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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대

vol 119 | 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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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

“공동체 의식 되살려
창의력이 살아 있는 통일한국 만들자”

박근혜 대통령 8·15 광복절 경축사

“통일 후 북한 간부와 주민에 대한 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친 박근혜 대통령의 꿈은 창의력으로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축사의 핵심 메시지는 ‘동북아 정세를 비롯한 국제 정세의 급속한 변화 속에 우리 국민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는 강대국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비관적 사고를 버리자’는 것과 ‘우리 장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아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8천만 민족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통일 대한민국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려면 대내적으로는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자기비하와 비관, 타인에 대한 불신과 증오, 인신공격을 버리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양보, 신뢰 속에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함께 나라를 사랑하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나타난 세 가지 키워드는 ‘자긍심’, ‘창의력’, ‘선도국가’라고 생각한다.

“통일 후 북한 주민 차별 없다”

박 대통령은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자 진정한 광복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통일조국을 만드는 것이 시대정신이자 71번째 맞이하는 광복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국제 정세는 심각한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도 “지금의 국제 정세, 특히 동북아 지역의 안보 지형 변화는 우리에게 엄중한 대응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의 침체, 매우 빈번한 국제 테러, 국제사회의 리더십 부족,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평화헌법 개정 시도, 남중국해 갈등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 등으로 증폭된 미·중 간 긴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 등으로 우리의 안보 환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 전쟁의 공포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가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비롯한 일련의 자위권 발동을 통해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파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했다. 북한이 현명한 선택을 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오면 남북한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모든 기회를 다 제공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1948년 7월 24일 초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이승만 대통령.1948년 7월 24일 초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이승만 대통령.

우리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굶주림과 인권유린을 외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북한 당국의 간부와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이 되는 경우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이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과거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기 힘든 것으로 통일이 이뤄지려면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 등으로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외교관이나 북한 식당 종사자들과 북한의 해외 근로자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어 이 메시지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우리를 비하하지 말자

박 대통령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통일 대한민국을 달성하려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일부 국민들은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스스로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장래를 결정한다는 주인의식이 없으면 강대국의 논리와 힘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의 힘을 결집하고 전략적 사고 아래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대내적 문제도 자세하게 다루었다. 글로벌 경제의 부진 등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처방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태도를 버리고 긍정의 정신을 가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출발하는 만큼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우리 스스로를 묶어버려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게 된다고 역설했다.

1948년 정부 수립 행사
직후 열린 기념 퍼레이드1948년 정부 수립 행사 직후 열린 기념 퍼레이드

우리 국민들이 자본과 자원, 기술이 없던 시절에도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로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 규모 세계 6위의 국가를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자본을 가진 지금, 난국을 극복해 다시 한 번 도약하자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헬조선’처럼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현대사에 대한 부정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분위기의 확산을 경계한 것이다. 반세기 전 최빈국이었던 우리가 지금은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한 것은 불굴의 의지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DNA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필두로 수많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K-팝을 비롯한 한류에 열광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대한민국을 발전 모델로 삼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인식 부족과 눈앞의 취업난, 인공지능(AI)의 발전을 비롯한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불안감, 고령화,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에서 볼 수 있는 경제적 불평등의 고착화에 따른 절망감 등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것을 없애고 줄여 고유의 DNA를 복원하는 것이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공동체 정신으로 위기 극복해야

박 대통령이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공동체 정신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신뢰 대신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불타협, 인신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법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풍조 속에 떼법 문화가 만연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대외경쟁력까지 실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풍조를 타파하려면 ‘모두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 쪽도 서로 나누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자긍심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변화와 개혁을 통해 위기를 발전의 기회로 삼자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해 우리 경제의 체체를 개선해왔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규제개혁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청과 재미난연구소 주최로 열린 ‘광복! 그 벅찬 감동, 춤815 플래시몹’에 참가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독립군 애국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서울 송파구청과 재미난연구소 주최로 열린 ‘광복! 그 벅찬 감동, 춤815 플래시몹’에 참가한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독립군 애국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최종 목표는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 시기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가면 되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없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 창출과 노동개혁, 교육개혁도 강조했다. 산업구조의 새 판을 짜는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 연구개발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과 ‘파괴적 혁신’ 수준의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신산업 창출에 나서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려면 창조경제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즉 “창업을 활성화하고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서 청년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무대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업의 달성은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기에 국민과 정치권, 근로자와 기업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이것이 박 대통령이 이번 8·15 경축사에서 가장 강조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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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박사. 외교안보연구원·한림대 교수, 한국정당학회장, 한국정치학회장, 인하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역임. 현재 민주평통 기획조정분과위원장, 중앙선관위·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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