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대량응징보복 KMPR
정밀 타격으로 北 지휘부 무력화
‘공격적 방어’로 북핵·미사일 대응
신형 정보자산과 함께하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은 적에게 공포감을 줘 행동을 못 하게 하는 개념이다. 행동을 하면 적의 민감 부위를 초전에 궤멸시킨다.
|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 |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군 당국이 ‘평양 초토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9월 9일 합동참모본부는 ‘한국형 3축 체제’를 공개했다. 3K(Kill Chain, KAMD, KMPR)를 밝힌 것인데, 이날 처음 공개된 것은 제3축인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이었다.
제1축 ‘킬 체인(Kill Chain)’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관련된 시설들을 발사 이전에 타격하는 체계이다. 선제 타격의 개념을 담고 있다. 제2축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체제이다. 군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들 체제를 발전시켜왔다. 이 작전들을 수행하게 될 ‘K2 작전수행본부’는 공군작전사령부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제3축인 KMPR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했을 경우 이에 보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군 수뇌부를 제거하고 이들의 은거지와 주요 시설을 대량 파괴하는 복수전략을 의미한다. KMPR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본격화된 것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1월 6일 이후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선 뒤 점점 빨라지고 있는 북한의 ‘핵무장 시계’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거부적 억제’에 비중을 둔 킬 체인이나 KAMD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사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공격적 억제’ 방안이 마련돼야 했다.
임호영 당시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은 KMPR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북한 전쟁지도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하는 체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등 타격 전력과 정예화된 특수작전부대 등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제거작전인 ‘참수작전(Decapitation)’의 범위가 좀 더 확대되고 심화된 것이다.
KMPR은 뇌에 충격 줘 몸 전체 마비시키는 전략
KMPR은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약점을 활용한 작전이다. 독재국가는 지휘부가 무력화되면 전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전쟁 수행 의지와 체계가 마비되는 경향이 있다. 뇌가 손상되면 전신이 마비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KMPR은 뇌에 타격을 줘 몸 전체를 마비시키는 전략이다.
다니엘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 10월 12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마 그(김정은)는 핵공격을 할 수 있는 향상된 능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즉시 죽게 될 것”이라고 김정은을 지목해 언급한 것도 이를 의미한다.
KMPR을 위해 군은 타격 목표를 김 위원장과 핵·미사일 전력을 총괄하는 김낙겸 전략사령관을 포함한 북한 지휘부와 평양 핵심시설로 잡았다. 김정은과 이들은 이미 군이 평시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은 기(旣)계획된 표적들이자 긴급 표적인 ‘시한성 표적(TST·Time Sensitive Target)’이다. 특별한 주의와 절차가 요구되는 ‘민감표적(Sensitive Target)’이기도 하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뼈아픈 보복을 성공시키려면 이표적들을 정확하게 파괴해야 한다. ‘정확한 파괴’는 ‘정확한 표적화’가 전제돼야 한다. 정확한 표적화를 위해서는 치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야 한다. 정밀 타격능력은 정보·감시·정찰능력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이다. 정찰·감시·정찰자산이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표적을 탐지하고 확인·추적하느나에 따라 신속·정확한 타격 능력이 좌우된다. 김정은의 동선은 핵심 관건이다.
이 때문에 군은 정찰·감시장비를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현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정찰자산으로는 북한군 수뇌부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기에는 제한이 많다. 영상정보 자산으로 RKF-16정찰기와 금강정찰기, 중고도 무인기 헤론-II, RQ-101 송골매, 아리랑-2호·3호·3A호 등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정보 처리가 가능한 전구(戰區)급 정찰자산은 금강이나 헤론-II에 불과하다. 이에 공군은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 4대를 2018년까지 도입키로 했다. 정찰위성 5기를 2022년까지 확보하는 ‘425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신호정보자산도 보강된다. 군이 보유한 RC-800 백두정찰기가 고도 1만3000m까지 상승해 백두산까지 통신 감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찰 거리와 체공시간이 짧고 기체가 작아 무장 능력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팰콘-2000 항공기를 기반으로 개조된 신형 백두정찰기를 2017년 도입한다. 신형 백두정찰기는 전자정보와 통신정보는 물론 계기정보까지 수집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다발로 평양 핵심시설 구역별 타격
KMPR의 핵심인 정밀 타격은 구역별로 할당된 평양 핵심 시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실시된다. 공군은 야간 전천후 정밀 폭격이 가능한 F-15K 슬램이글과 KF-16C/D가 지하관통력이 뛰어난 GBU-28 벙커버스터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슬램-ER,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타우러스-KEPD-50을 장착하고 타격에 나선다. 슬램-ER는 278km 밖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타우러스는 사거리가 500km나 돼 대전쯤에서 발사해도 평양의 주요 표적을 정확히 파괴할 수 있다.
타우러스는 오차 범위가 1m에 불과하고 특정 건물의 유리창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정밀도를 지니고 있다. 타우러스는 170여 발이 도입돼 올해부터 전력화되지만 추가로 90여 발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F-4와 F-5도 활용 가능하다. F-4와 F-5는 위성 위치 추적 기능이 탑재된 한국형 GPS 유도폭탄(KGGB·Korea GPS Guide Bomb)을 사용하면 100km 밖의 표적 타격이 가능하다. 대공미사일 공격용으로 생산된 자폭형 무인기 하피, 하피 II도 투입될 예정이다. 2018년 도입되는 스텔스 전투기 F-35 역시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이지스함에 장착된 사거리 1000km 이상의 해성-2 순항미사일과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사거리 500km의 해성-3 순항미사일이 타격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2020년쯤에는 3000톤급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대지 탄도미사일도 활용된다.
육군 전력 역시 미사일사령부가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들이 대거 투입될 예정이다. 사거리 300km인 현무-2A와 사거리 500km인 현무-2B 탄도미사일, 사거리 1000km가 넘는 순항미사일 현무-3 등이 총동원된다. 현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 계열 미사일은 1000여 발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 규모와 버금가는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육군은 사거리 800km인 탄도미사일도 조만간 전력화할 계획이며, 미사일 규모 또한 꾸준히 늘려갈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려 신속한 타격이 어렵다”며 “순항미사일보다는 탄도미사일 전력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무-2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5~10분 내에 북한 미사일 기지나 이동식 발사대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은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지휘부 제거 임무를 수행할 ‘참수작전전담 특수부대’의 존재다. ‘한국판 레인저부대’로 불리는 이 부대는 1개 여단 규모로 특수전사령부 예하 일부 부대가 재편성돼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역할은 유사시 김정은 제거작전을 수행하고, 적진에서 타격자산들이 정확하게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임무 특성상 고공 침투능력과 저격에 능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임단과 해군 특수전여단 예하 특임대가 이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간 대테러 임무가 주된 역할이어서 참수작전을 위해서는 전문화된 훈련이 필요하다. 김정은 제거 작전과는 경우가 다르지만 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참수작전을 전담해온 특수부대가 수년간 실전과 훈련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대(對)테러에서 참수작전으로 이동
군은 특수전 전담부대를 위해 300억 원을 대테러 명목으로 편성해 소총 등 개인화기, 통신장비 등을 갖출 계획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시급한 것이 특수부대가 적 지휘부 제거작전 수행을 위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북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저공 비밀침투가 가능한 특수수송기와 헬기를 갖추는 것이다.
북한에 신속하게 침투할 능력을 보유하려면 적어도 수도권을 기점으로 최대 660km, 대구공항을 기점으로 최대 800km까지 침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은 침투작전에 은밀 침투용 항공기인 MC-130 특수전 수송기와 MH-47 특수전 중형 헬기를 활용하고 있다.
이 항공기들은 지형 추적 및 지형 회피 기능을 가진 사일런트 나이트 다목적 레이더를 장착해 수십 미터의 저고도로 저공 침투 비행이 가능하다. 또 3세대 적외선(FLIR) 장비를 장착해 야간 악천후 침투능력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아직 이런 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육군특전사령부는 10월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밀 침투용 항공전력 확보를 위한 특수작전항공부대 편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침투수단과 장비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MC-130 개량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독자적인 침투수단을 갖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KMPR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MPR은 공격을 받은 뒤 수행하는 전략으로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응징전략의 목적이 응징 그 자체가 아니라 강력한 응징 보복 능력과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공격 의사를 억제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MPR은 좀 더 정교하게 구성돼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북한 역시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위협이 KMPR의 본질이다. 위협이 효과를 보려면 상대방이 ‘위협의 현실화’를 절감해야 한다. 북한이 이번에는 우리 군의 대량응징보복작전이 ‘말의 허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단호한 의지와 실제 가용한 능력을 구비한 ‘가공할 위협’으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력과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