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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21 |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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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비대칭으로 가자


올해는 북핵으로 시작해 북핵으로 끝나는 양상이다. 연거푸 핵실험을 감행한 북의 다음 수가 뭔가를 예측하다 일 년이 후딱 지나고 있다. 내년에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질 거라는 암울한 예감조차 든다. 이 모든 게 북핵이라는 비대칭전력 때문이다.

재래식 군사력 균형을 깨버린 북한의 핵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안보 환경은 엉망이 돼버렸다. 이걸 막고자 결행한 사드 문제로 우린 남남갈등과 지역갈등을 겪고 있다. 잘나가던 한중관계도 도루묵이 되면서 ‘태양의 후예’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전력을 극대화하는 신무기를 이미 확보한 것 같은 군사력 인플레 심리 효과까지 얻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에겐 어떤 대응전략이 필요한가. 대북 억제력 확보, 이게 급선무다. 우리가 원치 않는 행동을 북이 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억제력을 갖추지 않고는 그 어떤 대안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자주국방 능력을 하루빨리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의 비대칭전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폐쇄성을 체제 유지의 기둥으로 삼고 있는 북한 체제 안에 새 소식을 들여 넣어 ‘알면 바뀐다’는 명제가 북한 사회에서 먹혀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세습의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북한 당국의 행위가 얼마나 헛되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되고 있는지를, 대북 제재가 북한 체제를 얼마나 강하게 옥죄고 있는지를 전해야 한다.

비대칭전력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기존 인식을 과감히 깨고 새 소식을 전하는 방식과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 전단지는 단골 탈북단체만 뿌릴 게 아니다. 신문사들은 2500만 미래 독자들에게 바깥소식을 요일별로 배달하자. 상봉도 못 하고 애태우는 이산가족의 편지를 전단으로 날리자. 왜 북을 비판하는 전단만 뿌릴 생각을 하는가. 우리의 진정한 통일 염원과 절절한 상봉의 맘을 전달하는 전단은 뿌리면 안 되는가.

대북방송 시간도 늘리고 출력도 키우자. 하루 서너 시간, 그것도 다른 나라 주파수를 빌려 간간이 이어가는 방식을 집어치우고, 종일방송 체계로 ‘한국의 소리’를 떳떳하게 보내자. 북을 탈출해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 얘기를 TV와 라디오로 전파해 남쪽 삶을 동경하게 만들자. 한국 돈 5만 원짜리 지폐가 북한 간부들의 저축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한국 화폐의 경쟁력도 알려주자.

인권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도 알리자. 북한에서 사는 게 인간의 삶이 아니라는 자각을 하도록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전해주자.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도 알려주자. 장애를 가졌다고 내쳐지는 북한에서의 삶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깨우쳐주자. 10년에서 13년 하는 장기의무복무가 절대의무가 아님도 알려주고, 성분과 토대가 나쁘다고 멸시와 학대를 받는 체제 작동원리가 얼마나 비정상인지도 일깨워주자.

이런 비대칭전력을 우리는 지금까지 쓰지 않았다. 아껴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고려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나름대로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이제는 써야 할 상황이 목전에 와 있다. 확성기 방송 중단에 모든 걸 걸려고 하고, 전단지만 뿌리지 않으면 대화하겠다는 북한 태도를 감안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우리의 비대칭전력으로 북핵이라는 비대칭전력을 무력화하는 방안에 지혜를 모으고 실행에 들어갈 때가 왔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
서강대 정치학 박사. 서강대 부총장, 일본 게이오대 방문교수, 북한연구학회 회장 역임. 현재 민주평통 통일정책분과위원장과 통일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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