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협의회
양주의 통일 운동은 서남아로 뻗어간다
서남아협의회와 자매결연을 하고 서남아 각국을 순회하며 한글학교 도서 기증사업을 진행해온 양주시협의회는 북한이탈주민 돕기에도 가족, 친지처럼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최근 20만 명을 넘긴 정도다. 하지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 양주시협의회는 행정구역 안의 주민만을 위한 협의회가 아니다. 양주시협의회는 2000년 중국 동포들에게 헌 옷과 5000만 원의 기금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곳곳의 동포를 돕는 사업을 꾸준하고도 활발히 전개해왔다.
중국과는 2004~2007년 송아지 기증사업을 전개했으나 공안 문제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2009년 사무처를 통해 국내 협의회와 교류를 원하는 서남아협의회와 연결되었다. 두 협의회는 서로 긴밀히 연락해 관계를 조율하다 서남아협의회가 자문위원 연수를 위해 방문한 2010년 자매결연을 했다.
“형식적인 자매결연이 아니라 적극적 교류를 위해 우리 쪽에서 ‘재외동포 자녀 모국어 도서 기증’이라는 구체적 사업을 제시했죠. 이후 매년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서남아협의회의 각 지회를 방문해 한글학교와 한국어학교에 도서기금을 전달하고 현지 학교를 방문해 학용품을 전달하는 등 한국과 통일을 알리는 데 노력해왔습니다.”
도서 기증사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홍순평 양주시협의회장은 “처음엔 큰 의욕을 갖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장기간 교류사업이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재외동포 청소년을 돕는다는 ‘보람’의 힘은 컸다. 행사를 통해 처음 만난 서남아협의회 관계자로부터 “양주시협의회가 보내준 기금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살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를 들었을 때는 더 힘껏 돕겠다는 결의가 솟아올랐다.
그런 힘이 이 사업을 8년째 지속하게 했고, 지난 2015년에는 미얀마 한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5000달러의 기금을 전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자문위원들이 탈북 가정의 육아 발벗고 나서
양주시협의회의 사업이 해외로만 향해 있지 않음은 물론이다. 특히 힘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가 북한이탈주민 돕기. 양주시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등록인원 60여 명에 실제 거주자는 40여 명을 헤아린다.
협의회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벌이며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매년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탐방’ 행사를 열어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북부지역에서는 쉽게 갈 수 없는 남해 등지의 유명 유적지들을 1박 2일간 찾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모습과 정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다.
‘가정사’도 꼼꼼히 챙긴다. 2015년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북한이탈주민 두 쌍에게 웨딩드레스 등을 지원해 서울시 강남구협의회가 진행한 합동결혼식에서 혼례를 올리게 했다. 2016년 4월에는 북한이탈주민 여성과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유선숙 행정실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협의회의 손길에 경계심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협의회 간사님이 무료 교육을 지원하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탈북 여성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자문위원들이 달려가 아이를 돌봐주는 등 마음으로부터 지원을 하다 보니 이제는 협의회 관계자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은 언니, 동생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양주시협의회는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통일 관련 글짓기 행사와 중·고교생 대상 ‘북한 이탈 청소년과 함께하는 통일 이야기’를 매년 진행한다. 관내의 덕계고등학교 통일동아리를 협의회에서 지원하는 등 차세대 통일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양주시협의회의의 중심에는 “나의 세대에서 어렵다면 후대에서라도 반드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청소년 통일·안보의식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홍순평 회장이 있다. 홍 회장은 동양 충효사상 강사로 후학을 가르치며 양주문화원 이사와 양주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오다 2009년 14기에 양주시협의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4기 연속 협의회장직을 연임했다. 양주시협의회를 이끌어온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접전지인 양주에서 전쟁둥이로 태어났지요. 군부대가 많은 지역에서 자라며 분단과 남북 대결의 현장을 가까이서 경험하다 보니 민주적 통일에 대한 신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민주평통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민주평통이 추구하는 바가 제 신념과 일치하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신념과 신명으로 일하겠습니다.”
홍 협의회장의 남다른 신념과 각오에 양주시협의회가 펼칠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주목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