SLBM까지 개발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이라, 그것을 사용 전에 완벽히 무력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도 그 피해가 극한에 미치지 못하도록 한정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탄도미사일방어(BMD)이다. 미국과 일본은 일본 주변에 이지스 BMD를 구축하고 신형 요격미사일(SM-3 블록 2A)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등 BMD 능력을 강화해왔다. 한국은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준비하는 동시에 2016년 7월에는 주한미군에 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합의했다. 사드 배치는 거부적 억제태세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BMD도 100%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라는 두 능력을 조합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거부적 억제태세를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일 3국 각각의 능력 향상과 긴밀한 연계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의 공격은, 타국 영역에 공격을 할 수단이 없는 일본이 핵 공격을 당할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BMD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추적, 요격까지 3국이 수집하는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면 요격 확률도 높일 수 있다.
BMD는 미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무기체계로, 이를 동맹국에 배치한다는 것은 동맹국과의 코미트먼트(Commitment, 확약)를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3국의 거부적 억제태세 정비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한반도 유사시 후방 지원과 같은 일본의 적극적인 안보 협력을 보장하게 되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한다.
2016년 6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한 정보 교환 능력 제고를 위해 한·미·일이 처음 실시한 미사일 탐지·추적 경보훈련 ‘퍼시픽 드래곤 2016’은 BMD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방안이었다. 사드 도입이 이를 더욱 뒷받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러한 3국 방위 협력의 에너지가 북한 정권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킴에 있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간 방위 협력의 강화가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도사키 히로후미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군축·비확산촉진센터 주임연구원
일본국제정치학회, 국제안전보장학회, 일본군축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