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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1 |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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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필요

목전에 있는 ‘통일 강’ 건너기 위해
일본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한일 해군이 벌이는 방재 및 구조훈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일 양국이 취득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보호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한일 해군이 벌이는 방재 및 구조훈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일 양국이 취득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보호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발 군사 위협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후방을 지원할 수 있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가능성을 넓혀가야 한다.


북한발 군사 위협이 새로운 차원으로 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지난 1월 제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9월 9일 제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김정은 정권은 핵탄두의 운반 수단이 될 미사일 개발과 발사 실험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스커드와 노동 등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20여 차례 실시했다. 지난 8월에는 처음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8월에 발사된 노동 미사일과 SLBM은 각각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방공식별구역(JADIZ)에 낙하해 일본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향후 북한 정권은 미사일의 소형화, 경량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 도발, 배합전에서 핵 선제타격전으로

북한이 핵탄두의 무기화에 진전을 보이면서 북한 군사제도와 군사 전략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 군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정점으로 하는 군 지휘체계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최근 핵 전력 및 미사일 전력을 관할하는 전략사령부의 위상이 기존 육해공군에 맞먹는 형태로 급상승하고 있다.

1999년 미사일교도대로 창설된 이 부대는 2012년 전략로켓사령부로 개칭되더니, 2014년을 전후해 전략사령부로 재개명되었다. 그 사령관인 김낙겸 상장은 대장으로 승진해 김정은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동행하는 등 군내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 전력의 증강과 관할부대의 위상 상승은 북한의 군사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북한 외상 이수용은 국제회의에서 핵 선제타격을 운위한 바 있고, 올해 3월 북한 국방위원회와 김정은은 “핵 선제타격전을 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핵 능력 증강에 기초하여 공격적 핵 전략을 감추지 않고 있는 북한발 군사 동향은 한반도 안보 정세에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바탕으로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배합한 대남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대북 대응태세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핵 전력 증강에 바탕을 둔 북한의 공세적 전략 개념 표명은 우리의 국방태세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북한의 변화된 능력과 의도에 기초하여 대북 군사적 대응태세를 조정해야 한다.

나카타니 겐(가운데) 일본 방위상이 북한이 8월 3일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그는 노동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은 일본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나카타니 겐(가운데) 일본 방위상이 북한이 8월 3일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그는 노동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은 일본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대북 군사적 대응의 방향은 한국 자체적인 군사 능력의 증강, 한미동맹 차원의 핵우산 신뢰성 강화와 전략타격 능력의 강화, 그리고 주변 우방과의 안보 협력 증진 등이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압도할 수 있는 전략무기체계 배치와 이를 관할하는 가칭 전략타격사령부 창설과 같은 지휘체제의 강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독자적 핵무장 방안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가입해 있는 우리의 처지에 비추면 실익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적인 방안은 한미동맹하에서 핵우산 및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한미 연합작전 태세하에서 북한으로부터의 도발 징후가 있을 시 이를 전략 타격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연합사나 미 태평양사령부, 미국의 핵 전력과 탄도미사일 전력을 관할하는 전략사령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발 군사 위협을 함께 받고 있는 우방국가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발 군사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미국과도 동맹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얄타에서 처칠 영국 총리(왼쪽),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함께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험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악한과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구소련과 연합을 했다.얄타에서 처칠 영국 총리(왼쪽), 스탈린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함께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험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악한과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구소련과 연합을 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으로는 부족

한국과 일본은 역사 인식이나 영유권 문제 등으로 야기되는 갈등 때문에 실질적인 안보 협력을 진전시키지 못해왔다. 한국에서는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안보정책들을 군사대국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강하다. 이 때문에 2012년 6월 성사 직전으로 갔던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체결 직전 단계에서 국내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발 군사 위협이 가중되는 현실을 앞두고, 역사적 감정에 얽매여 후방에 위치한 일본과의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현명한 안보 전략이 아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가 일련의 안보체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금기시돼왔던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결정했다. 그에 따라 10여 개의 안보법제를 제·개정하고, 미·일동맹 차원에서 가이드라인도 개정했다. 육해공 자위대의 전력 강화와 일본판 해병대의 창설을 주도하고, 정보 수집 및 분석체제도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개헌 추진을 통해 헌법상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자위대를 가칭 ‘국방군’으로 재정립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이를 활용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의 주요 파트너 국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으로 직면해 있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미국의 확장억제 및 핵우산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도록 한·미·일 협력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대북 억제의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 공동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인간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고, 일본은 자체 정찰위성 운용을 통한 대북 화상정보 및 음성정보 분석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대북 정보를 미국과 공유해 정확하게 분석하는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9월 라오스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수 있느냐는 양국이 불편했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불확실한 미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게 됐다는 암시가 된다.지난 9월 라오스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수 있느냐는 양국이 불편했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불확실한 미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게 됐다는 암시가 된다.

루스벨트는 왜 구소련과 연합을 했나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산된 이후 2013년 12월에 한·미·일 간 군사정보공유약정이 체결되긴 했다. 그러나 미국을 경유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 시스템으로는 제약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한일 간 대북 정보 공유를 위한 정책 협의 및 관련 협정을 활발하게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발 군사 위협이 가시화될 때 주한미군은 물론 일본과 괌에 전개된 미군 전력이 한반도로 증원된다. 그때 일본은 미·일동맹에 따라 후방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 일본 내 기지를 미국 이외의 우방국들에게 제공하는 등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게 됐다. 유사시 미군의 증원을 원활히 보장받고, 한미 연합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안보체제 변화를 우리는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때 미국 대통령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험난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악한과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며, 공산주의 국가인 구소련과 전시 군사적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구소련처럼 이념이나 체제가 다른 나라가 아니다. 역사 인식과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기본 가치는 공유하고 있다.

북한발 군사 위협이 국가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후방을 지원할 수 있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 가능성을 넓혀가야 한다. 조국 통일의 목전에 있는 험난한 강을 넘기 위해 일본이 내밀고 있는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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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일본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 역임. <제3의 일본>(2008), <해군의 탄생과 근대 일본>(2014),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전개와 과제>(근간) 등 저서와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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