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협의회
거주하는 탈북자 없어도
통일운동에는 가장 적극적
주민의 교육 수준과 민도가 상당히 높은 과천은 학구적인 통일사업을 전개한다. 시민 대상 통일지도자 과정과 청년 대상 통일 리더십 아카데미 등이 그것이다
경기 과천시는 여느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화된다.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다. 과천정부청사의 다수 부처들이 세종시로 떠났고, 새 부처들은 아직 입주하지 않은 상태라 인구가 대폭 줄어들었다. 높은 집값에 산업단지도 없어 탈북민이 없다. 자연히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 학생도 없다. 지역 내에는 대학도 없다.
하지만 민도는 상당히 높다. 주민들은 학력이 높고 고위관료 출신도 많이 거주한다. 과천시협의회가 ‘학구적인 통일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에 대한 시민, 학생들의 호응이 유달리 높은 이유다.
과천시협의회는 지난해 10회에 걸쳐 시민들을 대상으로 ‘통일대박 지도자 과정’을, 학생들의 방학기간에는 ‘청년 통일 리더십 아카데미(이하 통일아카데미)’를 열었다. 신창민 교수, 박세일 교수, 강명도 교수 등 사계 최고 전문가들의 강연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청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주었다는 보람이 돈보다 큰 대가”라며 무료로 강의를 맡아주기도 했다.
“강연자 중 한 분인 신창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통일 이후 10년간 북한을 분리 관리해 경제를 부흥시키면 국민소득 7만 달러가 넘어 한국이 미국 다음 가는 부국이 될 것입니다. 남한의 청년실업 문제, 인구절벽 문제, 북한의 인권 문제와 식량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되고요. 민족 동질성 회복과 강대국으로의 부상, 진정한 평화를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들께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이순형(64) 협의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 협의회장은 통일시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의 교육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올 여름방학에도 통일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누적 신청자 수가 80명. 강좌가 끝난 후에는 대학생들로부터 논문을 제출받아 심사해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현재까지 제출된 논문이 22편이다.
“점차 호응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방학기간마다 개최할 예정입니다. 과천에 거주하는 대학생으로서 통일아카데미를 이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통일동아리를 결성해 타 지역 탈북 청소년들과 멘토링을 맺어줄 것도 계획하고 있고요.”
탈북 아동 공동체 어린이 자문위원 집으로 초청
과천시에는 탈북민 가정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탈북 청소년을 만나고 사귈 기회가 없다. 그래서 과천 학생들은 탈북민이나 탈북 청소년을 낯설어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청소년들의 이런 편견을 깨주는 동시에 타 지역 탈북 청소년들을 돕는 사업에 협의회가 앞장섰다.
협의회는 신기종 사회복지분과 위원장을 중심으로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탈북 아동 공동체 ‘우리집’을 후원하고 있다. 분기별로 방문해 ‘우리집’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놀아주는 것은 물론 명절이면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아이들이 장차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남한 가정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고, 남북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이유진 행정실장은 “탈북 어린이들이 자문위원들의 자녀들과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문화 체험도 하면서 이념과 체제를 넘어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본 것이 협의회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적극적인 탈북 청소년 지원사업에는 이순형 협의회장의 의지가 밑받침이 되고 있다. 건설 중장비 수출업체인 ‘파워킹’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청소년 장학사업, 안양교도소 교정위원 활동 등 꾸준한 사회봉사로 ‘아름다운 납세자상’과 경기도지사 표창(사회봉사부문)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특히 탈북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천주교 교단에서 운영하는 관내 청소년 그룹홈 ‘베드로의 집’에 탈북 어린이들이 입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는 불우한 생활환경 탓에 학력이 또래들보다 한참 뒤처진 이들을 보고 이 협의회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저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일이 되었을 때 남북 화합의 선도적 역할을 할 아이들인데 말이죠. 탈북 청소년 복지를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과천시협의회는 좀 더 폭넓게 시민들을 껴안기 위해 문화, 체육 등 통일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과천시 자전거 동호인들이 통일의 꿈을 안고 과천에서 임진각까지 98km를 달려가는 ‘평화통일 염원 과천 자전거대전’이 눈길을 끈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과천시민축제 기간 중에 북한 음식 맛보기, 통일음악제 등도 계획하고 있다.